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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동남아 출신들 "한국 더위가 더 힘들다"…이유는

등록 2018.07.28 11: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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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프리카' 한국 역대급 폭염에 "아프리카보다 더워"

나이지리아 출신 "아프리카는 건조하게 뜨거울 뿐"

"한국은 너무 습한 열기에 속까지 뜨거워지는 느낌"

남아공 출신 "에어컨 말곤 더위 식힐 방법 마땅찮아"

인도네시아 출신 "고향과 비슷한 날씨여서 견딜만"

방글라데시 출신 "바람 없고 밤까지 더워서 힘들어"

【서울=뉴시스】안채원 기자 = 지난 25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만난 아바(ABBA). 그녀는 연이은 폭염에 아이스크림과 물로 속을 달래고 있다고 했다. 2018.07.26. newkid@newsis.com

【서울=뉴시스】안채원 기자 = 지난 25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만난 나이지리아 출신 아바(ABBA). 그녀는 연이은 폭염에 아이스크림과 물로 속을 달래고 있다고 했다. 2018.07.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안채원 기자 = '대프리카'는 대구의 무더위를 아프리카에 비유해 지칭하는 신조어다. 요즘은 대구를 넘어 대한민국을 전체를 뜻하는 말로 통용된다. '대한민국+아프리카=대프리카'. 전국적으로 연일 폭염 경보가 내려지고 정부는 자연재난이라고까지 선포했다. 한국의 이 정도 더위를 실제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에서 온 외국인들은 어떻게 평할까. 한국인들의 엄살?

 뉴시스가 만난 아프리카 대륙 출신 한국 거주자들은 "아프리카보다 덥다"고 입을 모았다. 체감 더위를 더 높이는 끈적끈적한 습도와 도심의 열섬 현상, 밤까지 펄펄 끓는 열대야 등 때문이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아프리카 전문식당을 운영 중인 아바(Abba)씨는 "한국에 8년째 살고 있는데 이렇게 더운 여름은 처음"이라며 연신 얼굴을 찡그렸다.

 나이지리아 출신인 그녀는 "가만히 앉아있어도 땀이 흐른다"며 "무엇보다 내 속까지 뜨거워지는 것 같아 견딜 수 없다"고 토로했다.

 두 개의 물병이 놓여진 책상에 기대고 있던 아바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그녀는 "이렇게라도 해야 안에 있는 열기가 내려앉는 것 같다"면서 "요즘에는 아이스크림을 최소 두 개 이상 먹는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와 비교했을 때 한국이 더 덥냐는 질문에 그녀는 "당연하다'고 답했다.

 "아프리카가 더운 건 사실인데 아주 건조하게 뜨거울 뿐이에요. 그런데 한국은 더위도 더위지만 너무 습해요. 그래서 더 힘들어요."

 그녀를 힘들게 하는 것은 습기뿐만이 아니다. 그녀는 "무엇보다 이 습한 더위가 24시간 계속된다는 것이 견디기 힘들다"고 했다.

 "나이지리아는 창문을 열어놓으면 바람이 '왔다갔다'해요. 밤에는 열기가 가라앉아서 잠자기도 편하고요. 그런데 서울은 거리가 건물들로 꽉 막혀있어서 '틈'이 없어요. 밤에 열기도 계속되고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디에터(Dieter Justus Harms·34)씨도 이번 더위가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누구보다 여름과 햇볕을 사랑한다는 그는 다양한 야외 스포츠를 즐긴다. 그러나 그 열정도 이번 여름 더위를 이기지는 못했다.

 "한국에서 럭비클럽을 조직해서 운동을 하는데, 더위 때문에 한 달동안 훈련을 쉬었어요. 지난 토요일부터 다시 훈련을 시작했지만 다들 탈진했죠. 지난주에 크리켓 매치도 했다가 모두 더위를 먹었어요."

 그는 남아공도 이만큼 덥다고 했다. 특히 사막 쪽으로 갈수록 더하다. 그는 "부모님이 사시는 지역은 한여름에 45도까지 올라간다"며 "그럴 땐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 모든 사람이 야외활동을 하지 않고 몸을 식힌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에서 에어컨을 켜는 것 외에는 더위를 식힐만한 방법이 없는 게 아쉽다고 했다.

 "남아공에서는 열기를 찬바람으로 바꾸는 필터를 지붕에 설치하기도 하는데 여기는 그런 장치가 없이 온전히 에어컨에만 의존해야 해요. 야외에 가볍게 수영을 할 수 있는 곳도 마땅치 않고요."
【서울=뉴시스】방글라데시인으로 2014년부터 한국에서 체류 중인 모하마드 레젤(Rasel Mohammad·28). 지난 26일 오전에 만난 레젤의 코 끝과 얼굴에 땀방울이 맺혀있다. 2018.07.26. newkid@newsis.com

【서울=뉴시스】방글라데시인으로 2014년부터 한국에서 체류 중인 모하마드 레젤(Rasel Mohammad·28). 지난 26일 오전에 만난 레젤의 코 끝과 얼굴에 땀방울이 맺혀있다. 2018.07.26. [email protected]

동남아시아에서 온 이들은 고온다습한 날씨에 익숙한 듯 상대적으로 '견딜만 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친구와 함께 한국에 여행온 하르니(Harni Subhiarni·43)씨는 히잡의 일종으로 머리를 감싸는 '루싸리'를 두르고 긴팔의 한복을 입었다. 인도네시아에서 왔다는 그녀는 '올해가 한국 최악의 폭염이다'라는 설명에 "그래요?"라며 "나는 괜찮다"고 답했다.

 그녀는 "덥고 습한 게 전형적인 인도네시아 여름 날씨 같다"며 "1년 내내 이어지는 이런 날씨에 익숙해서 그런지 엄청 더워서 못 다니겠다 하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4년째 일하고 있는 방글라데시 출신 레젤(Rasel Mohammad·28)은 "3년 만에 고향에 온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방글라데시도 매우 습해서 한국의 여름이 '더워 죽을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람이 없고 밤까지 더운 것은 조금 힘들다"고 했다.

 "방글라데시는 저녁이 되면 선선한 바람이 불어요. 그런데 한국은 밤이 될수록 덥고 바람 한 점 없는 날이 많아서 힘든 게 있죠." 기자와 대화하는 그의 뺨과 코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여름 낮 최고 기온은 평년보다 4~7℃ 높다. 열대야가 보름 이상 이어지는 곳들도 있다. 폭염은 다음달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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