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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임경묵 '체 게바라 치킨 집'·김선재 '목성에서의 하루'·구재기 '휘어진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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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8-14 06:56:00  |  수정 2018-08-16 14:2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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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체 게바라 치킨 집

2008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한 임경묵 시인의 첫 시집이다. 시인의 내면을 관통한 '골목의 감정'이 오롯이 담겼다.

'족제비는/ 꼬리에 힘을 완전히 빼고/ 뾰족한 주둥이를 물속에 처박은 채/ 무논을 떠돌며/ 이제부터 초식의 시간을 가질 모양이다// 무논은/ 물꼬를 최대한 오므리고/ 꼬리부터 천천히 족제비를 녹여 먹을 모양이다/ 곡우(穀雨) 무렵까지/ 육식의 습관을 지닐 모양이다'('육식의 습관' 중)

'일기예보에 한때 우박이 내린다고 했는데/ 섬모 같은 빗줄기가 비칠거린다/ 검은 비닐봉지가 맨홀 뚜껑에 납작 엎드려 있다/ 철거 딱지가 붙은 판잣집이, 거웃만 가린 담장이, 무당집 붉은 깃발이 젖는다/ 나팔꽃이 담장을 넘다가 들킨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젖는다'('골목의 감정' 중)

임 시인은 저자 서문에서 "골목 저편엔/ 언제나/ 저녁의 살점을 파먹는/ 낯익은 고음들···", "나는 이 골목에 소속되어 있다"고 말한다. 168쪽, 문학수첩,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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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성에서의 하루

김선재 시인의 두번째 시집이다. 김씨는 2006년 '실천문학'에 소설, 2007년 '현대문학'에 시를 발표해 문단에 나왔다.

조강석 문학평론가는 "이 시집은 자신의 자취를 조정하는 내밀한 방에 비견된다"며 "변화무쌍한 자취를 조율하는 시어는 안과 바깥, 위와 아래라는 물리적이고 심리적인 '방위사(方位辭)'들이 시집 곳곳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면서 공간의 규모를 수시로 조절한다"고 평했다.

'웅크렸던 새들이 날아올라요/ 하나인 것처럼/ 둘인 것처럼/ 빛이 퍼져나가듯/ 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지듯/ 잎들이 흔들리는 거기에는/ 어깨와 어깨가 모여들어/ 젖은 바깥이 안이 되는/ 거기에는/ 내가 있고 내 뒤에는/ 바닥없는 당신이 있어서/ 기척 없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아도/ 내일은// 사람이 되어요/ 다시없는,/ 사람들이 되어요'('머리 위의 바람' 중)

'하루아침에/ 다른 얼굴이 되어/ 각자의 주름 사이로 몸을 숨기고// 검게 그을렸다'('오늘 하루 무사하리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중) 144쪽, 문학과지성사,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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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어진 가지

197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구재기 시인이 썼다.

'아침 햇살이/ 너무 고와서// 큰 소리로/ 노래하며/ 하루를 지내다가도// 어둠이 몰려오는 건/ 어이하리오// 저녁 이슬/ 몇 방울에/ 두 눈을 적시고는// 노래하던 입마저/ 꼬옥 다물고 있네요'('나팔꽃' 전문)

'데구루루/ 가랑잎 무리져/ 잘도 굴러가는데// 바람은/ 머리칼 하나/ 보이지 않는다'('심증론' 전문)

구 시인은 "벌써 40년 넘어 시와 함께 살아온 셈이 된다"며 "문득 시집을 보내주신 한 원로 시인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렸더니 오히려 '너무 시집이 흔해서 시집 받았다고 인사하는 이들이 귀한 시대입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씀으로 보내주신 답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그 순간 가슴이 찡, 저려왔다. 울컥, 뜨거운 덩어리가 깊은 곳으로부터 치솟아 오르는 듯 했다. 그러나 나는 또 시집을 펴내고, 그 속의 내 시는 아직도 짙은 안개 속에 싸여있다. 이제부터 내 시는 어떠한 대상도 없는 싸움이다. 햇살 한 줌을 향하여 내 스스로 싸움을 즐기면서 종심의 오기와 함께 걷기로 한다." 124쪽, 황금알, 9000원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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