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600년 역사 한곳에'…3년만에 개관 공평도시유적전시관 가보니
15년 정비사업 과정에서 발굴된 생활유물 1000여점 원위치 보존
16~17세기 가옥 실제크기·VR영상 등으로 복원…직접 체험도 가능
【서울=뉴시스】윤슬기 기자 = 서울시는 2015년 서울 종로구 공평동 정비사업 과정에서 발굴된 108개 동 건물지 일부, 골목길 등 유구와 1000여 점이 넘는 생활유물을 전면 보존한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을 3년 준비 끝에 12일 개관했다. 2018.09.12 [email protected]
땅 속에 묻혔던 600년의 역사가 그 곳에서 고스란히 전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신축한 건물 입구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1층으로 내려가면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을 만날 수 있다. 천장과 벽면이 검은색과 회색 등으로 칠해져 있어 내부는 조금 어둡지만, 전시된 유물과 유구(遺構)들 위로 조명이 설치돼 이목을 끌었다.
서울시가 3년간의 준비 끝에 12일 개관한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은 연면적 3817㎡에 이르는 서울 최대 규모라는 소개에 걸맞에 전시관 곳곳에는 조선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골목길과 생활유물 1000여 점이 원위치에 보존돼있다.
【서울=뉴시스】윤슬기 기자 = 서울시는 2015년 서울 종로구 공평동 정비사업 과정에서 발굴된 108개 동 건물지 일부, 골목길 등 유구와 1000여 점이 넘는 생활유물을 전면 보존한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을 3년 준비 끝에 12일 개관했다.<사진=윤슬기 기자> 2018.09.12 [email protected]
전시관 초입에는 공평지구 개발과정부터 전시관 조성까지 유구 배치의 기본 방향을 패널로 소개해 조선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공평동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그 옆에는 발굴 당시 현장과 관련자 인터뷰 등을 영상으로 상영해 600년 동안 쌓인 서울의 역사를 청각적,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이어진 다음 공간에는 과거 조선 한성의 행정구역이었던 당시의 공평동 모습을 볼 수 있다. 시전, 궁가, 관청 등 다양한 시설과 계층이 혼재됐던 당시 공평동 모습을 건물 모형과 영상 등을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42m의 골목길을 과거와 똑같이 재현해 직접 그 거리를 걸을 수 있었다. 거리의 폭부터 길의 모습까지 구현해 조선시대에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기존 전시관은 유리안으로 전시된 유물이나 유적지를 확인했다면, 공평도시유적전시관에서는 직접 체험을 할 수 있어 학부모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초청을 받아 방문한 한 관람객은 "아이들과 직접 거리를 거닐 수 있어 정말 좋겠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뉴시스】윤슬기 기자 = 서울 도심 한복판에 서울 600년 역사를 직접 확인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이 개관했다. <사진=윤슬기 기자> 2018.09.12 [email protected]
청동으로 만든 삼족화로 옆에는 당시 조선시대에 온돌이 집집마다 보편화되어 있지 않았다는 설명이 적혀 있다. 무엇보다 중국 명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희귀한 청자도 전시돼 있었는데, 파란 색상의 큰 청자가 조명을 받으며 장엄한 위용을 뿜어내고 있다.
여기에 조선 전기 무신인 구수영(具壽永)의 패찰, 일제강점기 담배가게 간판 등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전시돼 있다.
특히 한 유구(遺構)에서 다량 출토된 '참조기 이석' 등 생선 유체(遺體)를 통해 조선시대 한양 사람들이 어떤 음식을 즐겨 먹었는지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상점거리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터'에는 마네킹이 양쪽에 2개씩 서있다. 갓과 도포를 착용한 조선시대 사람의 모습을 한 마네킹들은 상인들이 판매하는 목소리, 물건을 구매하는 손님들의 목소리를 냈다.
마치 실제로 조선시대 시장에 나와있는 듯한 음향효과를 줘 시장의 활기찬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다.
전시관의 또 다른 핵심 콘텐츠는 각각 다른 형태의 가옥 3채를 각각 다른 방식으로 복원해 조선시대의 집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시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볼 수 있는 '전동 큰 집 터' 앞에는 10분의 1크기로 축소한 모형이 있어 당시 모습과 현재 집터를 비교할 수 있다.
'골목길 ㅁ자 집 터'에서는 VR(가상현실) 영상기기를 착용해 집 내부를 들어가고, 가옥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가상현실이 최근 사회적으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관람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VR기기를 착용하자 눈앞에 펼쳐진 집 내부의 모습에 어지러움을 느꼈지만 이내 곧 적응해 집 내부를 둘러볼 수 있었다. 집안 곳곳 구조를 음성 설명으로 들으니 조선시대 당시 가옥의 구조를 조금이나마 체험할 수 있었다.
기자 옆에서 함께 VR영상기기 체험을 했던 관람객은 리모콘으로 눌러보면서 눈 앞에 펼쳐진 가옥의 모습에 감탄사를 연발하기도 했다.
마지막 가장 작은 크기의 집인 '이문안길 작은 집'은 당시 위치에 실제와 동일한 크기로 재현해 직접 집 안에 들어와있는 듯한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
집의 크기는 가장 작지만, 실제와 동일하게 복원한 만큼 당시 집안 구조를 살펴볼 수 있었다. 집 가장 막다른 곳에 다다르면 영상 등을 통해 과거 조선시대 가옥 구조나 이 유구 안에서 발견된 생활유물들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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