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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후예들이 펼친 '다툼소리아'-'현재의 가장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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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7-12 16:09:06  |  수정 2018-07-12 16:39:25
백남준아트센터 12일 개막..CAC· ZKM공동 기획
기술 매체에 따라 변화된 현실 감각 관점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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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백남준_버마 체스트. 붉은 색의 서랍을 마치 탑처럼 쌓아 올리고 그 위에 황금 빛 궤를 올리고, 다시 그 위에 크고 작은 조각 상을 두 점 올린 구조를 취하고 있다. 붉은 색의 서랍에는 ‘홍루몽’이라는 글을 적어 놓았는데, ’홍루’는 귀족 여성들이 사는 저택을 부르는 말이며, ‘홍루몽’은 부귀영화와 젊음과 사랑이 모두 일장춘몽이라고 말하는 중국의 유명한 소설을 떠올리게 한다. 이러한 홍루몽의 서랍에는 각종 보석과 장식물 그리고 백남준의 드로잉과 사진들이 담겨있고 모두 들여다볼 수 있도록 열려있다. 그 위에 놓인
궤의 열려진 안쪽 벽면에는 여성의 누드와 샬롯 무어만의 퍼포먼스를 볼 수 있도록 하여 더욱 깊은 내러티브를 만들어 놓았지만, 디지털로 전해지는 영상이 홍루몽처럼 하룻밤에 사라질 허무한 것임을 의미하기도 한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디지털 시대, 백남준 후예들은 어떻게 미디어아트를 확장하고 있을까.

 경기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에서 데이터 환경이 우리의 삶에 어떻게 융합되며 인간의 감각들을 변화, 확장시키는지를 보여주는 국제협력전 '다툼소리아'와 세 개의 방 프로젝트 '현재의 가장자리'전을 12일 동시 개막했다.

 중국 상하이 크로노스 아트센터(CAC), 독일 칼스루에 예술과 미디어센터(ZKM)와 공동 기획한 전시다.

 국제 협력전 '다툼소리아'는 백남준, 류 샤오동, 카스텐 니콜라이의 작품을 통해 디지털혁명 시대에 지각체계와 의사소통 체계의 근본적 변화에 대해 주목한다.

  '현재의 가장자리'는 세 개의 방 프로젝트에서 선정된 한국, 독일, 중국의 신진 미디어 작가들이 참여하여 기술매체에 의해 급변하는 현실에 대한 저마다의 관점을 제시한다.

  두 전시는 기술매체를 기반으로 작업하는 작가들 간의 서로 다른 태도와 양상을 보여주는흥미로운 자리다.

국제협력전 '다툼소리아’는 정보를 뜻하는 데이텀(datum)과 감각을 뜻하는 센서리아(sensoria)의 조합어로 21세기 정보시대에 현실과 가상 사이에 새로운 인지의 공간이 창출되고 있음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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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류 샤오동_불면증의 무게(베이징)전시장에는 건축용 비계 위에 2개의 대형 캔버스가 설치되어 있다. 로봇으로 제어되는 붓은 비디오 카메라로 캡처한 풍경을 데이터로 변환하여 건물의 윤곽, 나무의 실루엣, 차량의 외곽선 및 인물의 그림자를 구불구불하게 그려낸다. 기계가 쉬지 않고 그려내는 풍경은 잠들지 못하는 도시의 초상이다. 작가는 백남준아트센터에서의 전시를 위해 용인의 풍경과 전남도청이 보이는 곳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실시간으로 풍경을 촬영하여 그 데이터를 백남준아트센터 전시장으로 스트리밍하도록 했다. 도시가 잠들지 않으며 계속 변화하듯이 이 작업은 기계로 하여금 끊임없이 움직이며 카메라로 보는 세계를 그려내도록한다. 이는 달라진 기술 환경으로 인해 새로운 실재와 변화된 우리의 지각 체계를 암시한다.

 전시에 참여하는 세 명(백남준, 류 샤오동, 카스텐 니콜라이) 작가는 공통적으로 실재, 새로운 매체, 그리고 환경에 의해 변하는 인간의 감각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예술적 실험을 벌여왔다.

가상과 실재는 혼종의 과정에 있으며, 그 어느 것이 우위에 있고 더 강력한 영향력을 미친다고 말할 수없다. 이 혼종의 과정에서 지각 체계와 의사소통 체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참여 작가들은각각 한국과 중국과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로, 비디오 아트(백남준)와 리얼리즘 회화(류 샤오동), 그리고사운드 아트(카스텐 니콜라이)라는 서로 다른 전문 분야를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서로 다른 시각으로매체와 인간의 지각 변화의 다양한 자장을 포착하고 있다.

