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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생각] “노동의 미래를 합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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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7-26 16:3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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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정영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최저임금인상과 근로시간단축을 둘러싼 논쟁이 무더위만큼이나 뜨겁게 몇 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정부로서는 정책기조의 변경 없이 핀셋 대응으로 현안을 해결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논란과 혼란은 우리 노동시장과 노동 사회 시스템의 본질적이고 고질적인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을 여당과 정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시스템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담하게 고쳐야 한다. 필자는 문재인 정부도 노동시장과 노동사회 시스템의 대담한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고 본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기조인 “노동존중사회”에 집약되어 있다.

 노동시장개혁은 우파의 전가의 보도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사회의 실현을 위한 전략도 노동시장개혁에 다름 아니다. 5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이 설정되어 있지만 이 비전과 전략은 본질적으로 바람직한 노동시장과 노동사회의 미래로 가기 위한 설계도이다. 현재의 난맥을 풀기 위해서는 바로 이 설계도로 돌아가야 한다. 

 미래로 가기 위한 설계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노동시장과 노동사회가 현재와 같이 지속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예측해야 한다. 좌우, 노사를 막론하고 우리의 노동시장에 큰 문제가 있고,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파국을 맞이할 것이라는 점에는 대체로 동의하는 듯하다.

 예를 들어 현재의 노동시장 양극화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모든 연구자가 인정할 것이다. 하지만 그 원인에 대한 이해와 진단은 너무 다르다. 이러한 경우 정부는 변화에 따른 미래 시나리오를 복수로 그려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즉, 노동시장과 노동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변수를 찾고 노동시장과 노동사회에 대한 몇 가지의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작업은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전문연구자, 정책 담당자, 노사는 머리를 맞대고 미래학이 개발해온 다양한 방법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핵심적 변수를 유연성과 안정성으로 보고 각각의 높고 낮음에 따라서 총 4개의 시나리오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유연성과 안정성의 균형을 찾으려는 시도는 이미 유럽 각국에서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우리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 시나리오를 만드는 과정에서 각각에 해당하는 대표 국가를 모델로서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이렇게 만들어진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미래를 선택해야 한다. 선택을 위해서는 정부는 노동시장 및 노동사회의 구성원 및 이해관계자에게 시나리오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전달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다 좋은 미래란 없다는 점, 자신이 선호하는 미래를 선택할 경우에 자신이 부담하여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관련 전문가를 대상으로 시나리오 선호를 조사하고 일반국민이나  이해관계자의 선호와 비교하면서 바람직한 미래 시나리오를 설정하여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사회”라는 미래는 촛불혁명과 그에 이은 대통령 선거 과정을 거치면서 확인된 국민의 선호미래라고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최저임금인상과 근로시간단축을 둘러싼 논쟁과 혼란이 말해 주고 있듯이 “노동존중사회”라는 미래는 대다수의 시민이 선호하는 미래라고 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여기서 독일의 “노동 4.0” 대화를 참고로 할 수 있다.

 독일 정부는 장기적인 미래산업전략인 “인더스트리 4.0”을 천명하고 이에 대응하는 노동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하여 필요한 논의 사항을 담은 “노동 4.0 녹서(Green book, 논의용 정책제안서)”를 국민들에게 제시하고 공론을 조성하였다. 약 2년에 걸쳐 독일 내의 다양한 계층과 집단들이 전국 각지에서 디지털 시대에 좋은 노동은 무엇이고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하여야 하는지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그 결과가 바로 “노동 4.0 백서”에 담겨 있다. 
   
  바람직한 노동시장과 노동사회의 미래 시나리오가 선택되었다면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과 세부 실행 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사회적 대회나 공론조사 등의 과정을 거쳐서 바람직한 미래 시나리오가 선택되었다고 하더라도 전략과 세부실행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높은 수준의 고용안정성과 소득안정성이 보장되지만 노동력 활용의 유연성을 원천적으로 금지하지는 않는 스웨덴 모델이 선택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하지만 스웨덴 모델의 핵심 요소들 중에는 노사가 합의하기 매우 힘든 제도적 요소가 있다.

 사업장 단위에서의 경영참가제도나 산업별 단위에서의 단체교섭이 그것이다. 이들 제도나 관행은 국가가 이를 법률로 강제하거나 촉진한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기능하지 않을 것이다. 노사의 상호 신뢰에 기반한 협력이 먼저 있고 이를 국가가 법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을 뿐이다.

 유럽의 특정국 모델을 바람직한 우리의 미래상으로 선택한다고 하여도 우리의 현실은 유럽의 선진국에 비하여 상당히 뒤처져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한다. 더구나 저출생·고령화와 4차산업혁명에 따른 노동의 변화에 대한 대응까지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국가의 일방적 주도에 의해서 바뀌는 것은 그다지 없을 것이다. 결국 시간에 쫒기면서 단기간에 모든 목표치에 도달하려고 하기보다는 장기적 시야를 가지되 5년 단위, 10년 단위의 예측과 전략적 목표를 가지고 정부, 근로자, 경영자, 기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지난한 과정을 감당해야 한다.  

 이러한 합의에 나서기 전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것이 있다. 우리 노동시장과 노동사회의 반칙, 특권, 갑질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칙과 갑질이 난무하는 사회에서는 이러한 합의가 불가능하거나 의미가 없을 것이므로 미래를 말한다는 것 자체가 공염불이기 때문이다.

정영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jyh1974@nafi.re.kr

 hs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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