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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음원차트 순위조작 시비, 공정성 회복기회 될 것인가

등록 2018.07.19 11:2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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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숀, 밴드 '칵스' 멤버. 2018.07.17 (사진= 본인 인스타그램 캡처)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밴드 '칵스'의 키보디스트 겸 DJ 숀(28)이 1위를 차지하자 음원차트 조작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떨어지는 숀이 지난달 발매한 EP '테이크' 수록곡 '웨이 백 홈(Way Back Home)'이 17일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 등에서 1위를 질주하자 일부에서 사재기 의혹을 제기했다.

 음원 사재기는 음악 산업계 안팎에서 문제로 지적돼 왔다. 수차례 의혹이 불거졌으나 브로커가 서버를 해외에 두고 있고, 정황을 포착한다고 해도 수치 등으로 명확히 드러내기 어렵다.

◇숀 1위는 바이럴 마케팅···편법? 새로운 홍보툴?

 이번 숀 관련 이슈는 다른 차원의 문제로 가요계는 파악하고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이다. 이 논란은 지난 4월 이미 불거졌다. 무명이던 닐로(28)의 '지나오다'가 멜론 등에서 깜짝 1위를 차지한 것이 발단이다. 닐로의 소속사 리메즈 엔터테인먼트는 소셜 미디어를 바탕으로 한 바이럴 마케팅 회사다.

다수의 회원이 있는 음악 페이지를 자체적 운영하고 있다. 역시 이 회사 소속인 보컬그룹 '장덕철'의 '그날처럼'이 올해 초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숀의 경우도 비슷한 사례라고 지적한다. 지난 13일 페이스북 페이지 '너만 들려주는 음악'에 소개된 후 순위가 급상승한 것을 문제 삼고 있다. 이 페이지는 최근 사재기 의혹에 휩싸인 닐로의 음악을 소개한 곳이다. 소셜 미디어 바이럴 마케팅과 관련한 편법 논란이 일었다.

 닐로 논란 이후 멜론, 지니 등 주요 음원사이트 6곳은 '차트 프리징(freezing)'을 도입했다. 오전 1시부터 7시까지 새벽 시간대 실시간 차트를 운영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서울=뉴시스】 가수 닐로. 2018.04.15. (사진=리메즈엔터테인먼트 제공)

닐로

사재기가 시도될 수 있는 새벽 시간대의 차트 집계를 제외, 구조적으로 음원 사재기를 막겠다는 의도다. '웨이 백 홈'은 '차트 프리징' 직전인 16일 자정 1위로 올랐다.

숀의 앨범 제작사인 디씨톰은 자신들도 신기한 상황이라면서도 1위에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억울해했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이 노래를 소개시킨 것이 전부고, 그 폭발적인 반응들이 차트로 유입돼 빠른 시간 안에 상위권까지 가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디씨톰 관계자는 "페이스북으로 이용자 계정들을 사서 댓글을 조작하거나 가짜 계정들을 활용했다면 문제가 있겠지만, 저희는 그런 행위들을 절대 하지 않았다"면서 "숀의 음악이 폭발적인 반응을 받았던 페이지인 '너만 들려주는 음악'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혔듯, 심지어 그 페이지에 '이 음악을 홍보 중이다'라고 밝히고 게재해 줬다"고 설명했다. "빠르게 차트에 올라가는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너희가 해명하라"는 일부 네티즌의 해명 요구에도 불쾌감을 표했다.

그러나 인지도가 높지 않은 가수가 음원차트를 역주행, 1위를 한 경우에는 수긍할 만한 배경이 있다. 그룹 'EXID'의 '위아래'는 멤버 하니의 영상이 유튜브에서 크게 주목 받은 뒤 정상을 차지했다. 듀오 '신현희와 김루트'의 '오빠야' 1위는 인기 BJ 덕분에 입소문이 퍼진 케이스다. 이와 달리 숀은 음원차트의 일반 이용자들이 재생할 만한 특별한 계기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디씨톰은 "의견의 전제에는 너희는 범죄자고, 만약 범죄자가 아니라면 왜 저런 현상이 나타났는지를 밝혀야 한다는 가정이 들어가 있다고 느껴져서 매우 폭력적으로 받아들여진다"면서 "저희가 차트를 조작하지 않았는데 어느 시간대에 어떻게 올라가고 왜 빠르게 올라갔는지 설명할 수 없을 뿐더러, 설명해야 할 이유도 없다"고 답했다.

