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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덩이 한반도의 경고'…온실가스 안줄이면 길고독한 폭염 일상화

등록 2018.08.0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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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폭염 연일 한반도 불덩이…낮 기온 40도 돌파

지구온난화로 이상기후 현상…강한폭염 매년 가능

"온실가스 배출 줄이지 않으면 폭염 가능성 높아져"

2050년 폭염연속일수 연간 20.3일, 사망자 250명 이상

2080년 서울 폭염 사망자 1994년과 비슷…1056명 숨져

"대규모 피해 가까운 미래에 예상…정부차원 대책 필요"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9도를 넘어서며 기상 관측 이래 111년 만에 가장 더운 날씨를 보인 1일 오후 서울 성동구 응봉산에서 성수대교 일대가 보이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FLIR 열화상카메라로 촬영한 모습으로 성수대교 일대가 붉게 표시되고 있다. 2018.08.01.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9도를 넘어서며 기상 관측 이래 111년 만에 가장 더운 날씨를 보인 1일 오후 서울 성동구 응봉산에서 성수대교 일대가 보이고 있다.오른쪽 사진은 FLIR 열화상카메라로 촬영한 모습으로 성수대교 일대가 붉게 표시되고 있다. 2018.08.0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배민욱 기자 = 시한폭탄이라도 설치된듯 전국곳곳에서 시내버스 타이어가 연쇄 폭발하고 대형사고가 이어진다. 인명피해는 물론이고 국민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해 대중교통보다는 자가용 이용이 급증, 명절을 방불케 할 정도로 전국적인 교통정체가 진행된다.

 기차선로 역시 고온에 의해 변형되면서 경부선과 호남선 등 고속KTX가 운행을 중단하고 도심지의 경전철 운행도 어렵다. 항공기는 대기온도 상승으로 인한 활주로 거리의 증가로 운항에 심각한 차질을 빚는다. 급기야 고온에 의한 운행중단에 이르면서 총체적 교통지옥을 불러온다.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미래 폭염 시나리오의 한 부분이다.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한반도가 뜨겁게 불타고 있다. 문제는 최악의 폭염이 이번이 끝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독하고 강한 폭염의 공습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올해 폭염은 숱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기상관측이 시작된 1917년 이후 가장 더웠던 1942년 8월1일 대구의 낮 최고기온 40도를 넘어섰다. 1일 강원도 홍천의 낮 최고기온은 41도를 기록했고 서울은 39.6도까지 치솟았다.

 강원도 홍천에 있는 공식 관측소는 이날 오후 4시께 41도를 기록했다. 전국 공식관측소 기록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다. 서울도 뜨거웠다. 같은날 오후 3시36분께 서울 종로구 송월동 공식관측소의 최고 낮 최고기온은 39.6도로 측정됐다. 1907년 기상청이 서울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111년만에 최고 기온을 경신한 것이다.

 서울 간밤의 최저기온이 30도가 넘는 '초열대야' 현상도 나타났다. 7월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15.5일(평년 3.9일), 열대야 일수는 7.8일(평년 2.3일)로 1973년 통계 작성 이후 1994년에 이어 두번째로 많았다.

【서울=뉴시스】안지혜 기자 = 8월 첫 날 서울 낮 기온이 39.6도까지 오르고 강원도 홍천은 41.0도를 기록했다. 비공식 기록인 서울 내 AWS(자동기상관측장비)에서는 강북(서울) 41.8도, 신령(영천) 40.6도, 군위 39.8도, 지보(예천) 39.5도, 달성(대구)39.4도를 기록했다.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안지혜 기자 = 8월 첫 날 서울 낮 기온이 39.6도까지 오르고 강원도 홍천은 41.0도를 기록했다. 비공식 기록인 서울 내 AWS(자동기상관측장비)에서는 강북(서울) 41.8도, 신령(영천) 40.6도, 군위 39.8도, 지보(예천) 39.5도, 달성(대구)39.4도를 기록했다.  [email protected]

온열환자도 급증했다. 지난 5월20일부터 이달 3일까지 열사병 등 온열질환 사망자는 35명에 이른다. 질병관리본부가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운영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많다. 온열질환자도 2967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1036명)과 비교해 3배 가까이 된다.

 올해 최악의 폭염이 나타난 원인은 지구 대기권을 덮은 '열돔'(heat dome) 현상 때문이다. 중국 내륙의 뜨거운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각각 세력을 확장하면서 한국 상공에 두개의 고기압이 겹쳐져 더위가 심해진 것이다.

 전 지구적으로도 적도와 중위도 지방에 걸쳐 이 같은 고기압이 대기권에 생겨 지붕을 이루는 '열돔'이 관측돼 폭염이 덮쳤다. 독한 폭염을 불러온 열돔은 '지구온난화'가 불러왔다. 최근 수년간 여름에는 이상 고온이, 겨울에는 이상 한파가 덮치는 기후 현상에는 온난화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당장 온실가스를 줄이는 등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최강 폭염과 같은 이상기후는 더 빈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립기상과학원 변영화 기후연구과장은 "폭염이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른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는 이상 강한 폭염이 일어날 가능성은 점점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대구=뉴시스】우종록 기자 = 연일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31일 오후 대구시 중구 달성공원 수돗가에서 폭염에 지친 시민이 물을 마시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18.07.31.  wjr@newsis.com

【대구=뉴시스】우종록 기자 = 연일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31일 오후 대구시 중구 달성공원 수돗가에서 폭염에 지친 시민이 물을 마시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18.07.31. [email protected]

독하고 강한 폭염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은 연구결과로도 나오고 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지난 2014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2020년 발생 가능한 폭염 예측 시나리오를 공개했다. 여름의 시작일이 빨라지고 지속기간이 길어지는 가운데 2050년 폭염일수는 현재보다 3~5배 많아지게 될 것으로 예상됐다.

