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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남탓으로 일관한 서울교육청 상도유치원 중간 점검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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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9-14 15:2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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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연희 기자 = 지난 6일 서울상도유치원 지반이 무너지고 일주일 만인 13일에야 서울시교육청은 중간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시교육청은 사고수습본부를 꾸리고 일주일 간 사후 수습했고, 기자들을 상대로 그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브리핑 일정을 잡았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브리핑 내내 붕괴 위기로 인해 유치원 건물이 끝내 철거되는 지경에 이른 데 대해 일말의 사과나 반성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사고수습본부장인 김원찬 부교육감은 발표 직전 학부모들의 아픈 마음을 이해한다면서도, 끝내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발표 내용도 남탓으로 일관했다. 이미 알려진 내용을 열거하면서 시교육청은 ‘사고에 대한 책임은 없지만 잘 수습하겠다’는 태도가 역력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 책임은 시공사인 영광종합건설과 동작구청에 있다고 떠넘겼고, 휴업이 제때 이뤄지지 않은 점은 유치원 원장 탓이라고 했다. 휴업을 했다가는 맞벌이 학부모들의 민원이 들어온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시교육청이 이번 사태에 얼마나 잘못 대응했는지가 여실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우선 시교육청은 지반이 무너지기 전까지 위험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데 문제가 있다. 모든 학교와 유치원은 매년 정기적으로 안전점검을 자체 실시한 뒤 시교육청 산하 교육지원청에 보고하고, 교육지원청은 이를 다시 시교육청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동작관악교육지원청은 이 시스템을 따르지 않았고, 안전이 우려된다는 유치원 측 판단을 아예 묵살했다. 결국 시교육청은 산하 교육지원청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데다, 두 기관 간 소통시스템 또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심지어 상도유치원이 5월 안전진단 예산을 교육지원청에 문의했을 때도, 일선 공무원이 ‘직접 시공사에 요구하라’고 답했다. 원아들의 안전문제를 즉시 시교육청이나 동작구청과 논의하는 대신, 개별 유치원이 시공사와 논의하도록 방치하는 직무유기를 한 것이다.

 시교육청은 재발방지를 위한 후속대책을 내놓지도 못했다. 그저 유사상황에서 여러 행정기관이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협조를 강화하는 매뉴얼, 응급 상황 피난 조치 매뉴얼, 돌봄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조치하는 매뉴얼 등 각종 매뉴얼을 만들겠다는 것 뿐이었다. 

 상도유치원 학부모들은 13일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사고 당일 122명의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정상 등교했고, 붕괴사고가 일어나기 불과 4시간 전까지도 아이들은 그 위험한 곳에서 친구들과 웃으며 생활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어른들의 무책임함과 무관심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자칫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시교육청은 서울의 교육을 책임지는 기관이다. 그런데도 이번 사태를 지역교육청이나 시공사, 그리고 구청의 문제라고만 치부한다면, 시교육청의 존립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dyhl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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