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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 가정폭력 끝에 남편 살해' 60대, 징역 4년 확정

등록 2018.07.0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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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으로 심신미약 주장했으나 대법 불인정

"엄중한 처벌 불가피…다만 우발적 범행 이르러"

'37년 가정폭력 끝에 남편 살해' 60대, 징역 4년 확정

【서울=뉴시스】강진아 기자 = 37년간 가정폭력에 시달리다가 집에 있는 장식용 돌로 남편의 머리를 내리쳐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60대 여성에게 징역 4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모(61)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와 범행수법, 범행을 전후한 김씨의 행동 등 기록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해보면 범행이 심신장애의 상태에서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원심의 조치는 수긍이 간다"며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지난해 3월 자신의 집에서 장식장 위에 있던 무게 2.5~3㎏의 장식용 돌로 남편의 머리를 수차례 내리쳐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 결과 당시 남편은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고 김씨가 지인들과 함께 술을 마신 후 새벽에 집에 돌아오자 화가 나 김씨의 머리채를 잡아 넘어뜨리고 유리잔을 집어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그동안의 감정이 폭발해 장식용 돌을 집어 남편의 머리에 십수회 강하게 내리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지속적으로 가정폭력을 당해오면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당시 음주 등으로 심신미약 상태였고,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1심과 2심 모두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범행 이전에 우울증 진단이나 약물치료를 받은 병력이 없고 주변 증언 등에 비춰 특별히 정신적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며 "사건 직후 112신고나 출동 경찰에게 다르게 진술한 것은 사물변별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범행을 은폐하기 위한 것으로 보여 심신 미약으로 보기 어렵다"며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은 배심원 전원 유죄로 판단했으며, 심신미약을 인정하지 않았다.

 2심도 "남편의 머리를 돌로 십수회 가격해 살해한 것으로 범행수법이 매우 잔혹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37년간 가정폭력에 시달리면서도 아이들을 위해 참고 견뎌왔고 정신적·육체적으로 시달린 나머지 순간 흥분해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1심의 형량을 유지했다.

 한편 김씨 측 변호를 맡았던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는 "장기간 가정폭력에 시달려온 학대 여성은 대부분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증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이들을 살인자로 단죄할 것이 아니라 사건의 경위, 동기, 심신상태를 구체적으로 살펴 정당방위나 심신미약, 심신상실을 적극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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