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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핫이슈]리라화 쇼크에 글로벌 경제 흔들…진정 국면 들어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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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8-18 09:00:00
美 제재 우려에 10일부터 2거래일간 리라화 20% 폭락
1997년 외환위기 재연 공포에 미국·유럽·아시아 증시 하락
아르헨티나·남아공·멕시코·브라질 등 신흥국 통화도 급락
터키, 시장안정화조치 시행…카타르에 투자 유치 SOS도
잇단 긴급 대책으로 리라화 14일부터 사흘간 17% 반등
美와 브런슨 목사 석방 문제 해결 안돼 불안 요인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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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카라=AP/뉴시스】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13일 대통령궁에서 해외주재 터키 대사들을 불러모은 공관장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터키가 경제 본질 가치와는 상관없는 경제적 '포위' 상태에 빠져 작금의 통화 위기가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2018. 8. 13.
【서울=뉴시스】 터키 리라화 쇼크가 한 주 동안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다. 미국의 경제 제재에 대한 우려로 리라화 가치가 20% 이상 급락하자 신흥국 통화와 글로벌 증시가 요동쳤다.

 터키 정부와 금융당국의 시장 안정화 조치 등으로 리라화 폭락세는 진정 국면에 들어섰지만, 미국과의 갈등은 오히려고조되고 있어 향후 추가적인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테러·간첩 혐의로 터키에 억류돼 있는 앤드루 브런슨 목사의 석방 문제가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터키와 브런슨 목사의 석방 협상에 진척이 없자 지난 10일 자신의 트위터에 "터키에 대해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2배로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미국의 경제 제재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면서 외환시장에서는 리라화 투매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 9일 달러당 5.5426 리라 수준이던 환율은 10일 6.4275 리라로 급등했고 주말을 지난 13일에는 6.8846 리라까지 치솟았다. 환율 상승은 통화 가치 하락을 뜻한다. 이틀 동안 리라화 가치가 20% 가까이 추락한 셈이다.

 글로벌 증시에도 후폭풍이 몰아쳤다.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0일부터 2거래일 동안 321%(1.26%)나 급락했다. 같은 기간 동안 유로스톡스 50지수는 2.42% 하락했다. 터키에 관련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규모가 큰 유럽 은행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같은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급격히 확산되면서 일본(-3.28%), 한국(-2.40%), 인도(-1.00%)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급락했다.

 외환시장도 크게 흔들렸다. 10일부터 2거래일 동안 아르헨티나 페소(-6.23%),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5.10%), 멕시코 페소(-2.24%), 브라질 헤알(-2.12%), 러시아 루블(-1.55%), 인도네시아 루피(-1.27%) 등 신흥국 통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했다. 올해 들어 미국의 금리 인상과 글로벌 무역 전쟁 등에 대한 우려로 신흥국 통화들이 약세를 이어가던 상황에서 리라화 쇼크라는 돌발 악재가 터지자 시장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터키는 외환 위기에 대한 공포가 극에 달하자 13일 서둘러 시장 안정화조치를 내놨다. 터키중앙은행(TCMB)은 은행들의 지급준비율을 250bp(1bp=0.01%포인트), 비핵심 외화부채의 지준율을 400bp 인하하는 등 금융 시스템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은행규제감독국(BDDK)은 13일 은행의 통화 스와프, 외국환 선물거래 등의 거래를 자기자본의 50%로 제한한데 이어, 15일 이 비율을 25%까지 추가로 낮췄다. 은행들이 시장에 리라화를 풀어놓을 수 있는 능력을 크게 제한한 것이다. 여기에 터키 재무부는 16일 정부 부처 경비를 10~30% 삭감하는 등 재정을 긴축하겠다고 밝혔다.

 터키는 또 강력한 동맹국인 카타르에 지원 요청을 보냈다. 터키 대통령궁은 15일 카타르 정부가 터키에 150억달러(약 16조9425억원) 규모의 직접 투자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터키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 108억 달러보다도 더 큰 규모다.

 이같은 비상 조치에 리라화는 반등에 성공하는 모습이다. 달러 대비 리라화 환율은 14일부터 사흘 연속 하락(통화가치 상승)해 16일 5.8246 리라까지 떨어졌다. 사흘 동안 통화 가치가 17% 이상 반등한 셈이다. 리라화 폭락세가 진정되자 글로벌 증시와 외환시장도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 요소는 남아 있다. 브런슨 목사의 석방 문제를 두고 미국과 터키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양국 갈등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16일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터키 정부가 브런슨 목사를 즉각 석방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할일이 더 많을 것"이라며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지난 13일 세르다르 킬리츠 주미 터키대사를 만나 "브런슨 목사가 석방되기 전까지 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터키 외환시장이 미국의 제재 조치 발표 때마다 크게 흔들렸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과 같은 혼란이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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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캐비넷룸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8.08.17
하지만 터키 정부는 미국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터키 정부는 15일 미국산 자동차(120%), 주류(140%), 잎담배(60%) 등에 고율의 보복 관세를 부과했다. 브런슨 목사의 석방 문제에 대해서도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16일 앙카라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어떤 사람이 혐의를 받고 있다면 국적과 관계없이 사법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터키의 경제 상황이 신흥국 중에서도 가장 불안하다는 점도 위험 요인이다.

 터키의 인플레이션은 16%에 달하고 쌍둥이(경상수지·재정수지) 적자도 심각한 상황이다. 또 외화 표시 부채 비율은 70%에 달해 자국 통화 가치가 하락할 경우 지급 여력이 급격히 위축된다. 리라화는 최근 회복세를 나타냈지만 여전히 연초와 비교하면 37% 가량 낮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금리 인상과 미국과의 관계 개선 등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터키 양대 재계 단체인 투시아드(TUSIAD)와 토브(TOBB)는 지난 14일 성명을 통해 "환율 안정을 위한 통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두 단체는 또 재정 긴축과 미국과의 분쟁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제안했다.
      
 에버딘 스탠더드 인베스트먼트의 신흥시장 포트폴리오매니저 케빈 댈리는 지난 13일 마켓워치에 "지금까지 발표된 대책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과 미국과의 긴장 완화 없이는 통화가 계속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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