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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의원들은 무사통과하는 국회 인사청문회…반전없는 '제식구 감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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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8-10 12: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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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영주 기자 = "장관으로 내정돼 축하합니다. 경륜도 많고 능력도 겸비해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9일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로 지목된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한 여야 의원들의 격려가 이어졌다. 여당의 '제 편 감싸기'를 넘어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개호 의원=장관'이 당연시되는 분위기였다.

 '금배지를 달면 청문회는 프리패스(Free Pass) 된다'는 말이 어김없이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국회의원 출신이 아니면 득달같이 날카로운 질문 공세를 펼쳤던 야당의 칼날도 이날만큼은 무뎌졌다. 국회의원이라는 지나친 동료애는 장관 자질을 검증해야 할 자리를 '물 청문회'로 만들었다.

 이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배우자의 불법 건축물 논란과 아들의 금호아시아나그룹 특혜 입사 의혹 등 가족 문제들에 대한 야당의 강한 질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청문회 질의 시작 전 이 후보자 가족 신상에 관한 자료제출까지 요구하며 단단히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질의에 들어서자 촌철살인 같은 질문이나 후보자의 진땀을 빼는 송곳 공격은 좀처럼 목격되지 않았다. 심지어 과거 석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그동안 청문회에서 단골소재로 등장한 논문 표절 의혹을 물고 늘어져 장관 후보자를 낙마시켰던 과거 태도와는 대조적이다.

 오히려 이 후보자의 장관 임명을 당연시하는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은 "장관 지명을 축하한다. 농민들도 지명을 환영하더라"고 반겼다. 같은 당인 김성찬 의원도 "임기가 끝날 때까지 열심히 해달라"고 격려했다. 경대수 한국당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을 이 후보자를 "장관님"이라고 불러 정정하기도 했다.

 지난 2000년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이래 18년 동안 현역 국회의원들의 낙마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고위공직자의 능력과 자질, 도덕성 등 공직자로서의 적격적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만든 인사청문회가 유독 현역 의원에게만 관대한 것이다.

 인사청문회는 의원들의 동료애나 우정을 과시하는 자리가 아니다. 국민을 위한 적시 적소의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인재를 가리기 위한 자격을 검증하는 중요한 자리다. 무조건적인 비판이 옳은 것은 아니지만, 의원들의 '제 식구 감싸기'는 국민이 원하는 청문회가 아니다.

 후보자의 도덕성·정책 검증과정에서 비(非) 국회의원 출신들과 다른 이중잣대를 계속 들이밀 경우 의원들을 향한 국민의 신뢰는 더욱 추락할 수밖에 없다. 제식구는 감싸고 다른 이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국회 인사청문회에 대한 무용론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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