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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테르 효과' 높이는 언론…보도 권고 어긴 기사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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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7-22 10:38:54  |  수정 2018-07-22 11:20:17
'사망원인 추정' '불필요한 개인정보 언급' 많아
모방우려 큰데도 방법·수단 구체적 묘사 61건
"보도 말라는 것 아냐…사회문제 해결 동참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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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자살예방 국가행동 계획, 교통안전 종합대책, 산업재해 사망사고 감소대책 등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에 본격 착수한다고 밝히고 있다.2018.01.23.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임재희 기자 = 자살보도가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권고기준이 이미 14년전에 마련됐지만 유명인 사건 보도에선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중앙자살예방센터가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유명인이 갑자기 숨진 직후 일간지와 방송사, 통신사 등 국내 22개 주요 언론사 보도를 모니터링한 결과 127건이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준수하지 않았다.

 한국기자협회는 2004년 한국자살예방협회와 '자살보도 윤리강령'을 제정한 뒤 2013년 보건복지부, 중앙자살예방센터 등과 이를 개정해 '자살보도 권고기준 2.0'을 공표했다. 권고기준은 자살보도 최소화 등 9가지 원칙이 골자다.

 이번 모니터링에서 미준수 빈도가 높은 사항은 '사망 원인을 자살로 추정하거나 단정'(126건), '기본적인 것 외에 자살자 개인정보 언급'(123건), '구체적인 장소 언급'(112건), '동기를 한 가지 이유에 의한 것으로 추정'(67건) 등이다.

 특히 이전 자살보도에서 보도이후 모방 우려가 커 권고기준에서 '절대 피해야 한다'고 강조한 '자살 방법과 수단'을 언급한 보도도 아직 61건이나 확인됐다.

 이외에 언론은 '자살을 다른 사회적 이슈를 관련지어 보도'(34건), '자살 관련 사진이나 동영상 게재'(26건), '제목에 자살 언급'(20건), '유가족이나 주변 사람 정보 언급'(5건) 등을 지키지 않고 있었다.
 
 반대로 이들 기사에서 '파파게노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웠다. '베르테르 효과'가 모방 위험을 뜻한다면 '파파게노 효과'는 자살률 감소 효과다. 오페라 '마술피리'에서 파파게노는 사랑을 잃고 죽음을 택한 베르테르와 달리 요정들이 부르는 노래를 듣고 목숨을 끊으려던 생각을 접은 데서 유래했다.

 전체 127건 가운데 '자살 동기를 불분명한 것으로 언급'한 경우는 절반 정도인 64건이었으며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정보나 도움 받을 수 있는 기관 정보를 함께 실은 보도는 각각 16건에 그쳤다. 고위험군을 인지할 수 있도록 도운 보도는 2건이었다.

 실제 중앙자살예방센터가 2005~2008년 대대적인 보도가 이뤄진 연예인 사망 사건 전후를 비교했더니 322~1008명 정도 자살 증가 효과가 나타났다. 반면 오스트리아에선 1983년 지하철 자살시도 보도 이후 모방 사례가 늘어나자 1987년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자살 및 시도를 75%가량 줄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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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한국기자협회 자살보도 권고기준 2.0. 2018.07.22.(그래픽 = 보건복지부 제공)photo@newsis.com


 문제는 정부도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점.

 복지부는 올해 1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을 발표하면서 경찰청과 언론 브리핑, 언론기관 협조 요청, 보도 모니터링 및 대응 등을 포함하는 공동대응 매뉴얼을 마련했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사고 때 56건에 달했던 자살 방법 노출 보도가 올해 3월엔 5건으로 11분의 1 수준이 됐다.

 그러나 이번 모니터링 결과 드러난 권고기준 미준수 보도는 '빙산의 일각'일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동일한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관련 기사는 1724건이나 돼 이번 조사 결과는 전체 자살보도의 7.4%에 불과하다.

 때문에 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 담당자 등은 유명인이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자살 방법과 장소 등을 설명한 기사를 찾아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수정 협조를 요청하고 있지만 인터넷 매체 등 모든 기사를 모니터링하긴 어렵다.

 전문가들은 자살보도 최소화 등 권고기준 준수는 언론에 대한 보도 제한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동참 차원이라고 조언했다.

 유현재 서강대 교수는 "핀란드에선 언론이 공감대를 형성해 '자살'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라는 굉장히 위험한 상황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자는 것이 아니라 모방 위험이 있고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제3자가 영향을 받지 않도록 동참하자는 것"이라고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설명했다.

 신은정 중앙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은 "자살 방법이나 수단을 상세하게 묘사한 기사가 많았지만 경찰, 언론 등과 의사소통을 통해 감소했다"면서 "유명인의 자살은 방아쇠나 촉진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아예 다루지 않는 게 어렵다면 추측이나 확인되지 않는 내용은 줄여준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 한국기자협회는 '실효성 있는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목표로 권고기준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limj@newsis.com

 ※정신적 고통 등 주변에 말하기 어려워 전문가 도움이 필요한 고민이 있다면 자살예방핫라인(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등을 통해 상담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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