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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단둥]활기 띤 북중 접경지역…北식당 성업중

등록 2018.09.16 09:3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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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식당 3~4곳 관광객 많이 찾아

북한 주민들 스마트폰으로 사진 촬영하기도

활기 띤 단둥세관, 북한 트레일러 줄 서 있어

늦은 시간까지 압록강변 밝히는 신의주 풍경

【단둥=뉴시스】김성진 기자 = 4일 오후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내에 위치한 북한식당인 류경식당 건물 모습. 주상복합건물에 1층에 자리잡고 있다. 2018.09.16. ksj87@newsis.com

【단둥=뉴시스】김성진 기자 = 4일 오후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내에 위치한 북한식당인 류경식당 건물 모습. 주상복합건물에 1층에 자리잡고 있다. 2018.09.16. [email protected]

【단둥=뉴시스】김성진 위용성 기자 = "조선말로 노래하면 들립니까?"

 지난 5일 오후, 중국 랴오닝성 단둥 시내에 위치한 북한식당인 '류경식당' 접객원(종업원) A씨는 남쪽에서 온 기자에게 다가와 먼저 이야기를 건넸다.

 이날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특사단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난 날이다. 이후 남북은 오는 18일부터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열기로 정했다.

 류경식당은 현재 단둥 시내에서 가장 큰 북한식당이다. 올해 초만 해도 중국의 대북제재 조치 등으로 문을 닫았지만 최근 영업을 재개했다.

 A씨는 기자에게 "남쪽 손님이 많이 온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남북 정상회담이나 남북관계 등 정치적인 문제에 질문하면 말을 아꼈다. 질문을 듣고도 안 들리는 척하거나 질문이 끝나기도 전 음식 담긴 접시를 내려놓고 자리를 떴다.

 북한식당은 냉면 한 그릇에 32위안(약 5200원), 대동강 맥주는 1병에 25위안(약 4000원) 등이었다. 일반 중국 음식점에 비해선 꽤 값이 나간다. 저녁시간, 공연을 보며 식사를 즐기려는 중국인 손님들로 식당은 붐볐다. 북한 접객원들은 한복을 입고 나와 북한 노래와 중국 노래 등을 불렀다.

 단둥 시내 곳곳에는 이같은 북한식당들이 자리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북한식당이라고 홍보했던 단둥 '평양고려관'은 여전히 문을 닫은 상태였다. 평양고려관은 문 닫았지만 몇몇 식당에서는 평양고려관의 메뉴판을 그대로 사용하기도 했다.

【단둥=뉴시스】김성진 기자 = 단둥시내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압록강변 근처에선 북한 근로자들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한국과 북한 상점이 몰려 있는 '고려거리' 인근에서 일을 보는 북한 주민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들고 길거리에서 통화를 하는가 하면, 압록강변 공원에서 강가를 따라 산책을 하거나 스마트폰으로 사진 촬영을 하기도 했다. 사진은 5일 오후 단둥 고려거리의 모습. 이곳을 중심으로 북한 상점이 모여 있다. 2018.09.16.ksj87@newsis.com

【단둥=뉴시스】김성진 기자 = 단둥시내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압록강변 근처에선 북한 근로자들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한국과 북한 상점이 몰려 있는 '고려거리' 인근에서 일을 보는 북한 주민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들고 길거리에서 통화를 하는가 하면, 압록강변 공원에서 강가를 따라 산책을 하거나 스마트폰으로 사진 촬영을 하기도 했다. 사진은 5일 오후 단둥 고려거리의 모습. 이곳을 중심으로 북한 상점이 모여 있다. [email protected]

여성 접객원들은 한가로운 시간대엔 홀에 설치된 TV로 북한 드라마를 보며 잡담을 나눴다. 여주인공이 "머저리!"하고 대사를 읊자 접객원들은 대사를 따라하며 농담을 했다. 드라마 대사를 따라하며 웃는 모습이 우리나라 젊은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 압록강변에서 스마트폰으로 기념사진 촬영도

 오전 7시, 단둥 세관은 북한으로 가기 위한 20여 대의 트레일러가 줄을 서고 있었다. 이곳은 북한으로 가는 길목이다. 세관을 통과한 트레일러들은 '조중우의교'(朝中友誼橋)라고 불리는 압록강 철교를 지나 북한 쪽으로 넘어갔다.
  
 이른 아침부터 압록강변 근처에선 북한 근로자들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한국과 북한 상점이 몰려 있는 '고려거리' 인근에서 일을 보는 북한 주민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들고 길거리에서 통화를 하는가 하면, 압록강변 공원에서 강가를 따라 산책을 하거나 스마트폰으로 사진 촬영을 하기도 했다.

