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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국립 발레단·현대무용단이 안무가를 육성하는 까닭

등록 2018.08.10 17: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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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슬기 안무작 '스몸비'

박슬기 안무작 '스몸비'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발레리나·발레리노의 평소 동작이 아니었다. 꼿꼿함으로 신체의 코어를 중심에서 위쪽에 둬야하는 발레와 달리, 몸은 좌우 또는 대각선으로 향했다. 발레에서 곡선을 그려야 하는 팔 동작도 직선에 가깝게 움직였다.

4, 5일 강동아트센터 소극장에서 펼쳐진 'KNB 무브먼트 시리즈'의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박슬기 안무작 '스몸비(Smombie)'는 '컨택트'를 떠올리게 했다. 독일 작곡가 닐스 프람의 모던한 음악에 맞춘 움직임은 흡사 현대무용 또는 대사와 노래가 없는 '컨택트'와도 같았다. 핸드폰에 지배당한 현대인을 고찰하는 이 작품은 무용수들이 스마트폰 액정 화면을 연상케 하는 조명에 갇힌 채 마무리됐다.
 
국립 무용단체들이 안무가 발굴에 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강수진 단장 겸 예술감독이 부임한 2015년부터 시작한 국립발레단 'KNB 무브먼트 시리즈'는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다. 소속 무용수들의 잠재적인 안무 능력을 발굴해 차세대 안무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 육성한다.

실제로 국립발레단 무용수들은 안무가로서도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탱고의 감성과 음악을 춤으로 풀어낸 안무작 '콰르텟 오브 더 솔'로 주목받은 박슬기는 이번에 '스몸비'로 단순히 동작을 새롭게 만드는 것뿐 아니라 메시지도 담아냈다.

첫 안무작 '빈집'을 시작으로 매년 감각적인 선곡과 스토리텔링으로 무장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는 이영철은 이번에 '오만과 편견'을 통해 여성의 심리를 춤으로 그려냈다. 현대 미술가 올라푸르 엘리아손 전시에서 공연한 '흉터'의 주인공 송정빈은 그리스 신화에서 영감은 얻은 '포모나와 베르툼누스'로 클래식한 발레를 선보였다.

이은경 안무작 '무용학 시리즈'

이은경 안무작 '무용학 시리즈'

국립현대무용단과 국립무용단은 외부 안무가의 작업으로 레퍼토리 확장은 물론 스펙트럼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2016년 말 안성수 예술감독 취임 후 외부 소통을 적극적으로 꾀하고 있는 국립현대무용단은  9월 6~9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안무 공모 프로젝트인 픽업스테이지 '스텝업'을 선보인다.

안무 공모에서 선정된 기존의 창작물에 국립현대무용단의 안정된 제작 시스템을 지원, 보완 작업을 거쳐 완성도 높은 레퍼토리로 발전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배효섭의 '백지에 가닿기까지', 이은경의 '무용학시리즈 vol.2: 말, 같지 않은 말', 정철인의 '0g'이 선정됐다.

춤 비평가 장광열씨는 "강수진, 안성수 예술감독의 공공성에 대한 인식이 반영됐다"면서 "국립 단체는 관객과 다양하게 소통하는 시도가 있어야 하는데,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관객과 교류를 하겠다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이라고 봤다.

"국립발레단의 경우 대작 위주로 작품을 선보이면 관객들도 가격이나 규모 면에서 부담을 느낄 수 있는데, 비교적 규모가 작은 무용수들이 안무한 작품으로 소통이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국립발레단 드미 솔리스트 김명규가 올해 처음 안무가로 변신해 '춘향전'의 몽룡을 7명으로 늘린 퓨전 춘향전 '이몽룡아~~~~~~~'가 대표적이다. 아이돌 그룹의 이미지가 겹쳐지는 군무와 코믹한 설정으로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김명규 안무작 '이몽룡아~~~~~~~'

김명규 안무작 '이몽룡아~~~~~~~'

장 비평가는 외부의 떠오르는 안무가들과 작업하는 국립현대무용단에 대해서는 "공공성의 확대"라고 해석했다. "무용수들에게는 국립현대무용단과 작업했다는 경력이 해외에서 활동하거나 작업할 때 플러스 요인도 될 것"이라고 짚었다.

국립극장 전속단체인 국립무용단도 '2018~2019 레퍼토리 시즌'을 발표하면서 내년 4월 25~27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단원들이 안무가로 변신하는 '넥스트 스텝 II'을 포함시키는 등 한동안 무용계의 안무가 발굴 또는 육성 프로그램이 활기를 띨 전망이다.

이런 흐름은 각 단체의 레퍼토리 확대에도 도움이 된다.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강효형은 현직 발레단원으로 드물게 지난해 전막 발레 안무작 '허난설헌-수월경화(水月鏡花)'로 호평 받았다.

그녀는 2015년 'KNB 무브먼트 시리즈' 프로젝트에서 선보인 '요동치다'로 작년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제26회 브누아 드 라 당스’의 '안무가'(Choreographer) 카테고리에 노미네이트된 무용수다. '허난설헌-수월경화'는 평창동계 올림픽의 문화올림픽 프로그램으로 올해 2월 평창 공연도 했다.

장 비평가는 "강 감독이나 안 감독은 해외에서도 활약한 분들이라 국제적인 감각이 있다"면서 "좋은 발레단과 좋은 무용단은 질이 좋은 레퍼토리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분명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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