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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정책의 틀, 다시 짜자②]김호원 교수 "선진국 산업정책 주목...韓, 신산업정책 필요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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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9-06 14:01:00
"한국은 산업정책 필요성을 두고 논쟁 중...이미 세계는 산업정책의 재탄생으로 나가"
"중국제조 2025와 비교해 5년 단임 정권을 갖는 한국의 산업정책은 정책일관성 부족"
"산업 정책 일관성 확보할 '작지만 강한 정부' 나와야...산업정책에 대한 인식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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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김호원 서울대 교수(전 특허청장)가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9.06.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이종희 기자 = "한국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잃어가면서 우리 경제가 죽어가고 있는데 스스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위기 상황을 타개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新(신)산업정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한국은 과거 산업정책을 통해 선진국 문턱에 올라선 대표적인 국가로 꼽힌다. 1960년대 수출진흥정책, 1970년대 중화학공업육성정책, 19080년대 연구개발(R&D) 투자와 고급인력 양성정책 등 국제사회에서도 한국식 성장모델을 높게 평가해왔다.

 하지만 한국 경제를 견인해온 산업정책이 더이상 보이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오히려 학계를 중심으로 '작은 정부'가 강조되면서 산업정책의 필요성을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해 출범한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인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두 축에서도 산업정책은 소외됐다.

 선진국은 과거 개발도상국에서 추진했던 정부 주도형 산업정책을 과감히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strategy)',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과 일본도 혁신성장을 위해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김호원 서울대 교수는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갖고 "이미 세계적으로 산업정책은 '재탄생' 내지 '부활'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일반화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2008년도 금융위기 이후 장기 저성장 추세가 지속되면서 재정금융정책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다"며 "선진국들은 공급 측면에서 기술혁신과 4차산업혁명에 대응할 과학 인프라 조성을 통해 산업정책을 부활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 30여년간 산업통상자원부와 국무총리실을 거치며 한국의 산업정책을 직접 설계한 경험이 있다. 그는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산업정책과장과 산업정책국장을 맡았던 '역사의 산증인'이다. 또 총리실에서 규제개혁실장을 역임하며 산업정책 전반을 돌아본 당사자다.

 2013년 특허청장 퇴임 이후 학계로 온 그는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 경제자유구역위원회 부위원장, 국회예산정책처 자문위원, 벤처정책자문단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산업정책에 관해 목소리를 내는 인사다.

 김 교수는 한국의 산업정책이 국내 경제정책에서 존재감이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산업정책에 대한 이해가 어둡다. 산업정책의 필요성을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제 선진국은 산업정책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적용할 것인가로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정부 주도로 고성장을 경험한 한국에 산업정책이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김 교수는 '신자유주의' 기조가 한국 전반에 퍼지면서 '작은 정부'가 강조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존 정부 중심의 발전국가모델이 폐기되면서 산업정책 역시 마찬가지로 밀려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선진국은 현지에 맞는 산업정책 모델을 찾아가고 있지만, 한국은 관행적으로 해오던 정책을 하는 수준"이라며 "산업정책의 적절한 타이밍, 접근 방법, 내용, 실행력 확보, 일관성, 지속성 측면에서 경쟁 상대국과의 정책경쟁력이 뒤처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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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김호원 서울대 교수(전 특허청장)가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9.06. mangusta@newsis.com

 김 교수는 중국의 '중국제조 2025'와 비교해 한국의 산업정책을 냉철하게 진단했다. 그는 "특정 산업이나 기술을 키우려면 국제적으로 경쟁을 해야해 짧게 잡아도 10~2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신산업 동력도 바뀌면서 지속적 성장을 이끌지 못했다. 이에 반해 중국은 공산당이 장기집권하며 정책 일관성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중국제조 2025를 수립하면서 만 여명의 국내외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서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획수립 이후 구체적 세부계획을 작성하고 지방정부와 공공기관, 민간의 참여를 유도해 정책 실행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정부의 추진 체계 면에서도 실제 정책 실행을 담당할 지방정부가 주도해 지역에 맞는 세부 대책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산업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치 권력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대선 과정을 살펴봐도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다"며 "정치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구체적으로 정치권의 싱크탱크가 주요정책에 대해 늘 연구하고 논쟁을 통해 연속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싱크탱크 숫자로 살펴보면 미국은 1835개, 중국은 435개, 한국은 35개에 불과하다며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정책을 만들고 조직을 개편하느라 시간을 허비할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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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김호원 서울대 교수(전 특허청장)가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9.06. mangusta@newsis.com

 김 교수는 그나마 산업정책이라고 분류되는 규제개혁 측면에서도 미진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규제개혁을 관장하는 컨트롤타워도 없는데다 정부 부처에서 제각기 담당하기 때문에 정치적 동력도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규제개혁기본법에 따라서 국무총리실 규제개혁 위원회가 기본적인 방향은 잡고 있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핵심규제는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며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해커톤을 했지만 이해관계가 첨예한 카풀 문제는 논의조차 하지 못했으며, 은산분리의 경우 국회 여당에서 반대해 진전이 없고, 원격의료는 시민단체의 반발로 철수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규제개혁 부분에 있어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할 방법론이나 대안을 내세울 힘이 필요하다. 이는 대통령이 나서지 않으면 쉽지 않다"며 "실행력 추진 확보 면에서 추진 체계 개편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각 부처 별로 제각기 추진되는 규제혁신 업무를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를 규제혁신 통합 기구로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일자리위원회는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고 부위원장이 정치권 주요 인사들이 맞는 중요 기구다. 다만, 일자리는 위기의 본질이 아니라 결과"라며 "주력산업의 유지, 새로운 산업의 창출, 기업의 창업이 선순환되면 일자리 창출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대통령이 직접 핵심규제 개혁, 미래성장 동력, 관련된 부처 간의 조율 문제를 해결해 정부 정책 실행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장기 저성장 시대에 있어서 경제정책의 핵심은 산업정책"이라며 "세계적으로 혁신정책을 이끌면서 시장친화적인 산업정책을 추진하는 '작지만 강한 정부'가 대세"라고 했다.

 그는 작지만 강한 정부가 되기 위해서는 '기업가형 정부'가 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기업가형 정부란 정부의 역할을 단순한 시장실패의 시정에 두는 것이 아니라 혁신을 위해 민간부문을 독려하는 적극적인 정부의 모습을 말한다. 이는 국가개입주의나 큰 정부와는 다른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산업정책에 대한 인식이 개선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산업정책은 일부 실패의 위험성을 갖기 때문에 결과가 아니라 과정 중심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결과를 바탕으로 공무원을 평가하면, 적극적인 정책이 나오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과정 중심의 산업정책을 위해 '네거티브 규제' 도입만을 외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접근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규제 이후 진행 상황을 주시하면서 빠르게 수정해 나가는 과정 중심의 규제 접근, 형식보다 성과에 근거한 규제, 민간 자율규제·가이드라인 등 유연한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2paper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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