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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더 유가 연주했다, 영화 '체실 비치에서' 바이올린 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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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9-06 15:3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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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20대 초반에 부부가 된 선남선녀 '에드워드'와 '플로렌스'는 영국 남부의 체실 비치로 신혼여행을 떠난다.기대와 설렘도 잠시, 두 사람을 짓누르고 있던 정신적 압박감과 서투름은 관계를 엉킨 실타래처럼 만든다.

스크린 위로 흐르는 섬세한 바이올린 선율이 이 두 남녀의 미묘한 심리를 대변한다.

20일 개봉하는 영국 영화 '체실 비치에서'(감독 도미닉 쿡)에서 애절하고 미스터리한 정서를 풍기는 멜로디를 연주한 주인공은 미국 국적의 한국계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24)다.

맨부커상 수상자이자 '어톤먼트'로 유명한 영국 작가 이언 매큐언(70)의 소설이 원작이다. 젊은 연인이 오랫동안 고대했던 첫날밤에 뜻밖의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벌어지는 감정의 진동을 그린다.

에스더 유는 댄 존스 음악감독이 작업한 OST에 수록된 바흐, 하이든, 슈베르트 등의 연주로 미처 영화 속에서 몸짓과 말로 표현되지 않은 찰나를 포착한다.

에스더 유는 "영화 OST 연주를 준비하면서 이야기를 이해하는 것이 음을 배우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영화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제가 연주한 것이 영화 그림과 맞지 않을 때가 있었어요. 그러면 댄 존스 감독님과 다른 해석을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 연구를 하면서 녹음을 했어요.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새롭고 즐거웠습니다."

시얼샤 로넌(24)이 연기한 플로렌스는 현악사중주단의 바이올리니스트다. "플로렌스와 성격은 다르지만 음악과 사람을 대하는 열정과 태도는 많이 비슷해 이해가 되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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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체실 비치에서'
소설, 영화, 음악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과정이 즐거웠다. "'체실 비치에서' 이야기는 아름답기보다 감동적이에요. 영화는 책과 가깝게 스토리텔링이 됐더라고요. 매큐언의 특징을 잘 살렸어요. 매큐언은 사람들이 평소에 잘 표현하지 않은 감정과 심리에 대해 쓰는 작가라 좋아했는데 플로렌스가 표현 못하는 감정울 음악이 대신 풀어주는 점이 좋았죠."
 
미국에서 태어나 유럽에서 성장기를 보낸 에스더 유는 4세 때 바이올린을 시작, 8세에 협주곡을 협연했다. 2006년 비에냐프스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의 주니어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유럽연합 청소년 음악예술상을 받는 등 어릴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2010년에는 제10회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3위에 올랐다. 2012년 세계 3대 콩쿠르로 통하는 제75회 퀸 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에서는 4위를 차지했다.

2012년 한국과 중국 투어 공연을 함께 한 지휘자 로린 마젤과 2014년 3월 런던 로열 페스티벌 홀에 올라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을 연주하면서 런던 데뷔 무대를 선보였다. 한국계 최초로 BBC 선정 신세대 예술인에 뽑혔고, 세계 최대 클래식 음악 축제 BBC 프롬스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에스더 유는 호기심이 많아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다며 웃었다. "새로운 나라에 가보고, 새로운 음식을 먹고, 새로운 문화를 알게 되는 것이 좋아요. 세상의 모든 감정을 한 사람이 다 느낄 수는 없잖아요. 영화 보면서, 책을 보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아는 것이 좋죠. 그렇게 다른 인물의 감정을 간접 경험하면 음악의 폭도 넓어지는 것 같아요."

최근 중국 피아니스트 주오 장과 함께 한·중 수교 26주년 기념음악회를 함께 하기도 한 에스더 유는 코스모폴리탄 연주자이기도 하다. 한국에 제대로 산 적이 없음에도 우리말이 능숙한 그녀는 "언어를 배우는 것을 좋아해요"라며 눈을 반짝거렸다. "최근에는 중국어에도 관심이 있어요. 그러면 해당 문화권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그곳에서 산 작곡가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고, 음악에 대한 이해도 깊어질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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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더 유는 10월1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펼쳐지는 에사페카 살로넨 &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에서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다. 가장 인기가 많은 협주곡 중 하나여서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많이 연주된 곡이지만 새롭게 듣는 기분을 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에스더 유의 향후 일정도 빠듯하다.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주예술가이기도 한 그녀는 미국 투어는 물론 유럽에서도 여러 연주가 예정됐다. 이런 바쁜 스케줄에도 수영,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며 에너제틱한 삶을 살고 있다.

요즘 관심 깊게 지켜보는 이는 미국 톱 모델 칼리 클로스(26)다. 코더, 즉 컴퓨터 프로그래머이기도 한 그녀는 여학생들을 위해 코딩을 가르치는 자선 스쿨도 운영한다. "그렇게 다양하게 사는 삶이 보기 좋아요. 저 역시 다양한 결이 있는 연주자가 되고 싶어요."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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