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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지하철 1호선', 사랑하는 서울을 향한 프러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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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9-12 10:4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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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커 루트비히(왼쪽에서 4번째), 김민기 대표(5번째)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말로만 전해 듣는 작품이 아니라 실제 살아있는 공연을 라이브로 볼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죠. 첫 무대 올라갈 때보다 더 떨려요."(배해선)

한국 공연계에 획을 그은 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 10년 만에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10년 전까지 4000회 공연한 작품으로 이달 8일 4001회부터 다시 시동을 걸었다. 이날부터 12월30일까지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총 100회 한정으로 공연한다.

11일 오후 7시 학전블루 소극장 앞에는 원작자인 독일 연극 연출가 폴커 루트비히와 작곡가인 비르거 하이만의 흉상이 '김광석 브론즈 흉상'에 옆에 나란히 자리했다.

이후 본 공연 190여 객석을 연출가인 김민기 극단 학전 대표와 루트비히 내외를 비롯해 '지하철 1호선'에 출연한 배우 등 극단 학전 식구들이 가득 채웠다.

이날 객석 분위기는 공연 관람이 아니라 '지하철 1호선' 응원전을 겸한 비나리 같았다. 비나리는 고사를 지내며 부르는 노래로 앞길의 행복을 비는 말이다. 객석에서는 한국 공연계의 역사이고, 역사를 써나갈 이 작품의 앞길을 축복하는 마음이 절로 느껴졌다.

초창기 '지하철 1호선' 배우인 배해선은 "'지하철 1호선'은 멈추면 안 되는 '라인 원'"이라면서 "출연 배우들의 인생 한 칸 한 칸이 담겨있어요. 거칠지만 열정적이었고 뜨겁게 눈물지으며 웃던 잊지 못할 시간이 녹아 있죠. 작품이 다시 달리니 젊은 시절 열정이 다시 올라오는 것 같네요"라며 웃었다.

 '지하철 1호선'은 루트비히의 '리니에 1'(1호선)을 한국의 실정에 맞게 김 대표가 번안했다. 1991년에 문을 연 학전이 '지하철 1호선'을 처음 선보이는 것은 1994년이다. 당시 학전소극장(현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초연한 뒤, 1995년 5월 학전그린 소극장 무대로 옮겼다.

옌볜 처녀가 중국에서 만난 한국 남자친구를 찾아온 후 다양한 군상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특히, 소외계층과 근현대사의 아픈 상처들을 건드리면서 대중의 공감을 샀다. 2011년에는 명성을 인정받아 무대의상 등이 서울역사박물관에 전시되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IMF로 힘들었던 시기가 묻어나는 1998, 1999년 배경을 그대로 뒀다. 20년이 흐른 시점에 그동안 한국인의 삶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김 대표 판단 때문이다.

1995년 오디션을 통해 '지하철 1호선' 배우로 뽑혔던 김은영 객원 조연출은 "지금 세대는 IMF 시대를 잘 모를 것 같아 명예퇴직 등 곳곳에 사회적 배경이 묻어나는 대사를 집어넣었다"고 설명했다. 

작품 자체가 뮤지컬이라기보다는 '음악극' 같고 10년 만에 공연하는 만큼 무대 어법이 다소 올드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다. 그러나 김 조연출은 "현재 뮤지컬 분위기에 맞추려고 하다 보면 작품 정체성도 흔들리게 될 것 같았어요"라면서 "그 시대만이 표현할 향수를 가져오고 싶었어요. 보편성이 있으니 (지금 세대도)공감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죠. 10대인 제 딸도 봤는데 재미있다고 하더라고요"라며 흡족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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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전 독수리 오형제' 중 장현성, 김윤석, 설경구

그간 '지하철 1호선'에는 '학전 독수리 오형제'라 불리는 김윤석, 설경구, 황정민, 장현성, 조승우 등이 출연했다. 이중 김윤석, 설경구, 장현성은 이날 공연뿐만 아니라 밤늦게까지 펼쳐진 리셉션에도 함께 했다. 학전블루 소극장 앞마당은 잔칫날 같았다. 

설경구는 "(오랜만에 하는 공연이라) 조금 걱정했는데 첫 주말 관객이 많이 들었다고 해서 기뻤다"면서 "'세상이 바뀌었는데 정서는 남아 있네'라는 생각이 들었죠"라고 말했다. "배우 11명이 80여 배역을 맡는 것도 매력이지만, 이 작품 자체는 김 대표님과 닮았다는 것"이라면서 "원작인 독일 공연도 봤는데 냄새가 틀려요. '지하철 1호선'에서는 '김민기 냄새'가 나요. 하하하"고 평가했다.

