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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이번 추석, 고향 못간 '미래 은행원'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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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9-28 16:3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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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위용성 기자 = 이번 추석명절 기자의 친구 ㄱ은 고향을 못 내려갔다. 당장 다음주에 은행 한 곳의 필기시험이 예정돼 있어서다. 얼마 전까지 다른 곳에서 직장 생활을 했던 그는 "꿈을 포기할 수 없어서" '취준'대열에 재합류했고 한다. "고향은 왜 안갔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그는 "새로 생긴 필기시험 때문에 머리가 아프지만 식구들의 준비 잘하고 있냐는 기대감이 더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주요 은행들의 하반기 예정 채용규모는 2300명 수준이다. "예년보다 훨씬 늘어난 규모라니까 이번에는 취업에 성공하는 것 아니냐"고 주제넘은 격려를 했다가 ㄱ으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그 숫자에서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 인력을 빼봐라…거기서 또 정보기술(IT)계열 전문인력을 빼고…" 하면서 손가락으로 숫자를 헤아리던 ㄱ은 어느샌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은행은 남자를 좋아한다니까 또 빼고…학벌이 00대학 이상이어야 한다니까 또 빼면…"이라면서 자꾸 뺄셈을 해댔다. "블라인드 면접이라던데?" 하고 되물으려다가도 ㄱ의 표정을 보고 그냥 입을 다물었다.

이번 은행권 취업을 준비하는 지인 ㄴ은 "A은행은 일부러 (지원서를) 안 넣는다"고 했다. A은행은 지난 취업비리 사태때 성비를 조작해 여성 지원자를 떨어뜨린 은행이다. 하필 이번엔 개인 사정이 겹쳐 준비 시간이 빠듯한 ㄴ으로서는 '될 만한 곳'을 골라 선택과 집중을 하겠단 계산을 했겠다. 그래도 솔직히 이해가 가지는 않았다. 그렇잖아도 몇 개 되지도 않는 은행인데. 그렇지만 한편으론 뉴스를 보고 "나는 안 되겠구나"하며 쓰던 지원서를 스스로 지웠을 심정이 어땠을까 상상해봤다.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은행들은 'VIP리스트'를 만들고 임원의 자녀라서, 정치인, 고위관료의 부탁이라서 떨어질 사람을 붙였다고 한다. 금융권 채용비리를 감시할 금감원 직원조차 청탁을 넣은 사례도 있다.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서야 '전형과정 외부위탁', '평가위원에 외부 전문가 참여' 등 대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그간 '평범한' 지원자들은 얼마나 많은 실망과 분통을 터트렸을지 공감이 갔다.

친구 ㄱ처럼 명절 때마다 '가지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며 고향에 가지 못했을 미래의 은행원들은 얼마나 될까.

u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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