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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재계 총수들의 평양 2박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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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9-20 10:15:08  |  수정 2018-10-01 09:3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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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우리 이재용 선생은 보니까 여러가지 측면에서 아주 유명한 인물이던데.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서도 유명한 인물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4대 그룹 총수 등 주요 경제인들이 북한 경제 정책의 실세로 알려진 리용남 내각 부총리를 면담한 장면은 평양정상회담을 대표하는 또다른 모습일 것 같다. 

 남북 정상이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하고, 마지막날 백두산을 함께 찾은 2박3일간 일정에서 비핵화 합의가 최대 쟁점이었지만 경제협력도 지난 4월 판문점 선언보다 구체적이면서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실제 올해 내 동·서해선 철도와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한다는 구체적인 결실도 나왔다. 조건이 마련된다는 전제가 붙기는 했지만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고, 서해경제공동특구와 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을 특정한 것도 진전된 결과물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재계 인사들은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대거 동행했다. 특별수행원 가운데 3분의 1인 17명이 경제인으로 현대자동차를 제외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오너경영인들이 참석해 중량감도 커졌다.

 청와대는 "남북관계의 장래를 위해 경제인들의 이번 수행단 참여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지만, 방북전 우려 섞인 시선도 없지 않았다. 대법원 재판을 앞둔 이재용 부회장이 명단에 포함된 점이 지적됐고, 민간 기업을 정치이벤트에 들러리 세운다는 비판도 나왔다.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 상황에서 협력 사업이 마땅치 않다는 점을 들어 시기상조라는 신중론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총수들의 이번 평양 동행은 공동선언문에 담긴 경협 사업 이상의 가치와 의미가 있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초행길이든 경험이 있든 이번 방북은 북한의 변화를 몸소 느끼고 배우며, 상호신뢰까지는 아니더라도 심리적 거리감을 허무는데 기여했다는 점에서 큰 소득이라는 판단이다. 북한의 모습을 다양한 측면에서 직접 살펴보는 좋은 기회였을 것이다.

 "평양은 처음 와 봤다. 마음에 벽이 있었는데 이렇게 와서 직접 보고 경험하고 여러분을 뵙고 하니까 (벽이 사라지는 것 같다)"(이재용 부회장)거나 "지리적으로 이렇게 가까운데 심리적으로 거리가 상당했다. 2007년 기업인들이 평양을 방문한 이후 11년 만에 다시 왔다. 그 사이 남북관계도 여러 가지 변화가 많고, 할 일도 많다"(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언급은 대표적인 예이다.

사실 재계 총수들은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주말까지 반납하며 '북한 공부'에 올인했다. 북한의 경제·산업 현황을 살펴보고, 각 그룹이 참여할 만한 경제협력 사업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이번 방북을 단발성 이벤트로 가볍게 여기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고 실제 그렇게 행동했다.  

 황해북도 조선인민군 122호 양묘장을 둘러봤고, 소학교와 평양교원대학을 방문, 북한교육 실태를 살펴보기도 했다. 대동강 수산물 시장에선 저녁식사를 하며 평양시민의 일상을 체험했고, 북한이 자랑하는 집체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수첩을 들고 다니며 직접 메모를 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삼성 디카를 챙겨가 기회 있을 때마다 셔터를 눌렀다. 임업 회사(SK임업)를 갖고 있는 최 회장은 평양 거리의 가로수를 유심히 살펴보고는 "11년 전에 비해 상당히 나무들이 자란 것 같아 보기가 좋았다"고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지금 한국경제는 시련기를 맞고 있다. 저성장 양극화 심화에 저출산 고령화의 문제까지 겹쳐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고,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아 주력 산업은 흔들리고 있다. 총수들의 머리가 복잡할 수 밖에 없고, 획기적 돌파구도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대북 사업의 미래를 장담할 수도 없고, 남측이 이를 주도한다는 보장도 없다.  대북제재로 당장 사업을 추진할 수도 없다.

 하지만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한반도에 닥쳐오고 있음은 누구나 감지할 수 있다. 비핵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남북경협은 언제든 급물살을 탈 수 있다. 한국경제를 넘어 한반도 경제권 구상을 통해 미래로 나아가는 생각을 가다듬었다면 이번 평양행은 총수들에게 값진 경험일 것이다.
 
 이번엔 '조연'이었지만 다가올 평화와 번영의 시대, 남북경협의 '주연' 역할을 미리 예습하는 시간이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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