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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파업 노조' 강경 진압, MB청와대가 최종 승인

등록 2018.08.28 12: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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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강희락 만류에도 청와대 접촉해 병력투입

인터넷 대응팀 운영하며 '진압 정당화' 여론전 펼쳐

조사위 "공권력 과잉 행사 사과·손배소 취하" 권고

【평택=뉴시스】강종민 기자 = 쌍용자동차 공권력 투입 이틀째인 5일 경찰특공대원들이 조립 3.4공장에 진입하자 옆 건물에서 검붉은 불꽃이 일고 있다.  ppkjm@newsis.com

【평택=뉴시스】강종민 기자 = 쌍용자동차 공권력 투입 이틀째인 5일 경찰특공대원들이 조립 3.4공장에 진입하자 옆 건물에서 검붉은 불꽃이 일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예슬 기자 = 2009년 경찰이 쌍용차 노동조합원들을 과잉 진압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사전에 보고를 받고 이를 승인한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조현오 경기경찰청장은 직속상관인 강희락 경찰청장과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를 직접 접촉해 경찰병력 투입 여부를 설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2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쌍용차 사건에 대한 인권침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진상조사위는 경찰청에 공권력의 과잉 행사에 대해 사과하는 동시에 관련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취하할 것을 권고했다.

 쌍용차 사건이란 2009년 쌍용차 노조가 사측의 구조조정에 반대해 평택 공장 점거 농성을 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사측과 협조해 경찰특공대를 투입하고 대테러장비를 사용해 강제진압한 것을 의미한다.

 조사위는 사측의 구조조정에 반대해 노조가 옥쇄파업에 들어가자 경찰이 강경한 기조의 '쌍용자동차 진입 계획'을 수립한 것을 경찰청 내부문서를 통해 확인했다. 이 문서에는 사측의 경찰권 발동 요청서 접수, 법원의 체포영장·압수수색영장 발부, 공장 진입 시 사측과 동행, 단전·단수 등 공장 내 차단 조치 계획, 체포한 노조원들의 사법처리 등이 포함돼 있다.
【평택=뉴시스】이동훈 기자 = 쌍용자동차 파산신청 예정일인 5일 오전 경찰병력이 공장내로 진입한 가운데 곳곳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등 긴박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photoguy@newsis.com

【평택=뉴시스】이동훈 기자 = 쌍용자동차 파산신청 예정일인 5일 오전 경찰병력이 공장내로 진입한 가운데 곳곳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등 긴박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email protected]

조사위에 따르면 2009년 8월4~5일 강제진압 작전의 최종 승인은 청와대에 의해 이뤄졌다. 이 양일간의 작전에 대해 당시 강 전 경찰청장과 조 전 경기청장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청와대가 병력 투입 여부를 직접 결정했다.

 강 전 청장은 노사 협상의 여지가 있어 시간을 더 가질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상황이었다. 조사 결과 경찰병력이 공장에 대규모로 진입할 당시 강 전 청장이 이 사실을 보고받지 못했고, 조 전 청장이 5일 재차 병력을 투입하려고 하자 진압작전을 중지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조 전 청장은 본청장의 지시에도 강제진압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철회하지 않았다.

 문서상 최종 결재는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에 의해 이뤄졌으나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도 보고가 올라갔을 것으로 조사위는 추정했다. 다만 조사위는 구치소에 있는 이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해 소명 기회를 주지 못한 만큼 이번 발표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이름을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진압에는 대테러 장비로 분류된 테이저건과 다목적발사기, 유독성 최루액, 헬기 등이 이용됐다. 다목적발사기 등은 테러범이나 강력범 진압 등 직무수행에 맞게 사용돼야 함에도 파업 중인 노조원을 향해 사용됐다는 점이 위법하다고 조사위는 판단했다.

 경찰이 노조원에게 헬기로 최루액을 투하하거나 저공비행해 시위대를 해산하는 소위 '바람작전'을 펼친 점도 문제삼았다. 경찰은 파업기간 동안 헬기 6대를 동원했고 출동 횟수 296회 중 최루액을 투하한 것은 211회나 됐다.

【평택=뉴시스】이승호기자 = 5일 쌍용자동차 경기 평택공장 앞에서 한 시민이 쌍용차 직원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해 쓰러져 있다.  이날 오전 9시께 거리를 청소하겠다며 쏟아져 나온 쌍용차 직원 2000여명은 시민단체 회원들과 격렬하게 충돌했다. 일부 흥분한 직원은 시민과 장애인, 취재진까지 폭행했다. <관련기사 있음>  jayoo2000@newsis.com

【평택=뉴시스】이승호기자 = 5일 쌍용자동차 경기 평택공장 앞에서 한 시민이 쌍용차 직원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해 쓰러져 있다. 이날 오전 9시께 거리를 청소하겠다며 쏟아져 나온 쌍용차 직원 2000여명은 시민단체 회원들과 격렬하게 충돌했다. 일부 흥분한 직원은 시민과 장애인, 취재진까지 폭행했다.<관련기사 있음> [email protected]

국방과학연구소는 최루액의 주성분인 CS와 용매인 디클로로메틴은 2급 발암물질이고 고농도에서는 삼아까지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찰은 이 최루액을 노조원에게 6월25일부터 8월5일까지 약 20만ℓ나 살포했다.

 경찰은 쌍용차 파업과 관련해 정부에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홍보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조 전 청장의 지시에 따라 경기청 경찰관 50여명으로 구성된 '쌍용차 인터넷 대응팀'을 구성해 댓글공작을 벌인 점이 조사 결과 드러났다.

 조사위는 "인터넷 기사나 동영상 등을 실시간으로 검색해 편향적 댓글을 다는 등 대응활동을 했다"며 "이 같은 활동은 경찰의 정당한 업무범위를 벗어난것이라고 판단했다.

 노조 측은 최근 사측에서 노조를 와해할 목적으로 비밀 문건을 작성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문건에는 즉각 공권력이 투입될 수 있도록 사측과 경찰 등 관계기관이 사전 협의를 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평택=뉴시스】강종민 기자 = 쌍용자동차 공권력 투입 이틀째인 5일 경찰특공대원들이 조립 3.4공장에 진입해 한 노조원을 연행(왼쪽)하고 있다.  ppkjm@newsis.com

【평택=뉴시스】강종민 기자 = 쌍용자동차 공권력 투입 이틀째인 5일 경찰특공대원들이 조립 3.4공장에 진입해 한 노조원을 연행(왼쪽)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유남영 진상조사위원장은 "해당 문건 자체를 체계적으로 분석하지 않아 경찰과 회사가 짜고 노조를 와해시키려 했다는 측면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다만 진압과정에서 공조체계가 이뤄졌다는 점은 밝혀졌다"고 말했다.

 진상조사위는 "이 사건은 청와대의 승인에 따라 정부가 노사자율로 해결할 노동쟁의 사안을 경찰의 물리력을 통해 해결하려고 한 사건"이라며 "정부는 이 사건 파업 이후 노동자들과 가족들에게 이뤄진 피해에 대해 사과하고 명예회복과 치유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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