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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아시안게임, 미녀검객·축구얼짱···꼭 이렇게 불러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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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8-25 06: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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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인도네시아)=뉴시스】추상철 기자 =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막후 첫 경기가 펼쳐진 19일(현지시각) 오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터네셔널 엑스포(JI EXPO)에서 무릎 부상으로 우슈 투로(검술) 출전을 포기한 서희주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8.08.19.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미녀 검객', '축구 얼짱'···.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여자 선수의 외모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계·동계 올림픽은 물론 국제 스포츠 대회가 열릴 때마다 반복되는 현상이다.
 
우슈 서희주(25·한국체대), 펜싱 김지연(30·익산시청) 최수연(28·안산시청), 축구 이민아(27·고베) 등에게 '미녀 태극전사'라는 수식이 꼬리표처럼 따른다. 낭자, 처녀, 소녀, 아가씨 등의 호칭도 난무한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는 물론 뉴스에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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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아무리 운동 기량이 뛰어난 여성이라도 궁극적인 가치는 '결국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우슈 여자 투로 장권 검술·창술에 출전하려다가 부상으로 기권한 서희주가 눈물을 흘리자 "예쁜 얼굴이 눈물로 뒤범벅된 모습" 운운하며 안타까움을 더욱 강요한 것이 예다. 운동선수 개인 소셜미디어에 들어가 '사복'을 입고 찍은 예쁜 모습을 퍼나르는 것에도 열심이다.

 2016년 비교적 작품성을 인정받은 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에서 진짜 역도선수의 몸과 달리 팔다리가 긴 '미녀'인 배우 이성경(28)이 주인공 역도선수 역을 맡을 수밖에 없었던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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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윤김지영 교수는 "여성외모에 대한 평가권력을 사회가 가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나타내며 아름다운 여성이자 기록 보유자여야만 스포트라이트 받을 수 있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다른 여성 체육인들에게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강요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런 무의식적인 사회의 강요 행위에 반발한 여성 운동선수도 있다. 뉴질랜드 레슬러 토니 스톰(23)이다. 그녀는 세계적인 권위의 미국 레슬링단체 WWE에 거절 당한 사실을 알리며, 유명 배우와 닮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폭로했다. "여성 레슬러도 남자처럼 훈련 받았는데 WWE는 계집애처럼 경기하라고는 했다"고도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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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인도네시아)=뉴시스】최진석 기자 = 19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김지연이 수상 뒤 기뻐하고 있다. 2018.08.19.myjs@newsis.com
그녀는 자신이 외모를 어떻게 가꾸고 무슨 옷을 입고 경기에 나서야 하는지 관심을 가지는 것이 싫다고 했다. WWE에서도 지난해 결국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일본에서 대활약한 스톰이 WWE의 매 영 클래식에 참여한 것이다.

하지만 남성중심의 사고가 여전히 공고한 대한민국에서 여성 운동선수를 바라볼 때, 외모에 방점을 찍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는 대선 후보로 나선 지난해 유세 도중 노점 주인이 "과거 운동선수였다"고 본인을 소개하자 "운동선수치고는 미녀"라고 말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런 인식은 어디서나 흔하다.

한편에서 이런 사례에 대해 '젠더 감수성의 부재'를 지적해도 의례적인 형평 맞추기로 치부할뿐이다. 특히 이런 의식을 쉽게 바꿀 수 없는 이유는 '외모가 예쁘다는 칭찬인데 무엇이 문제냐'라는 사고방식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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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뉴시스】배훈식 기자 = 제18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여자축구 대표 이민아가 1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밝은 표정으로 출국 수속을 기다리고 있다. 2018.08.13. dahora83@newsis.com
윤김 교수는 "한사람의 외모나 신체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 방향이라면 이를 반드시 이야기해야한다는 강박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긍정적 외모평가는 부정적 외모에 대한 비교우위로서만 존재하기 때문에 외모에 의한 서열구조를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여성들이 미러링, 즉 상대방의 행위를 재현해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인 '혐오 되돌려주기'로 남성들의 외모 등 조건을 과도하게 평가하는 현상도 수긍 못할 것이 아니다.
 
윤김 교수는 "언론, 여성 체육인들의 기량과 실력 하나 만으로도 다각적 코멘트를 할 수 있는 것이 체육 해설자와 언론의 역할"이라고 짚었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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