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양성원, 리스트·쇼팽 교집합 찾다···쉼표의 신비
첼리스트 양성원(51)이 두 작곡가의 곡들을 모은 앨범 '사랑의 찬가'를 내놓는다. 동갑내기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엔리코 파체가 함께 했다.
평생을 피아노 음악에 열정을 쏟은 쇼팽과 리스트가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실내악 작품을 썼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고 평가받는 작품들을 실었다.리스트가 첼로와 피아노를 위해 쓴 '잊힌 로망스' '슬픔의 곤돌라' '노넨베르트의 작은 방'과 쇼팽의 첼로 소나타다. 본래 피아노 곡인 리스트의 '위안'과 쇼팽의 올림 다단조 녹턴은 편곡해서 포함시켰다.
양성원은 "쇼팽과 리스트는 거의 동갑으로 파리에 정착한 공통점이 있다"면서 "19세기 음악가들이지만 아직까지 영향력이 크고 첼리스트를 위한 곡은 드물게 썼던 이들"이라고 소개했다.
리스트와 쇼팽은 차이가 크다. 화려한 리스트는 외적으로도 기막힌 외모를 자랑했다. 반면 살롱에서 연주하기를 좋아한 쇼팽은 내성적이었다.
하지만 리스트 후기 작품이 '쇼팽화'돼 간 점이 특기할 만하다. 양성원은 "리스트는 후기에 영적인 질문을 계속 던졌어요. 바깥세상에서 단지 손가락으로 하는 연주를 떠나 마음 안에서 영적인 꿈틀거림을 음성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명한 쇼팽은 말년에 첼로 소나타를 작곡했는데 미처 찾지 못한 색채를 찾으려는 흔적이 역력했다"고 부연했다.
매번 한 두 작곡가에 몰입해 음악 작업을 하는 이유는 "정체성과 색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양성원은 음반을 낸다는 것은 '할 말이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본다. 녹음을 위해서는 진짜 확신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질문을 해야 하는 셈이다.
그 확신은 육체적으로, 기술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크리스털의 모습이 드러나기 위해서는 깎고 깎는 계속된 수정을 거쳐야 해요. 저 역시 한 프레이징이 마음에 들 때까지 19번 녹음한 적이 있어요. 음정이 틀리거나 음질이 나빠서가 아니었어요. 귀에 들려오는 영적인 부분을 위해서였죠. 이런 되풀이 과정에서 감동이 생깁니다."
양성원과 파체는 이번 앨범 프로그램으로 11월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녹음과 실제 연주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매번 또 질문을 던져야죠. 악기와 저의 관계가 매일 달라지거든요."
"매일 아침에 조율하고 음을 찾아가는 것이 좋아요. 좋은 소리의 답을 찾아나가는 것이 좋고 그 과정이 행복이죠. 아쉬운 것은 매번 그 시간이 짧다는 거예요. 하하."
연주에서 중요한 것은 외적인 것이 아닌 내적인 것, 균형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음과 저음, 강과 약, 우아함과 아픔, 밝은 것과 어두움의 밸런스 말이다.
"연주는 한 음, 한 음 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에요. 그 음이 15분 뒤, 20분 뒤, 30분 뒤에 연주하는 소리와 조화됨을 찾는 것이 중요하죠. 그건 자연의 법칙과도 같습니다. 시간이 요구하는 작업을 위해서는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합니다. 거기서 보람을 느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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