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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상처만 남긴 조희연의 '강서 특수학교 건립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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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9-05 15:4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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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강세훈 기자 = 정확히 1년 전인 2017년 9월 5일로 돌아가보자. 당시 장애인 학생들의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는 이른바 '무릎 호소 사건'으로 우리 사회가 한동안 떠들썩 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서울 강서구에 장애인 특수학교인 서진학교를 건립하겠다고 발표하자, 지역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했었다. 이 지역 현역의원인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술 더 떠 특수학교 건립부지에 한방병원을 짓겠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렇듯 상황이 악화되자, 장애인 학생들의 학부모들은 맨 바닥에 무릎을 꿇으면서 아이들이 배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5일, 무릎을 꿇었던 학부모들이 다시 거리로 나섰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김 의원, 그리고 주민대책위원회가 전날인 4일 예정대로 서진학교를 짓기로 극적 합의를 했다고 주장하는 것을 규탄하기 위해서였다.

 조 교육감이 서진학교를 짓는 대신, 김 의원·주민대책위 측 요구인 한방병원과 주민복합시설 건립에 협조하겠다고 대가성 합의를 한 것 자체가 '특수학교=기피시설'이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해 버렸다는 판단에서다.

 5일은 공교롭게도 조 교육감이 특수교육 발전 방안을 논의하자며 장애인 학생 학부모들을 초청한 날이다. 조 교육감은 학부모들에게 서진학교 건립이 '깜짝 선물'이 될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정작 학부모들은 "합의문은 저희 부모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그러자 조 교육감은 "9월 5일은 한국 특수교육에 있어서 역사적 전환의 날로 의미를 크게 하기 위해 강서구 특수학교를 반대했던 분들과 합의를 끌어내는 것을 준비했는데 다양한 견해가 제기돼 당혹스럽다"며 "학부모들의 말씀을 듣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인간으로서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강서구 특수학교 개교에 대한 실질적인 담보를 받기 위한 저 나름의 노력이었다"고 해명했다.

 조 교육감이 강서구에 특수학교를 설립하게 됐다는 결과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합의에 도달하는 과정을 무시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순간이었다. 

 사회적 갈등이 첨예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어른들이 숙고를 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상처를 받고 잘못된 것을 배우게 된다. 특히 어른들이 나쁜 선례를 만들면 다음 세대에는 문제 해결이 더 어려워진다.

 조 교육감도 이번 대가성 합의로 인해 특수학교를 기피시설로 인정해 버렸고, 님비(NIMBY) 현상의 또 다른 좋지 못한 선례를 남겼다는 것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 사회가 장애인 주차 공간을 비워두기로 약속한 것은 다수가 겪는 소소한 불편보다 장애인 본인이 겪어야 하는 불편이 더 크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를 '배려'라고 부른다.

 집값 하락, 안전 위협을 이유로 장애인 시설을 반대하며 '을'의 목줄을 쥐고 협상에 나서는 어른들을 보면서 우리 아이들이 과연 무엇을 배웠을지를 생각하면 정말 암담하기 그지 없다. 

 kangs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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