【단둥=뉴시스】김성진 기자 = 오후 3시께 북한에서 중국쪽으로 세관이 열리는 시간이 되자 버스와 트레일러들이 입국을 위해 다리 위에서 대기하고 있다. 30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20대가 넘는 차량이 화물을 싣고 신의주에서 단둥으로 넘어갔다. 2018.09.16. ksj87@newsis.com

【단둥=뉴시스】김성진 기자 = 오후 3시께 북한에서 중국쪽으로 세관이 열리는 시간이 되자 버스와 트레일러들이 입국을 위해 다리 위에서 대기하고 있다. 30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20대가 넘는 차량이 화물을 싣고 신의주에서 단둥으로 넘어갔다. 2018.09.16. [email protected]

이곳에 거주하는 한인에 따르면 북미 관계가 악화됐던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일대에는 무장군인들이 돌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오후 3시께 북한에서 중국쪽으로 세관이 열리는 시간이 되자 압록강 철교를 지나는 버스와 화물차가 다리를 건너 단둥 세관으로 진입했다.

 1시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20대가 넘는 차량이 화물을 싣고 신의주에서 단둥으로 넘어갔다. 단둥세관 앞에선 '평북(평안북도)' 번호판을 단 트레일러가 줄을 지어 일대 교통혼잡이 생기기도 했다.

 화물차량 외에 '묘향산여행사'라고 써진 일반 버스도 보였다. 버스엔 북한식당에서 일할 것으로 추정되는 승객들이 타고 있었다.

차창에 커튼이 걸려있었지만 승객들은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중국으로 입국하는 북중 국제열차에도 탑승한 승객들도 여럿 보였다.

 또 세관에서는 출근을 하는 북한식당 종업원과 단둥 고려거리 상점 등에서 일하는 남성 근로자들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단둥=뉴시스】김성진 기자 = 압록강변을 따라 출근중인 북한식당 종업원들. 약 30여명의 종업원이 관리자 3명의 인솔하에 압록강변을 따라 숙소까지 도보로 이동했다. 그들이 단체로 움직이지만 단둥 시민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양쪽 모두 서로의 모습이 익숙한 듯 했다. 2018.09.16.ksj87@newsis.com

【단둥=뉴시스】김성진 기자 = 압록강변을 따라 출근중인 북한식당 종업원들. 약 30여명의 종업원이 관리자 3명의 인솔하에 압록강변을 따라 숙소까지 도보로 이동했다. 그들이 단체로 움직이지만 단둥 시민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양쪽 모두 서로의 모습이 익숙한 듯 했다. [email protected]

종업원들은 30여 명으로 관리자 3명의 인솔하에 압록강변을 따라 숙소까지 도보로 이동했다. 그들이 단체로 움직이지만 단둥 시민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양쪽 모두 서로의 모습이 익숙한 듯했다.

 ◇"한인들 많이 나갔어…남북관계 좋아 기대"

 해가 진 저녁 8시. 단둥시와 마주 보고 있는 북한 신의주시도 신축 아파트나 호텔을 건설하는 것으로 보이는 현장에는 불이 들어와 있었다.

 다만 오후 10시가 넘어가면서는 거의 불이 남아있지 않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어둠속 북한' 모습이 펼쳐졌다.

 또 북한 쪽 압록강 철교 입구에 옆에 자리잡은 '신의주관광상륙원구'도 늦은 시간까지 조명을 밝혔다. 이 건물은 2015년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북한 당국이 조성한 건물이다. 이곳에서는 쇼핑이나 식사 등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둥에서 만난 한인은 "신(新)압록강대교는 4년 전에 이미 다 지었다. 개통이 언제 될지는 모르지만, 다리 끝에 조성되는 신도시의 부동산값이 많이 올랐다"며 "단둥 시내에 북한 사람이 많이 있다. 요즘 분위기가 좋다"고 전했다.

【단둥=뉴시스】김성진 기자 =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 신의주시의 밤 풍경. 상공으로 불빛을 비추는 모습이 목격됐다. 하얗게 불이 들어온 곳은 아파트나 호텔로 추정되는 고층건물 건설현장의 조명에서 나온 불빛이다. 2018.09.16. ksj87@newsis.com

【단둥=뉴시스】김성진 기자 =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 신의주시의 밤 풍경. 상공으로 불빛을 비추는 모습이 목격됐다. 하얗게 불이 들어온 곳은 아파트나 호텔로 추정되는 고층건물 건설현장의 조명에서 나온 불빛이다. 2018.09.16. [email protected]

그는 "남북관계가 안 좋아지면서 (단둥에서) 한인들이 많이 빠져나갔다"며 "남북관계가 좋아지니 앞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늦은 시간까지 단둥 시내에 있는 압록강변 상점들은 불을 밝혔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도 시민들은 강변을 걷거나 불꽃놀이를 하거나 연등을 하늘로 날리기도 했다. 연등이 바람을 타고 신의주시 방향으로 날아올랐다.

 이날 북한 신의주시에서도 한 줄기 빛이 하늘을 비췄다. 어떤 행사가 개최된 것으로 보이지만 확인은 되지 않았다. 노랫소리가 어렴풋이 압록강을 넘어 들려왔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까지 압록강은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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