 2020년에는 '이른 폭염과 마른장마', '한 여름 폭염'이 동시 발생한다면 30일이 넘게 지속되는 폭염도 가능하다고 봤다. 장기간 폭염이 지속될 경우 세균성 질환, 면역력 저하 등 폭염에 따른 초과 사망자 수는 1만여명에 달할 수도 있다고 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또 지난해 8월 한반도 미래 폭염 피해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다. 2029년 폭염 연속 일수가 연간 10.7일로 늘고 온열질환 사망자 수도 99.9명에 육박한다고 전망했다. 2050년에는 폭염 연속 일수가 연간 20.3일, 사망자 수는 250명이 넘을 것으로 예측했다.

 기상청도 2050년까지 한반도 평균 기온이 3.2도 상승하고 폭염 일수도 현재보다 약 3배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했다. 환경부 역시 폭염으로 인한 사망 부담이 인구 10만 명당 0.7명(2010년)에서 2036년 1.5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살인적인 폭염이 지속된 1일 오후 세종시 어진동 공공기관 발주 건설현장에 작업자들이 일손을 놓아 텅 비어 있다.  건설현장 관계자는 날씨가 너무 더워 오전에 나왔던 작업자들 대부분이 퇴근했다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이 발주한 건축 토목 공사 현장에서 낮 시간대 작업을 중지하고, 덜 더운 시간대에 일하거나 작업을 몇일 연기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2018.08.01.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살인적인 폭염이 지속된 1일 오후 세종시 어진동 공공기관 발주 건설현장에 작업자들이 일손을 놓아 텅 비어 있다.  건설현장 관계자는 날씨가 너무 더워 오전에 나왔던 작업자들 대부분이 퇴근했다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이 발주한 건축 토목 공사 현장에서 낮 시간대 작업을 중지하고, 덜 더운 시간대에 일하거나 작업을 몇일 연기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2018.08.01.  [email protected]

국립기상과학원과 미국 마이애미대가 공동연구한 '한국의 도시에서 기후변화가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 평가' 보고서에서도 우울한 전망이 나왔다.

 온실가스가 지속적으로 배출될 경우(RCP 8.5 시나리오) 2080년 여름에는 서울에서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1994년과 비슷한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1994년의 경우 최악의 폭염으로 전국에서 3384명이 온열질환으로 숨졌다. 서울에서는 105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보고서는 2030년대 온열질환 사망자 중 노인 비중은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노인들은 폭염에 취약계층이다. 온실가스를 줄이지 못하면 2030년대에는 66% 이상으로 급증할 가능성도 있다.

 변 과장은 "연구 결과에 의하면 2030년대 정도가 되면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그런 기온폭을 뛰어넘는 시기가 될 것"이라며 "역대 한낮 최고 기온을 경신할 수 있는 더위가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래의 여름철은 6·7·8월이 아니라 5월부터 시작해서 9월달에 끝나게 될 확률이 높다. 겨울에서 곧장 여름으로 들어가는 것"이라며 "그 기간에 일 최고기온이 33도가 넘는 날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부산지역에 폭염특보가 23일째 지속되고, 열대야 현상도 16일째 발생하는 등 밤낮으로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2일 오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입구 횡단보도에 설치된 그늘막에서 피서객들이 땡볕을 피하고 있다. 2018.08.02.  yulnet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부산지역에 폭염특보가 23일째 지속되고, 열대야 현상도 16일째 발생하는 등 밤낮으로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2일 오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입구 횡단보도에 설치된 그늘막에서 피서객들이 땡볕을 피하고 있다. 2018.08.02.  [email protected]

정부도 올해 폭염을 재난급으로 평가하고 대응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행정안전부(행안부)는 현재 재난에 준해서 관리하고 있는 폭염을 재난으로 법제화해 정부 차원의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관리체계를 마련한다. 법제화 추진은 의원 발의돼 있는 개정안에 대해 행안부에서 적극 찬성 입장을 밝혀 조속히 개정되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법령이 개정되면 기관별로 위기관리를 위한 표준·실무·행동매뉴얼을 제정해 사전에 체계적인 대처 계획을 수립한다. 필요시에는 중앙·지역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재난지원금 등도 지원된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급격한 기온 변화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업계 관계자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온 상승이 심각하다. 세계기상기구는 폭염이 2020년이면 현재의 두 배, 2040년에 네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폭염 시기는 당겨지고 폭염 일수는 늘어나며 폭염의 강도는 점차 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뉴시스】우종록 기자 = 연일 폭염이 기승을 부린 2일 오후 대구시 동구 신암동 동대구역 광장에 설치된 폭염대비 무더위 그늘막에서 시민과 관광객들이 햇볕을 피해 걸어가고 있다. 2018.08.02.  wjr@newsis.com

【대구=뉴시스】우종록 기자 = 연일 폭염이 기승을 부린 2일 오후 대구시 동구 신암동 동대구역 광장에 설치된 폭염대비 무더위 그늘막에서 시민과 관광객들이 햇볕을 피해 걸어가고 있다. 2018.08.02. [email protected]

그는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된다면 지금 폭염특보 이상의 폭염일수가 2040년에는 거의 여름 내내 발생한다고 봐야 한다"며 "심각한 상황 직전에 와 있다. 정부는 대비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 관계자는 "대규모의 피해가 가까운 미래에 예상되고 있다"며 "폭염을 재난으로 명확히 명시하고 후속대책들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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