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中 무역전쟁 전략 바뀌나… '호전적 보이콧'→'시장개방' 전환

등록 2018.07.12 13:34:3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유럽·중동과 외교강화로 反트럼프 전선 모색

전문가들 "중, 관세 대응카드 여지 많지 않아"

【벨기에=AP/뉴시스】 11일 나토 정상회의 참석 중 단체촬영 행사에서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벨기에 샤를 미셸 총리와 옌스 스톨텐베르크 사무총장이 농담하는 사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고개를 돌려 다른 데를 바라보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아침 사무총장과의 조찬에서 독일을 직접 거명하며 비난했으며 메르켈은 3시간 후 나토본부 도착 때 이를 에둘러 반박했다. 2018. 7. 11. 

【벨기에=AP/뉴시스】 11일 나토 정상회의 참석 중 단체촬영 행사에서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벨기에 샤를 미셸 총리와 옌스 스톨텐베르크 사무총장이 농담하는 사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고개를 돌려 다른 데를 바라보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아침 사무총장과의 조찬에서 독일을 직접 거명하며 비난했으며 메르켈은 3시간 후 나토본부 도착 때 이를 에둘러 반박했다. 2018. 7. 11.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2000억 달러(약 224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는 등 미중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중국정부가 이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현지시간) 중국은 이제까지 한국과 일본, 프랑스, 필리핀 등 외국과의 무역 분쟁 발생 시 해당국에 대한 “보이콧 외교”와 관영 미디어를 동원한 적대 여론 조성 등의 방법을 동원해 왔으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중무역전쟁에서는 기존의 교본과는 다른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FT는 중국이 미중무역전쟁에 대처하는 전략으로 적대감을 고취시키던 기존 방식과는 달리 매력적인 투자방안을 제시하는 새로운 방안을 내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FT는 미중무역전쟁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이후 중국 정부가 유럽과 중동은 물론 그동안 불편한 관계에 있었던 한국과 일본 등과도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워싱턴 소재 컨설팅 회사인 ‘맥라티 어소시에이츠(McLarty Associates)’의 무역문제 전문가인 텔리 메이먼(Kellie Meiman)은 “관세 문제에 있어서는 중국이 대응할 수 있는 여지가 그리 많지 않다”라고 말했다.

 FT는 중국의 차분한 대응은 중국과 미국의 경제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을 정도로 깊숙하게 연관돼 있다는 현실을 깊이 인식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션 딩리(沈丁立) 푸단대학 교수는 “표면적으로는 중국은 미국에 타격을 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최종 결과는 중국이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중국이 관세를 부과키로 한 미국산 대두와 항공기, 반도체 칩 등 세 가지는 중국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독일 싱크탱크인 메릭스 인스티튜트(Merics Institute)의 선임 이코노미스트인 막스 쳉글라인은 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일본이나 한국보다 훨씬 큰 규모의 경제다. 아주 다른 종류의 경제 파워다. 이는 미국에 아주 특별한 위상을 부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2017년 한 해 동안 중국은 3756억 달러의 대미 무역흑자를 냈다. FT는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장군멍군식 관세(tit-for-tat tariffs)”를 부과하기 어려운 이유로 이처럼 막대한 규모의 대미 무역흑자를 들었다.

 쳉글라인은 “(미중무역전쟁에서) 중국이 보다 취약한 입장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기존과는 다른 접근을 하고 있다”라고 풀이했다.

【베를린=AP/뉴시스】리커창 중국 총리(왼쪽)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만나 다자주의와 세계무역기구(WTO)에 기반한 무역질서 존중에 합의했다. 2018.07.10

【베를린=AP/뉴시스】리커창 중국 총리(왼쪽)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만나 다자주의와 세계무역기구(WTO)에 기반한 무역질서 존중에 합의했다. 2018.07.10