이번 시즌에는 지난 4월 3차에 걸친 배역 오디션을 통해 뽑힌 신예 11명이 출연한다. 오디션에는 여자 515명, 남자 402명 등 총 917명이 지원했다. 선발된 배우들은 원 캐스트로 4개월간 공연한다.

김윤석은 후배들이 기특하다고 했다. "잘해줘 대견해요. 더 지나면 능수능란해질 것입니다. 이 어두운 소극장에서 배우들이 라이브 밴드와 매일 함께 하는 것은 기적에 가까워요. 진짜 재기발랄한 앙상블의 귀한 마인드는 김 대표님이 아니면 통제할 수 없어요"라고 짚었다.

이번 시즌 '철수' 역의 정재혁은 "영광스럽죠. 이런 큰 무대에서 배역을 맡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할 뿐입니다"고 반겼다. 배우사관학교로 통하는 학전을 이끄는 김 대표에 관해서는 "우선 노래든, 연기든 군더더기를 빼는 데 공을 들이세요. 선생님 말씀을 듣고 정공법으로 정서를 전달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고 소개했다.

극단 학전 관계자는 "'지하철 1호선' 출신 배우들이 '게스트'라는 개념으로 특정 회차에 단일 배역으로 깜짝 출연합니다"고 예고했다. 지난 3000회 게스트는 황정민이었다. 이번 시즌 게스트로 출연할 예정인 장현성은 "새로운 오디션 멤버들이 합을 맞추고 간격을 짜 맞추는 시간이 필요하죠. 예비군들은 차차 투입될 예정이에요"라고 귀띔했다.

이번 시즌에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은 음악이다. 남북정상회담 환송 공연 '하나의 봄'을 작곡·연주한 뮤지션 정재일이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건반, 기타, 베이스기타, 드럼, 색소폰 등이 기존 세션이었는데 이번에 색소폰을 바이올린 편성으로 바꾸고 아코디언과 퍼커션 등을 추가했다. 이번에도 밴드 구성은 5인이다.

루트비히 원작자는 "음악이 많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들어 기대하고 있었습니다"면서 "원래 록 뮤지컬이었는데 지금은 아닌 것 같아요. 색소폰을 바이올린으로 바꾼 것이 성공적이에요. 가슴이 벅찬 곡들입니다"고 흐뭇해했다.

초연 이후 15년간 4000회 공연하며 7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만났다. 원작의 고향인 독일 베를린·프랑크푸르트, 일본 도쿄·후쿠오카·오키나와, 중국 상하이·홍콩 등지에서도 공연했다. 내년 베를린 공연도 예정됐다. 독일 오리지널은 1986년 초연했는데 회차는 1850번으로 국내 공연보다 적다.

루트비히 원작자는 "'지하철 1호선'이 내년에 베를린에 오게 된다면 사람들이 새로운 뮤지컬 장르로 볼 것입니다"면서 "평균적으로 한국 배우들이 베를린 배우들보다 노래를 잘하네요"라며 즐거워했다.

'지하철 1호선'을 초연 때부터 지켜 봐온 최준호 한예종 연극원 교수는 "성공한 레퍼토리지만 새로운 세대는 보지 못하고 있었죠"라면서 "국제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작품이 다시 움직이는 것 자체로 뮤지컬사에서 가치와 의미가 있어요"라고 해석했다. "배우들이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작품을 관객들과 어떻게 나눠야 할지 등을 배운 교육적인 성과도 크죠"라며 "브로드웨이 블록버스터가 나올 시점에 해외 작품을 우리 이야기로 소화한 작품입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 '지하철 1호선'은 원작인 독일이 배경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루트비히 원작자 역시 "노래(멜로디)는 원작에 가까우나 한국화했어요"라고 봤다. "극 중 걸레 역을 한국에서는 배우 한 명이 맡는데 원작에서는 두 명이 맡는 등 차이점은 있으나 원작 캐릭터를 모두 한국 작품에서 찾을 수 있죠"라고 부연했다.

루트비히 원작자는 무엇보다 '지하철 1호선'이 서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전통 뮤지컬이라기보다 현실적인 내용이 담긴 연극에 가까워요. 소외된 계층, 이면에는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죠. 그래도 이 도시를 사랑한다는 '프러포즈' 같은 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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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 극단 학전 대표

평소 감정 표현이나 언론을 상대로 인터뷰를 꺼리는 김 대표는 씩 웃으며 한마디 했다. "하던 대로 하는 거죠. 뭐."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새 시즌을 기념하는 행사는 이어진다. 12일 '폴커 루트비히와 그립스 테아터의 아시아적 변용-지하철 1호선을 중심으로'라는 주제의 학술대회 등이 열린다.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를 지낸 정재왈 금천문화재단 대표가 사회, 장은수 한국외국어대 독문학과 교수가 패널로 참석한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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