  지난 2016년 CAC, 2017년 ZKM에서의 전시를마치고 백남준아트센터에서 마지막 전시를 갖는 '다툼소리아'는 실재, 새로운 매체 그리고 지속적으로 변하는 인간의 지각방식에 대해 주목하여 디지털 혁명이 가져다 준 새로움을 보여주기 보다는 오히려 우리에게 실재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세울 것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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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베레나 프리드리히_지속되는 현재.

 베레나 프리드리히는 유기적, 전자적 매체를 활용하여 기술과 매체 변화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관점을 확장시키는 설치 작업을 선보여 왔다. 작가는 <지속되는 현재>에서 비눗방울이 가진 본연의 순간성과 함께 기술에 의한 영속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짧은 시간 동안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비눗방울은 삶의 덧없음, 무의미함, 끝을 예견하는 허망함 등을 상징하는 고전적 ‘바니타스(Vanitas)’의 표상이다. <지속되는 현재>는 비눗방울의 화학적, 물리적 특성을 고려해 개발된 기술 장치로 비눗방울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데에 목적이 있다. 비눗방울의 수명을 가장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 환경은 정교하게 통제된다. 낮은 온도를 유지하여 수분 증발을 최소화하고, 비눗방울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다른 생명이나 요인들도 최대한 제거되었다. 과학적 연구로 고안된 장치 안에서 보다 향상된 제조 공정으로 생산된 비눗방울은 가능한 오랫동안 안정과 불안정한 상태 사이를 부유하며 현대적 관점의 ‘바니타스’를 보여준다.

 '세 개의 방 프로젝트'는 한국, 중국, 독일의 신진 미디어 아티스트들을 발굴, 지원하기 위한프로젝트다. 지난 2016년 12월 백남준아트센터와 CAC, ZKM은 양해각서 체결 후 2017년 개별 기관의추천 및 공동 심사의 과정을 통해 한국의 김희천, 중국의 양 지안, 독일의 베레나 프리드리히를선정했다.

 프로젝트에 선정된 작가들은 CAC와 ZKM에서 열릴 순회전을 통해 자신들의 작업을국제적으로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는 점에서, 지역적 한계가 있는 다른 공모전과 차별성을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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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희천 ‹Soulseek/Pegging/Air-twerking›은 사라지고 싶을 때 사라지기 위해서 물리적 세계에서의 활동로그를 스크린 세계로 백업하는 것에 대해 말한다. 작가는 ‘우리 세대의 삶은 MP3와 같은 종류의 것으로 음원 태그, 커버, 커버플로우를 넘기며 앨범을 모았다고 생각하는 종류의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3D 렌더링으로 현실보다 더 ‘리얼한’, 혹은 ‘인간적인’ 것을 가상에서 찾는다. 작품은 입체 모델링 소프트웨어 3D MAX로 현실을 ‘가져오기(임포트)’하여 껍데기를 모으고 이를 이어 붙여서 새롭게 구성한 세계와 그로부터 현실로 ‘내보내기(익스포트)’된 것들의 순환 고리를 보여준다. 작가는 데이터와 물리적 세계의 구분이 필요 없어진 시공간, 한편으로는 데이터의 세계에 존재하기 위해 하드디스크 용량이 중요해진 우리의 삶을 언급하며 다시금 평평한 스크린이 되어버린 이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현재의 가장자리'는 세 개의 방프로젝트전의 첫 시작으로, 오는 11월 중국 크로노스 아트센터, 2019년 6월 독일의 칼스루에 예술과 미디어 센터에서 각각 그룹전이 개최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에서 참여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각각 고전적 표상에 대한 현대적 관점, 일상이 된 미디어에 대한 인식, 온 · 오프라인 경계에서의 인식 등을 통해 기술 매체에 따라 변화된 현실에 대한 감각과 관점을 보여준다. 13일 참여 작가들의 아티스트 토크가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백남준아트센터는 2008년 10월 개관한 후 작가가 바라던‘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을 구현하기 위해 백남준의 사상과 예술 활동에 대한 창조적이면서도 비판적인 연구를 발전시키는 한편, 이를 실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전시는 9월16일까지.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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