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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정욱장 '긴 여정-馬·人·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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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9-11 16:50:10  |  수정 2018-09-11 17:59:04
김종영미술관 '2018 오늘의 작가전' 10월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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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욱장, A Long Journey-Horse II, III, IV, Stainless Steel, 2018 (부분)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 아닌, '다리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 미술관에 들어왔다.

 마치 나무의 긴 가지들처럼 보이는 가늘고 긴 팔 다리의 짐승들이 스테인레스 스틸로 반짝인다. 불안하고 위태롭게 서서 먼데를 바라보고 서 있는 다리 긴 짐승들은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랜 시간 말과 사람을 소재로 인류 문명사를 성찰하고 있는 조각가 정욱장(58)의 작품이다.
 
 김종영미술관 '2018 오늘의 작가'로 선정되어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서 대규모 전시를 열고 있다.

 이번 전시 제목은 'A LONG JOURNEY –Horse•Human•Vacancy'로 '긴 여정-馬•人•空'이라는 뜻이다.

 조각가의 길을 의미하는 '긴 여정'에 붙은 ‘馬•人•空’에 작품 메시지가 담겼다. 말과 사람이라는 두 존재와 함께 허공(빔)이라는 상태가 병치되어 있다. 다리가 길어 슬퍼 보이는 짐승은 그러니까 '말'이다. 순서가 사람과 말이 아니라 '말과 사람'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말은 사람에게 매우 중요한 동물이다. '말은 사람의 신체 중 다리의 확장'이라 할 수 있다. 인류 문명사는 사람과 말이 함께 써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작업에서 말은 인류 문명사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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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종영미술관1전시실, A Long Journey-Horse II, III, IV, Stainless Steel, 2018

 ‘空’은 무슨 의미일까? 흔히 비어있는 곳을 ‘휑하다’ 하며, ‘휑하다’는 또한 뭔가 허망한 감정을 표현할 때 사용한다.

 작품 '세 개의 구멍을 가진 마두'와 철사를 엮어 만든 ‘말’과 ‘사람’은 반反조각적인 작품이다. 조각 작품은 중력에 순응하는 실물로 존재해야 함에도 그는 작품의 내부 공간을 보여주고 덩어리가 아닌 선재로 형태를 표현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조각 작품을 보는 경험은 마치 스티로폼으로 정교하게 만든 가짜 바위를 실제 바위로 알고 온 힘을 다해 들었을 때의 허탈감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이같은 효과를 원했다.

 정욱장은 미래를 내다보는 자신의 관점 저변에는 "허무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문명개화가 빨라질수록 순결의 시대를 꿈꾼다. 정욱장이 25년간 추구하는 '긴 여정'의 맥락이다. 그가 놓을수 없는 끈은 사람과 자연이다.
 
  정욱장은 소위 말하는 386세대 작가다. 개인보다는 국가와 민족 같은 집단 가치를 우선시 했던 거의 마지막 세대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서울대학교 조각과를 졸업하던 1989년은 ‘87 체제’가 성립되면서 미술계도 커다란 변화를 맞았다.
 
 민중미술이 쇠퇴하고 88서울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 후 경제호황과 해외유학자유화의 여파로 1990년대 들어서 미술계에도 세계화의 바람이 불었다.  급변하는 시기에 그는 작가생활을 시작했다.

  1992년 서울현대조각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1992, 1993년 연거푸 개인전을 열었다. 신진 작가로 주목 받던 1994년 돌연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 부산으로 낙향했다. 중앙무대를 벗어나 지역 작가 길의 자청은 남들과는 정반대의 행보였다.  2001년부터 울산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조소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정욱장은 어느 원로 작가가 조언한 말을 되새기며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고 했다. "예술가의 과업은 자신을 극복하고, 미술사를넘어, 자연을 극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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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종영미술관 설치전경- 3전시실

 김종영 미술관 박춘호 학예실장은 "정욱장의 작업은 조금은 거창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인류문명사를 성찰해보는 작업"이라면서 "'2018 오늘의 작가'로 선정된 건 급변하는 세태에도 인간과 문명이라는 주제와 함께 조각에 대한 정의를 성찰 해 나간 그의 작업 세계가 높이 평가받았다"고 밝혔다.

한편 '오늘의 작가'전은 김종영미술관이 2004년부터 자신의 작업 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를 선정하여 앞으로의 작업을 격려하기 위해 매년 개인전을 개최하고 있다. 10월7일까지.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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