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몸이로소이다, 개화기 한글 해부학 이야기' 듣보세요
제중원 해부학 권3
국립한글박물관은 19일부터 10월14일까지 제중원의 '해부학' 권 1~3 초간본을 소개하는 기획특별전 '나는 몸이로소이다-개화기 한글 해부학 이야기'를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
1885년 개원한 한국 최초의 서양식 국립병원인 제중원의 '해부학'은 1888년 일본 해부학자 이마다 쓰카누(今田束)의 '실용해부학' 권 1~3을 제중원 의학생 김필순이 우리말로 번역하고 제중원 의학교 교수 올리버 R 에비슨이 교열해 1906년 펴낸 책이다.
박영국 국립한글박물관장은 "제중원 해부학 3권 전질은 2016년 입수한 것이다. 현대어로 번역한 해설본도 발간했고, 이를 전시도 하게 됐다. 박물관의 기능을 충실하게 적용한 소장품"이라고 소개했다.
"박물관은 유물을 수집, 보존, 전시, 연구, 교육하는 기능을 하는데 이번 전시는 해부학 관련 분야를 연구, 전시, 교육하는 과정의 일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제중원 한글 의학 교과서
주목할 자료는 조선시대 살인사건 검시 보고서 '검안'이다. 처음 공개되는 자료다. 1902년 강릉군 내면 운동동에서 발생한 '이운지 이경화 시신 검시 문안', 1900년 남원군 남생면의 '이판술의 육세 아들과 이여광 이군필 이판용 사안' 등은 시체의 흔적을 살피고 관련자 심문을 통해 사인을 밝히는 전통적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2부 '몸을 정의하다'는 한글 창제 이후 개화기에 이르기까지 몸을 가리키는 우리말 변화상을 살핀다. 문세영의 '수정증보조선어사전'은 우리 몸의 지식을 서구적 지식 체계로 바꿔 설명했고 해부학에 등장하는 새로운 몸 이름들을 담았다. 새로운 말들이 생겼어도 여전히 전통적 사고방식을 간직한 말들도 있다. 심장, 간, 쓸개 등 몸속 기관들의 일상적 표현에는 음양오행의 원리가 담겼다.
국립한글박물관 '나는 몸이로소이다'
전시실은 '몸의 기둥, 뼈와 근육' '마음의 집, 심장과 뇌' '보고 듣고 느끼는 감각기관' '서로 돕는 몸속 기관'을 주제로 구성됐다. 개화기 유리 건판 사진을 통해 110여년 전 개화기 한국인의 얼굴과 우리말 특징도 확인할 수 있다.
3부 '최초의 한글 해부학 교과서'는 김필순과 에비슨이 펴낸 제중원 '해부학'을 소개하고, 개화기에 발간된 여러 한글 의학 교과서를 한 데 모아 의의를 살펴본다. 제중원과 세브란스병원 의학교는 한글 의학 교과서를 활발하게 펴냈다. 기록상으로는 30여종이 출판됐다고 하나 현전하는 것은 14종이다. 이번 전시에서 모두 선보인다.
'약물학 상권(무기질)'과 '신편 화학교과서(무기질)', '병리통론', '외과총론' 등이다. 이 한글 의학 교과서들은 대부분 영어나 일본어 책을 번역한 것으로, 새로운 개념을 우리말로 전달하려고 노력한 흔적을 볼 수 있다. 1910년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기 전까지 서양의학의 새로운 지식을 우리말로 받아들이는 데 중요한 구실을 했다.
'나는 몸이로소이다-개화기 한글 해부학 이야기'는 '큐레이터와 함께 하는 전시 해설'도 운영한다. '몸을 가리키는 사라진 옛말' '김필순과 에비슨의 해부학 번역 이야기' 등 우리 몸과 말 관련 전문 해설이 4회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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