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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갈길 먼 규제개혁, '푸드트럭' 반면교사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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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7-04 10:2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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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변해정 기자 =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4년 3월 20일 청와대에서 규제개혁 끝장토론이 열렸다.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수석비서관·장관·재계단체장들이 대거 참석했다.

대통령에게 푸드트럭을 합법화해달라는 현장의 건의가 TV로 생중계됐다. 당시로선 푸드트럭 영업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자동차 구조 변경과 식품 판매 허가 규제 탓이다.

당시 규제개혁을 총괄하는 국무조정실장은 현 김동연 경제부총리다. 그는 박 전 대통령으로 부터 규제 타파가 더딘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면박을 받기도 했다.

푸드트럭은 그해 8월 합법화됐다. 청와대 끝장토론 이후 5개월이나 걸렸다. 정부가 규제를 푸는 '시늉'만 내서다. 노점상의 반발로 전국 350여개 유원·관광시설에서만 영업이 허용됐다.

조례로 영업 장소를 늘리도록 했지만 기존 상권의 반발을 의식한 지자체의 소심 행정이 계속됐다. 인적이 드물거나 차량 진입조차 되지 않는 곳을 지정하기도 했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었다. 까다로운 푸드트럭 응모 자격과 인증 절차는 숨은 규제였다.

그로 부터 4년이 흘렀음에도 규제 체감도가 나아졌다는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낡은 규제 하나를 없애면 새 규제가 서너개 생기는 악순환은 되풀이되고 있다.

 그동안 푸드트럭으로 개조·등록된 차량은 1000여 대에 불과하다. 이중 70%는 목돈을 들여 개조하고도 실제 영업을 하지 않는 '유령 푸드트럭'이다. 전국 1호 푸드트럭은 6개월도 채 안돼 장사를 접었다. 2000여 대의 트럭 개조 수요(창업)가 생겨 6000개가 넘는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던 정부의 호언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김 부총리는 지난 1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비상약을 왜 슈퍼에서 팔지 못하나" "카풀 앱은 왜 출퇴근 시간이 아니면 못할까" 하는 질문을 던진적이 있다. 기득권에 의해 규제개혁 성과를 내지 못하는 답답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진정한 규제개혁이 이뤄지려면 기득권의 벽, 기득권의 눈치를 보는 관료의 벽을 깨트려야 가능해진다.

문재인 대통령 말대로 규제개혁의 판단 기준은 국민 전체의 이익이어야 한다. 푸드트럭과 같이 어설프게 규제 빗장을 푸는 일들은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
 
hjp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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