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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교정 치과 피해자, 카드 잔여할부금 안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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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9-02 12:00:00
신용카드사, 피해자 할부 항변권 행사 수용키로
공정위, 지자체에 할부거래법 위반 과태료 부과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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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무이자 할부 이벤트 등을 통해 환자를 유치한 후 인력 부족을 이유로 비정상적인 진료를 행한 서울 강남의 투명교정 치과. 뉴시스 사진자료
【세종=뉴시스】변해정 기자 = 고액의 교정치료비를 선납하고도 정상적인 진료를 받지 못한 서울 강남구의 '투명교정 치과의원'(투명치과) 피해자들이 잔여 할부금을 내지 않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신용카드사가 투명치과 피해자들이 행사한 할부 항변권을 모두 수용하기로 했다고 2일 밝혔다.

항변권이란 물품 또는 서비스를 할부 거래한 뒤 정당하게 청약을 철회했거나 가맹사업자가 계약을 불이행했을 때 소비자가 카드사에 잔여 할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카드사의 항변권 수용은 지난달 27일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투명치과의 채무불이행 책임을 인정한 데 따른 조처다. 위원회는 투명치과 피해자 3794명이 진료비 환급을 요구하며 소비자원을 통해 신청한 집단분쟁조정에 대해 '진료비 전액을 환급하라'고 결정했다.

이번 사태는 병원 재정이 어려워 장기간 요하는 치아교정 진료·치료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도 신용카드 무이자 할부 이벤트로 환자를 유치하면서 불거졌다.

진료비를 선납한 후 교정 치료를 받던 중 올해 5월부터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수일간 휴진했다. 특히 치료를 받은 후 국수조차 이로 씹지 못하거나 발음이 새는 부작용을 겪는 환자가 속출하는데도 선착순이나 예약 인원에 대한 부분 진료만 하고 있다. 부분 진료 과정에서도 담당 의사가 자주 교체돼 사실상 의사의 정기적인 확인·점검이 이뤄지지 않는 상태다.

결국 피해자들이 경찰에 고소해 원장은 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지만, 할부 결제한 카드값이 계속 빠져나갔다.

피해자들은 카드사에 잔여 할부금을 더이상 청구하지 말아달라는 항변 의사를 통지했지만, 카드사는 투명치과가 폐업하지 않고 어떠한 형태로든 진료를 지속하는 이상 항변권을 인정할 명백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불수용 입장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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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경찰서 홈페이지에 게시된 강남구 투명교정 치과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고소 방법 안내문. 뉴시스 사진 자료
피해자들은 항변권 수용을 요구하며 소비자원을 통해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했다. 

공정위도 피해자 면담과 카드사 간담회 등을 통해 항변권 현황 파악에 나섰다.

홍정석 공정위 할부거래과장은 지난달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카드사도 투명치과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피해자에게 해당 할부금 청구를 유예하는 등 나름대로의 보호 조치는 취하고 있었다"면서도 "이와 별개로 원장이 실질적으로 진료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임에도 편법적인 방법으로 진료가 되고 있다고 강력히 주장했기에 판단기관이 아닌 카드사로서는 항변권을 수용하기 어려웠던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소비자분쟁조정위의 투명치과 채무불이행 책임 인정 결과를 받아들여 모두 수용키로 했다"며 "이미 항변 의사를 표시했거나 향후 표시하는 피해자들은 잔여 할부금을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카드사에 항변권을 통지한 후에 납부한 할부금이 있는 피해자는 해당 금액을 전액 반환받게 된다. 

공정위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투명치과에 진료비를 할부 결제한 피해자 중 잔여 할부금이 남아있는 결제액수는 72억원 가량이다.

이중 카드사에 잔여 할부금 지급 거절 의사를 통지해 유보 또는 정지 가능한 액수는 27억여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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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홍정석 공정거래위원회 할부거래과장이 지난달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최근 문제가 된 투명치과가 할부거래법에 따른 계약서 발급 의무를 위반한 행위에 대해 관할 지자체에 제재를 요청했다고 밝히고 있다. 2018.09.02. ppkjm@newsis.com
홍 과장은 "항변권의 취지는 지금까지 낸 돈이 아닌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만 분쟁이 끝날 때까지 내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자기(피해자)의 채무가 완전 변제됐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추후 분쟁 과정을 통해 전액 환급 등의 결정이 나오면 (기)정지된 금액에 더해 기존에 낸 돈도 돌려받을 수도 있게 된다. 투명치과의 경우 정확한 피해자 규모가 파악되지 않아 일률적으로 어느 정도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또 투명치과가 할부거래법에 따른 계약서 발급 의무를 위반한 행위에 대해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제재를 요청했다.

현행법상 할부거래업자는 재화 또는 서비스의 종류·내용, 현금가격, 소비자의 항변권과 행사방법 등을 명시한 계약서를 서면으로 발급해야 한다. 위반 적발 시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매겨진다.

홍 과장은 "피해자 면담을 통해 투명치과에서 발급한 계약서상에 진료 시기 및 방법, 총 소요비용 등 계약 세부내용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은 사실을 인지하고 지자체의 과태료 부과 대상임을 통보했다"며 "용어 등 현행 할부거래 제도에 소비자 보호 사각지대가 있는지를 법률 검토해나가겠다"고 언급했다.

 hjp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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