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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정와연 '네팔상회'·김중식 '울지도 못했다'·이승하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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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7-19 17: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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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네팔상회

2013년 부산일보와 영남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정와연씨 첫 시집이다. 친숙한 일상의 풍경에서 낯선 감각들을 포착,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냈다.

'술은 병 속에 담겨 있지만 사람의 속으로 들어가면/ 그것은 또 한 명의 다른 사람이 된다// 숨어있던 성격의 사람으로/ 한 무리 취객들이 왁자지껄하다/ 오늘은 각자 서로 모르던/ 술 속의 사람들끼리 어울려 흥겹다/ 말이 없던 사람을 밀치고/ 말이 많은 사람이 등장한다'('타인들' 중)

정 시인은 "시를 쓴다는 것은 세상의 덕장에 막대기 하나 꽂고 나를 말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허수아비가 늘 허수아비이듯 가벼운 것들은 다 덕장을 거쳐 온다. 깡마른 이름 하나 얻고자 밤과 낮의 덕장에서 가슴과 고민의 덕장에서 말리고 또 말려 얻은 이름이 하나 있다." 156쪽, 천년의시작,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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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도 못했다

1990년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한 김중식씨 두번째 시집이다. "첫 시집 '황금빛 모서리'가 고난받는 삶의 형식이었다면, 이번 시집은 인간의 위엄을 기록하는 영혼의 형식"이라고 소개했다.

"신장개업 음식점 앞에서/ 바람 잔뜩 들어간/ 키다리 풍선 인형이/ 미니스커트 아가씨와 함께/ 관절 꺾는 춤을 추고 있다/ 기마 체위로 오르내리는 식은 불꽃/ 순대를 꿈틀거리며 스텝 없이 몸부림만 있는,/ 흥분하지만 표정이 없는/ 에어 댄서/ 무릎 꿇었다 화들짝 일어서는 게/ 통성기도를 할수록 버림받는 자세다/ 해 떨어질 때/ 다리 풀리고 풀 죽은 거죽만 남아/ 말없이 제정신도 아닌 헛바람 허수아비"('키다리 풍선 인형' 전문)

김 시인은 "지상에 건국한 천국이 다 지옥이었다"며 "삶은 손톱만큼씩 자라고 기울었다. 지구를 타고 태양을 쉰 번 일주했다. 봄 새싹이 다 은하수의 축전이었다. 천국은 하늘에, 지옥은 지하에, 삶과 사랑은 지상에." 146쪽, 8000원,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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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이승하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가 썼다. 이 교수는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화가 뭉크와 함께',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소설 '비망록'이 당선돼 시인 겸 소설가가 됐다.

'오죽했으면 죽음을 원했으랴/ 네 피고름 흘러내린 자리에서/ 꽃들 연이어 피어난다/ 네 가족 피눈물 흘러내린 자리에서/ 꽃들 진한 향기를 퍼뜨린다// 조금만 더 아프면 오늘이 간단 말인가/ 조금만 더 참으면 내일이 온단 말인가/ 그 자리에서 네가 아픔 참고 있었기에/ 산 것들 저렇듯 낱낱이/ 진저리치게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을'('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전문)

이 교수는 시인의 말에서 "바라보고만 있다가 다가가고자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살아 있는 것들을 내가 다가가 만졌을 때 반응을 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 많은 우회로를 걸어 시로 돌아와 내 체온을 전했던 생명체들이여.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이치는 너희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누추하기 짝이 없는 노래 몇 곡조 목 쉬도록 부르는 일, 이 고약한 일뿐이로구나." 192쪽, 1만2800원, 문학사상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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