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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미친 집값과 서울 불면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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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9-21 13:47:32  |  수정 2018-10-08 09:4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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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아무리 용감한 사나이라도 사자에게 세 번은 놀란다.'(소말리아 속담)

 어네스트 헤밍웨이 작품의 등장인물중 한명인 프랜시스 매코머.

 재력에 당당한 체격과 미모, 심지어 아름다운 아내까지 소유한 그가 얻은 단 하나의 불명예는 '겁쟁이'.

 아프리카 초원에서 사자를 피해 '미치광이'처럼 달아나는 그의 뒷모습을 본 사람들은, 심지어 그의 아내마저, 그를 업신여기고 경멸했다.

 매코머 자신도 뜬눈으로 잠을 지새우며 괴로워 한다.

 "집값문제 때문에 잠도 잘 못잔다."

 최근 자신의 불면증을 고백해 주목받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그는 장관취임 이후 8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집값 잡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결과는. "집값은 못잡고, 지방 부동산경기만 꺼뜨렸다"는 눈총만 받았다.

 "내년 4월까지 시간을 드렸으니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닌 집들은 좀 파시라."

 지난해 김 장관의 발언에 다주택자들은 분노했다. "집 여러채 가진 사람은 다 적폐란 말이냐"며 힐난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에 매물은 시중에서 자취를 감추고 무주택자들도 "정부만 믿다가 서울서 쫓겨나게 생겼다"며 살집을 찾아 나섰다. 주거 불안심리는 유례없는 집값 상승을 유발했다. 현재로서 정부 부동산 대책의 중간 성적표는 낙제점에 가까워 보인다. 어쩌면 "억울하다"고 말할지도 모르는 김 장관. 그가 지난 1년여간 8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얻은 교훈은 뭘까.

 "잘못은 사람이 했는데 아롱이(퓨마)는 무슨 죄냐."

 최근 대전의 한 동물원을 탈출했다가 목숨을 잃은 퓨마 아롱이.

 동물원측의 잘못은 둘째치고 수많은 논란속에서도 아롱이의 희생이 불가피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롱이의 탈주극으로 잠못 들었을 시민들.

 마찬가지로 같은 시기 '미친 집값' 탓에 잠못 이뤘을 서울 시민들. 단기 급등의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최근 서울 집값 상승세는 '미쳤다'는 말이 나올 정도. 미친 집값이 부부간, 형제간, 가족간 두터운 우애조차 갈라 놓고 있다는 요즘 분위기 속에서 잠못 드는 사람이 어디 김 장관뿐일까.

 작품으로 돌아가, 작중 관찰자 헤밍웨이는 '아무리 용감한 사나이라도 사자에게 세번은 놀란다'는 소말리아 속담으로 매코머를 위로하고 응원한다. 우리로 치면 '삼세번'.

 정부가 내놓은 종합대책에도 아직 서울 부동산시장에는 잔불이 남았고 서민들의 불안감도 여전하다. '노무현 시즌2'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국민들이 정부에 등 돌리지 않고 부동산대책에 귀 기울이며 일말의 기대를 거는 이유는 단 하나.

 '부동산을 통한 불로소득은 정당한 세금을 물어야 하고 서민의 주거복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일관된 원칙때문이다.

 이번에 나온 종합대책이 부디 서울시민들이 마음 놓고 잠들 수 있게 하는 것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ijoin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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