FT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 책사인 류허 중앙위원회 정치국원 겸 부총리 등 중국의 무역협상가들이 미국의 자유무역 옹호론자들을 포함한 원군을 규합하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아시아와 유럽 등 다른 국가들에 중국 시장을 더 많이 개방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면서 미국의 보호주의에 맞설 것으로 촉구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13억 인구의 광대한 중국시장을 보다 더 개방하겠다는 카드를 흔들면서 서방기업들을 유혹하고 있다. FT는 중국 정부가 한국의 롯데를 직접 압박했던 사례와는 다르게 미국기업들을 직접 겨냥한 정책을 내놓지는 않고 있음을 주목했다. 중국은 오히려 경쟁상대인 이들 미국기업들에게 시장 접근을 더욱 수월하게 하는 조처를 취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유럽과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는 중국의 시장 개방 확대 기회를 이용하라고 설득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실제로 중국은 미중무역전쟁을 치르는 와중에 금융업과 철도, 전력 인프라 분야에 대한 외국인 투자 개방을 확대하는 조처를 취했다. 지난달 28일 발표된 중국의 외국인 투자 네거티브 리스트는 지난해 63개 항목에서 48개로 줄었다.

 중국정부는 이날 외국기업에 은행업을 전면 개방하고, 증권사와 펀드관리, 선물사, 생명보험사의 외자 지분을 51%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또 단계적으로 2021년까지 51%의 지분 제한 역시 전면 폐지할 예정이다.

 인프라 분야에서는 철도 간선로, 송전망 건설의 외자제한을 폐지했다. 철도 여객운송회사, 국제해상 운송, 국제 선박대리의 외자제한 역시 폐지키로 했다. 자동차 분야는 단계적 개방을 통해 2022년까지 모든 분야의 자동차 제조를 전면 개방할 예정이다.

 중국은 외교적으로도 세계 여러 나라와의 우호관계를 확대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시 주석 등 중국 최고 지도부는 유럽과 중동의 정치 지도자들과 잇따라 회동하면서 반(反) 트럼프 전선을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중국은 5~10일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리는 중국과 중동부유럽(CEE) 16개국 간 정기회동인 '16+1' 회의와  16~17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유럽연합(EU) 연례 정상회담을 통해 유럽시장 진출  확대 및 반미 무역연합전선 구축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중·동유럽(CEEC) 16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데 이어 독일로 날아가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회담을 했다.

【베이징=AP/뉴시스】 프랑스의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가 25일 중국 방문 중 인민대회당에서 협정 서명식 중 리커창 총리에게 활발한 몸짓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리 총리도 흥미로운 듯 듣고 있다. 2018. 6. 25. 

【베이징=AP/뉴시스】 프랑스의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가 25일 중국 방문 중 인민대회당에서 협정 서명식 중 리커창 총리에게 활발한 몸짓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리 총리도 흥미로운 듯 듣고 있다. 2018. 6. 25.

두 지도자는 이 자리에서 보호무역주의 반대와 다자주의 견지를 통해 국제 무역질서를 유지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리 총리는 "대외 개방 확대가 중국의 명확한 입장이다. 외자 기업을 (중국 기업과) 동등하게 대하고 지식재산권 보호 수준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메르켈 총리는 "독일은 무역전쟁에 반대하며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입각한 자유무역을 지지한다"라고 화답했다.
 
 중국이 오는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EU 연례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을 비난하는 공동선언을 낼 것을 요청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1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아랍연맹 협력 포럼 기조연설에서 시리아와 예멘 등 난민이 속출하는 국가에 6억 위안(약 1009억원)을, 팔레스타인에는 별도로 1억 위안(약 168억원)을 지원키로 약속했다.

 미중무역전쟁은 지난 3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수입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대통령 포고령(Presidential Proclamation)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철강 업계 노동자와 노조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헌법에 의해 부여된 권한과 1974년 제정된 무역관계법 604조, 1962년 제정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이번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부과를 포고한다"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어 지난 5월 2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정책에 맞서다'라는 제하의 성명을 통해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프로그램 등과 관련된 중국산 첨단 기술제품 500억 달러어치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6일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예고했던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 중 340억 달러 규모 818개 품목에 대해 25%의 관세를 발효시켰다. 중국은 같은 날 동시에 340억 달러어치의 미국산 제품 545개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맞불을 놓았다.

 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10% 관세를 추가로 부과한다는 초강수로 대응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0일 성명을 통해 “지난 1년간 중국에 시장 개방과 불공정 관행 시정을 요구했으나 반응이 없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예고한 대로 2000억 달러 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2000억 달러어치에 대한 관세는 다음 달 말까지 미국 내 의견 수렴을 거친 뒤 확정할 예정이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