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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김이강 '타이피스트'·육근철 '설레는 은빛'·이대흠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등록 2018.08.29 06: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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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김이강 '타이피스트'·육근철 '설레는 은빛'·이대흠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타이피스트

2006년 '시와 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한 김이강의 두 번째 시집이다. 빛과 어둠으로 세계를 드러내는 독창적 시선을 연출한다.

빛과 어둠의 또 다른 구실은 그들 아래 혹은 위에 있는 질료 자체의 질감을 더욱 생생하게 만드는 것이다. 시에서 어둠은 시의 질료와 분위기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끔 시선을 유도한다.

'애인이 손을 따 주었습니다/ 체했거든요/ 아름답고 따뜻한/ 겨울밤이었습니다// 애인은 바늘로 찔렀습니다/ 엄지손가락에서/ 피가 날 만도 한데// 애인과 나는 깔깔깔 웃었습니다/ 엄지손가락에 송송송 구멍만이 남았거든요/ 아름답고 따뜻한/ 겨울밤// 우리는 어떻게 이곳에 왔을까요'('나는 어떻게 걱정을 멈추고 폭탄을 사랑하게 되었을까' 중)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았던 다리가 앙상하게 빛납니다/ 물결이 빛나고요/ 가로등이 빛나고요/ 사람들이 걸어갑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았던 사람들이 동전을 던집니다/ 바닥에는 모자가 있고요/ 석상 하나가 슬픔에 차 있습니다'('다리가 있는 강가' 중)

'아버지가 오래 다듬어 놓았던 길로 걸어 나가서 수북한 식량들을 가지고 돌아왔을 때 생각했어요 기다리는 것은 오지 않는다고 모두가 단단해져 가는 동안 오로지 엷은 피부의 당신만이 이토록 수북하게 마음을 들여 이 여름을 연장하고 있다고// 어느 날 꾼 꿈속에서 우물 속으로 들어간 당신은 비밀을 발견한 것처럼 저 깊은 바닥에서 외쳤죠 우리의 숲은 끝나지 않는 것이란다, 끝나지 않는 동안 숲이야'('우리의 숲은 끝나지 않는다' 중) 126쪽, 9000원, 민음사
[시]김이강 '타이피스트'·육근철 '설레는 은빛'·이대흠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설레는 은빛

'시와 정신'으로 등단한 육근철 공주대 물리교육학과 명예교수의 다섯 번째 시집이다. '넉줄 종장시'(시조의 종장인 3·5·4·3 형식을 빌려 쓴 15자의 짧은 시)를 통해 긴장과 압축의 미학을 실현했다. 220여 작품이 담겼다.

'산 벚꽃/ 쏟아지는 강/ 반짝이는/ 잔물결'('꽃비' 전문)

'두 쪽지/ 사랑의 편지/ 이 꽃 저 꽃/ 배달부('나비' 전문)

'골목길/ 비 젖은 낙엽/ 구멍 난/ 가을 저녁'('가을비' 전문)

 시인은 "넉줄 종장시는 누구나 항상 새로운 시심을 갖고 시를 지을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자연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어 맑고 밝은 시심을 갖고 시심을 연마하는 데 유용하다. 또 짧고 단순하고 감동받기를 좋아하는 현대인들에게 있어 필요한 시라 할 수 있다." 176쪽, 1만원, 밥북
[시]김이강 '타이피스트'·육근철 '설레는 은빛'·이대흠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1994년 '창작과 비평'에 '제암산을 본다' 외 6편을 발표하며 등단한 이대흠의 다섯번째 시집이다. 삶의 비의와 본질에 가닿는 사유의 깊이와 시선이 느껴지는 따듯한 시편들이 실렸다.

'강으로 간 새들이/ 강을 물고 돌아오는 저물녘에 차를 마신다// 막 돋아난 개밥바라기를 보며/ 별의 뒤편 그늘을 생각하는 동안// 노을은 바위에 들고/ 바위는 노을을 새긴다// 오랜만에 바위와/ 놀빛처럼 마주 앉은 그대와 나는 말이 없고// 먼 데 갔다 온 새들이/어둠에 덧칠된다// 참 멀리 갔구나 싶어도/ 거기 있고// 참 멀리 왔구나 싶어도/ 여기 있다('천관(天冠)' 전문)

'달이 빛나서 북천이 밝습니다/ 북천이 밝아서 당신이 보입니다/ 나를 보고 웃는 낯빛이 고요합니다// 단 하나의 사랑을 지어 달로 띄워 올립니다'('북천의 달빛' 전문)

'아버지는 어머니가 평생 흘려 모아 말린 별씨를 들고/ 어느날 훌쩍 하늘밭으로 가버리셨다// 서쪽 하늘에 움 돋는 눈물별// 구석에 버려진 조각 비누 같던 한생이/ 문득 아주 버려진 날'('눈물별' 전문) 118쪽, 8000원,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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