자신들의 성과는 비난 받을 일이 아니라, 거대 팬덤이나 전통 미디어에 의지하지 않더라도 좋은 콘텐츠를 바탕으로 좋은 전략을 수립한다면 좋은 음악은 얼마든지 대중들에게 소개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박진영, 가수. 2018.05.02. (사진 = AP 제공) photo@newsis.com              

박진영

결국 디씨톰은 18일 "숀에게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일부 네티즌이 상습적인 악성 게시물과 댓글에 대한 자료 수집을 마쳤다"며 모욕 및 명예훼손에 따른 형사 고소장을 경찰에 접수했다.

◇가요순위 조작시비, 공권력 개입하나

숀의 1위 이후 음원 순위 조작 논란은 가요계 전체로 번지고 있다.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46)은 최근 불거진 음원차트 순위 조작과 관련, 정부 기관에 조사를 의뢰하겠다고 선언했다.

 "업계의 여러 회사들과 이 문제에 대해서 논의를 마치고 문화체육관광부, 공정거래위원회에 우선 조사를 의뢰한다"면서 "추가 결과에 따라 검찰에도 이 문제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자신이 이끄는 JYP엔터테인먼트 말고도 문체부에 조사를 의뢰한 회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박진영은 "공정한 경쟁과 평가는 어느 분야가 발전하는데 초석이 된다"면서 "최근 음원순위 조작에 관한 의혹들이 제기되어 의혹을 제기하는 분들과 또 의혹을 받는 분들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짚었다.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이 명백히 밝혀져 하루빨리 아티스트들과 회사들이 본래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박진영이 키운 '트와이스'는 공교롭게도 닐로, 숀이 깜짝 1위를 차지했을 때 2위에 올랐다.

【고양=뉴시스】임태훈 기자 = 10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32회 골든디스크 시상식 레드카펫 행사에서 가수 윤종신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1.10.  taehoonlim@newsis.com

윤종신

◇음원차트 순위, 구조적 문제를 바꿔야

한국은 '순위 매기기'의 나라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에 따라 당일 화젯거리가 정해진다. 음원차트에서도 마찬가지다. 상위권에 든 곡에 대한 언급과 주목도가 높아진다. 그래야 인터넷 기사, 방송 출연 등의 부가 혜택이 생긴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팬덤에 따라 순위가 갈린다. 다양한 음악보다는 이지 리스닝 계열의 신곡이 난무하게 된다.

싱어송라이터 윤종신(49)이 이 문제를 짚고 나섰다. 숀의 음원차트 조작 논란이 불거진 18일 "차트는 현상의 반영인데 차트가 현상을 만드니 차트에 어떡하든 올리는 게 목표가 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시간 차트, 톱100 전체재생 이 두 가지는 확실히 문제라고 본다. 많은 사람이 확고한 취향을 가지도록 유도하고 돕는 플랫폼이 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길게 보면 그런 플랫폼이 이길 것이라며 대안도 제시했다. "음원 사이트 첫 페이지가 각자 개인에 맞게 자동으로 큐레이션이 돼야 한다. 그 많은 개인 음악 취향 데이터를 갖다 바치는데 왜 내가 원하는 음악과 뮤지션 소식보다 그들이 알리고자 하는 소식과 음악들을 봐야 하는가"라는 것이다.

음원차트 톱100 전체재생 버튼을 없애면 어떨까라는 제안도 했다. "꽤 많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이 무취향적 재생 버튼을 누르고 시간을 보낸다. 차트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은 부가이익을 얻는다. 어떡하든 차트 인해야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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