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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윤학, 일상에 녹아든 '사회음악' 꿈꾸며···서울대 공대 출신 지휘자

등록 2018.07.26 15:5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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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윤학, 일상에 녹아든 '사회음악' 꿈꾸며···서울대 공대 출신 지휘자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1990년대 후반 서울대 아마추어 합창 동아리 멤버인 서울과학고 출신 공대생은 우연히 지휘봉을 들게 되면서 전율을 느꼈다. 합창단에서 베이스 바리톤을 담당하던 그가 포레의 '레퀴엠'을 지휘한 것이다.

 지휘자 백윤학(43)은 "100여명이 함께 하는 순간 어마어마함을 느꼈다"고 했다. 어릴 때 피아노를 배웠지만 이 장면은 상상도 못한 순간이었다. 

결국 백 지휘자는 인생의 방향을 틀었다. 전기공학부 졸업 후 서울대 음대에 지휘전공으로 편입했다. 이후 미국 커티스 음악원에서 지휘를 공부했다. "어릴 때 꿈은 대통령, 장군이었어요. 나중에 과학자가 되고 싶었죠. 수학, 과학 올림피아드에는 출전했는데 음악상을 받은 적은 없었죠"라며 웃었다.

하지만 백 지휘자의 운명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보인다. 음악과 수학, 과학은 옛날부터 먼 관계가 아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1452~1519)만 봐도 알 수 있다. 화가, 건축가이던 그는 수학자, 과학자이자 동시에 작곡까지 한 음악가다.

"음계는 기본적으로 수학과 비슷해요. 도레미파솔라시도는 물리적으로 따지면 '건조한 현상'만으로 이뤄진 것이에요. 감정과 직접적으로 상응 관계가 아니죠. 1, 2, 3, 4··· 기본적으로 숫자로만 이뤄진 수학과 비슷하죠. 그런데 그 물리적이고 추상적인 현상이 긴장과 이완의 순간을 만들어내잖아요."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도 인용했다. "인생 그 자체는 지옥과 같은 고통인데 이런 고통을 잠시라도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 예술이라고 했어요. 모든 예술은 음악의 형태를 동경한다고 하면서 음악이야말로 예술의 꽃이며 일상의 고통과 권태로움에서 우리를 해방시킬 수 있다고 했죠."
 
백윤학, 일상에 녹아든 '사회음악' 꿈꾸며···서울대 공대 출신 지휘자

백 지휘자는 이런 음악의 힘을 몸으로 직접 표현한다. 발레 음악을 지휘할 때 박자와 멜로디에 적극 몸을 맞추는데, 일부 관객은 "춤을 춘다"고 한다.

백 지휘자는 이처럼 대중과 호흡한다. 영남대 음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콘서트 오페라 필라델피아의 음악감독 겸 지휘자로 오페라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픽사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주요 장면을 라이브 음악과 함께 선보인 '픽사 인 콘서트'를 지휘해 호평을 들었다.

8월 3, 4일에는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펼쳐지는 필름 콘서트 '스타워즈 인 콘서트: 새로운 희망'에서 코리아쿱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1977년 개봉작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을 스크린으로 상영하는 동시에 영화 사운드트랙을 무대 위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로 선보이는 공연이다.

음악은 현존 최고의 음악감독 겸 작곡가 존 윌리엄스(86)가 담당했다. 라이브로 음악을 들려주는 필름콘서트는 여기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관객은 입체적으로 음악을 듣는다.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에게는 까다로운 면도 있다. 영상을 주시하며 적재적소에 순간순간 영화음악을 삽입해야 하는 순발력과 안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백 지휘자는 "'토이스토리'의 랜디 뉴먼, '인크레더블'의 마이클 지아키노 같은 작곡가는 위대한 분들"이라면서 "그 분들의 음악을 지휘하면서 많이 배우고 참고해요. 그냥 들었을 때는 몰랐는데 오케스트라로 새롭게 들으니 음악이 더 살아나는 거죠"라고 짚었다. "음악이 가진 가능성 중 하나가 대중 문화와 잘 결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흥미를 느끼게 됐죠"라는 얘기다.

'스타워즈' 필름콘서트

'스타워즈' 필름콘서트

블록버스터 SF 영화 '딥 임팩트'(1998) 속 천문대 장면에서 푸치니 '라보엠'의 4막 중 2중창 '오! 미미는 돌아오지 않고'가 울려 퍼지는 것처럼 클래식음악이 대중문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지휘자의 꿈은 '사회 음악'이다. 사회 체육처럼 클래식 음악이 우리 일상에 배어 있는 것이다. 음악을 통해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문화예술교육의 상징으로 통하는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 출신 세계적인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37)의 이름을 빌려 백 지휘자를 '한국의 두다멜'로 부르기도 한다. 열정적인 지휘 모습과 꼬불꼬불한 머리 모양이 닮았기 때문이다.

"어디서 들었는데 음악을 하는 사람이 다른 업종에 종사하는 분들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네요. 공교육 안에서도 음악을 더 즐겼으면 해요. 그리스 시대부터 시학, 천문학과 함께 음악은 꼭 중요한 학문이었어요. 공자님도 음악으로 덕을 배양할 수 있다고 여겼고요. 공교육 안에서 체계화된 음악교육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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