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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슈]부산 문화마을 원주민 오버투어리즘에 '몸살'

등록 2018.10.04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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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뉴시스】허상천 기자 = 부산의 새 관광명소인 감천문화마을은 10월 문화관광의 달을 맞아 관광객이 몰리고 있으나 원주민들은 무질서한 관광과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18.10.03. 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허상천 기자 = 부산의 새 관광명소인 감천문화마을은 10월 문화관광의 달을 맞아 관광객이 몰리고 있으나 원주민들은 무질서한 관광과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18.10.03.  [email protected]

【부산=뉴시스】허상천 기자 = 부산의 새 관광명소인 감천문화마을에 살고있는 회사원 김 모(32)씨는 공휴일이 두렵다.

 모처럼 주말에 피로도 풀겸 느긋하게 늦잠을 자고 싶어도 아침부터 몰려드는 관광객들의 발자국 소리와 떠드는 소음 때문에 쉴 수가 없기 때문이다.

 10월 문화관광의 달을 맞아 관광객들이 붐빌 것을 생각하면 노이로제에 걸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2009년부터 시작된 부산시의 관광형 도시재생 사업으로 시작된 감천문화마을은 최근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주민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도로변 상가나 주택은 집값이 오르고 일감도 생겨나 반긴다. 주민들이 떠나가던 동네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인구 감소 현상도 주춤해졌다.
 
 반면 한 집 건너 뒷집은 10년간 계속돼온 성장 폐해로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소음 공해뿐 아니라 차량 매연과 주차난으로 몸살을 앓는가 하면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관광객들 때문에 짜증을 더한다.

 최근에는 임대료와 부동산 시세가 올라 원주민들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또 다른 새 명소로 소문난 영도 흰여울문화마을도 비슷한 폐해로 갈등을 빚고 있다.

  바다와 옛 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이곳은 좁은 골목길과 맞닿은 꼬막집에 사는 주민들이 밤낮 없이 몰려드는 관광객들의 소리와 발자국 진동이 방구들까지 울리는 바람에 온몸으로 감수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언론에서 동네 이름을 들먹이는 것조차 꺼린다. 관광객이 몰려 더욱 불편하기 때문이다.

  ◇부산도 ‘오버투어리즘’ 몸살
 
  부산의 새 관광명소인 감천문화마을과 흰여울문화마을이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과잉관광)'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부산=뉴시스】허상천 기자 = 부산의 새 관광명소인 감천문화마을은 10월 문화관광의 달을 맞아 관광객이 몰리고 있으나 원주민들은 무질서한 관광과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 왼편은 감천문화마을 정자, 오른편은 흰여울마을 BDI 자료. 2018.10.03. 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허상천 기자 = 부산의 새 관광명소인 감천문화마을은 10월 문화관광의 달을 맞아 관광객이 몰리고 있으나 원주민들은 무질서한 관광과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 왼편은 감천문화마을 정자, 오른편은 흰여울마을 BDI 자료. 2018.10.03.  [email protected]

  마을 전체가 관광명소인 이 곳은 박물관이나 민속촌 같은 곳이 아니라 주민들이 살고 있는 생활공간이다. 개발 안된 옛 모습을 간직한 풍광이 관광 컨셉트인 만큼 도로나 주차장, 편의시설도 빈약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가파르게 불어나는 관광객들로 사생활 침해와 공동체 생활불편 등의 고통까지 겹치고 있다.

 원주민들은 "관광객들이 마치 동물원 구경하듯 한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그나마 도로를 끼고 있는 건물주와 상인들은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전세 수입 등으로 반기는 편이지만 뒤안길 원주민들은 사생활 침해와 둥지 내몰림 등의 폐해까지 생겨나고 있다.

  부산발전연구원(BDI) 박경옥 연구위원이 감천문화마을과 흰여울문화마을의 '건물이용가능 면적'과 골목길·숙박공간 등을 감안한 ‘물리적 수용능력’을 분석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2곳 모두 관광객 수용인원 초과로 불편을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천문화마을의 경우 물리적수용능력은 하루 2601명꼴인데 비해 관광객은 지난해 5월 하루 평균 8296명, 10월 6264명이 몰린 것을 비롯해 겨울철에도 4400여명이 몰리는 등 수용 능력을 2~3배 이상 넘어선다. 주말과 휴일에는 평일보다 4~5배 많은 관광객이 몰려 큰 혼잡을 빚는다.

