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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논란만 키운 재벌 총수의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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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7-06 11: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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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한주홍 기자 = 지난 4일 오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한다는 공지를 받았다.

'기내식 대란'으로 수십편의 항공편이 지연되고 급기야 기내식을 싣지 못한 채 이륙하는 '노밀(No meal)' 항공편이 속출한 지 나흘째 되는 날이었다.

여기에 박 회장이 출국한 항공편에는 기내식이 실린 채 정시에 출발했다는 소식에 여론이 들끓자 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꽤 빠른 대응이라고 생각했다. 1일 중국 출장길에 올랐다가 3일 귀국한 박 회장의 일정을 고려하면 4일 긴급 기자회견은 여론을 달래기 위한 신속한 결정이었다.

진정성 있는 총수의 사과가 나온다면 사태를 진정시키지는 못해도 더 악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뒤늦은 사과로 '물벼락 갑질'을 그룹 전체의 위기로 몰고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전례와도 비교됐다.

4일 오후 5시 기내식 대란이 시작되고 나흘 만에 기자들 앞에 선 박 회장은 꾸벅 고개를 숙였다. 박 회장은 "승객과 직원에 죄송하다. 이번 사태는 전부 제 책임"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로 목숨을 끊은 기내식 공급 재하청업체 대표의 유족에게도 사과를 전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박 회장의 사과는 민심과 동떨어진 내용으로 오히려 '불난 집에 부채질'을 했다. 고개를 숙였지만 정작 사과의 핵심인 '인정'이 없었다.

박 회장은 이번 기내식 사태로 불거진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오해'라고 일축했고, 경쟁사인 대한항공이 도와주지 않았다며 '남탓'을 했다. 

박 회장은 "극단적으로 대한항공이 도와주면 해결할 수 있었다"며 "그런데 죄송스럽게도 협조를 못 받았다. 제가 항공산업을 하지만 서로 협력할 건 협력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잘못은 본인들이 해놓고 왜 대한항공에 책임을 전가하느냐는 비판이 뒤따랐다. 가만히 있다 불똥이 튄 대한항공도 반박에 나섰다. 지난 3일 아시아나항공에 도움을 주겠다고 의사를 전했지만 답이 없었다는 것이다.

15년간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공급하던 업체인 LSG스카이셰프도 발끈했다. 박 회장이 기내식 업체 변경에 대해 '케이터링의 질'을 논하면서다.

LSG는 박 회장의 기자회견이 있은 뒤 보도자료를 내고 "계약기간동안 아시아나항공은 뛰어난 기내식 서비스를 인정받아 여러 차례 '스카이트랙스 어워드'를 수상했다"고 반박했다.

전례 없는 '노밀 사태' 와중에 '낙하산 논란'으로 여론을 들끓게 한 딸 박세진 금호리조트 상무에 대한 언급도 민심과는 한참 거리가 먼 것이었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 백수들이나 일반 경단녀라면 꿈도 못꿀, 전업주부로 지내다 임원으로 덜컥 입사한 박 상무에 대해 박 회장은 "예쁘게 봐달라"고 말했다.

그는 "금호리조트는 그룹으로 보면 아주 작은 회사고 중요도도 적다"며 "거기서 훈련을 하고 인생공부, 사회공부, 경영공부도 하는 게 낫지 않느냐고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룹 내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면 결코 용납하거나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지만 '낙하산 논란'에 기름을 부은 셈이 됐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6일과 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 회장의 무능과 무책임을 질타하는 촛불집회를 연다. 박 회장의 '갑질'을 폭로하고 경영진을 규탄하겠다며 개설된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 참여한 인원만 2000명을 넘어섰다. 

박 회장은 광화문광장으로 나선 직원들의 촛불을 뼈아프게 바라봐야 할 것이다.

 ho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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