  또 흰여울문화마을도 수용능력은 하루 996명꼴이다. 관광객은 계절에 따라 하루 평균 337명~629명으로 조사됐지만 주말이나 연휴때는 1200여명이 몰려 붐빈다. 특히 이 곳은 동네가 대부분 비좁은 골목길로 연결돼 주민들이 겪는 충격은 더욱 크다.

  ◇ 주민불편 해소 대책 마련 시급

 무엇보다 방문객이나 관광객들이 주민 사생활 보호는 물론이고 소음공해와 쓰레기처리 등에 대한 세심한 주의와 배려가 절실하다.

 BDI 박 위원은 '오버투어리즘' 폐해를 막기 위해 ▲ 방문자 교육 시스템 마련 ▲'묵음 구역'(Silent Zone) 설치 ▲'책임관광'을 유도하는 규제와 관광문화 구축 ▲지속가능한 모니터링 등의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박 위원은 "관광지 내 골목길을 다른 색으로 표시해 '묵음 구역'을 정하거나 '저소음 관광구역'을 설정해 관광객들의 정숙한 관광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감천문화마을과 흰여울문화마을의 특수성을 고려해 방문자 예약 교육시스템을 마련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부산=뉴시스】허상천 기자 = 부산의 새 관광명소인 감천문화마을은 10월 문화관광의 달을 맞아 관광객이 몰리고 있으나 원주민들은 무질서한 관광과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18.10.03. 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허상천 기자 = 부산의 새 관광명소인 감천문화마을은 10월 문화관광의 달을 맞아 관광객이 몰리고 있으나 원주민들은 무질서한 관광과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18.10.03.  [email protected]

  박 위원은 "관광객이 윤리적 규범을 지키면서 지역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일정한 보증금을 맡기는 관광지 방문예약제를 도입해 인원을 제한하거나 분산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관광지 출입제한 시간·구역을 정하는 등 책임관광 규제 방안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특히 무뢰한 관광객들에 대한 규제를 주민협의회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시와 구청 및 경찰도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 부산의 새 명소 감천문화마을과 흰여울문화마을은 어떤 곳인가

 감천문화마을은 1950년대 6·25전쟁 피난민의 힘겨운 삶의 터전으로 자리잡아 지금까지 부산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산비탈을 따라 계단식으로 들어선 집들이 미로와 같은 골목길로 연결돼 감천문화마을의 독특함을 연출한다.

 부산시가 문화예술을 가미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면서 마을 전체를 파스텔톤으로 단장해 한국의 '마추픽추'나 '산토리니'로 불리면서 연간 185만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마을의 풍광뿐 아니라 골목마다 독특하면서도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감상하고 작가들의 공방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공예 체험도 특별한 매력이다.

 감천문화마을 주민협의회 전순선 회장은 "문화마을 운영 이익의 열매가 주민들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주민일자리 창출과 무료 행복버스·작은목간통 운영, 빨래·쓰레기봉투 지원 등을 하고 있다"며 "원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 마을과 바다의 풍광을 느낄수 있는 영도구의 절영해안산책로 옆 흰여울문화마을도 관광객들로 붐빈다.

 흰여울문화마을은 바다를 품은 절벽 위에 들어선 동네다. 봉래산 자락에서 바다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하얀 거품을 날린다고 해 흰여울로 불렸다. 6·25전쟁 때 몰려든 피란민들이 벼랑 끝까지 다닥다닥 들어서면서 만들어진 꼬막집들이 지금은 최고의 풍광을 안겨주는 명소가 됐다.

 이 마을은 골목길로 이어진 믿머리계단, 꼬막집계단, 무지개계단, 피아노계단, 도돌이계단 등 5갈래의 계단을 오르며 삶의 흔적과 베어 있는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이마을 작은 카페에서 잠시 숨을 돌리면 이윽고 바다에 어둠이 깔리고 대형선박들의 게류장인 묘박지에 정박한 선박들의 불빛이 남항의 또다른 풍광에 젖어들게 된다.

 흰여울문화마을은 최근 영화 '변호인'과 '범죄와의 전쟁'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촬영지로 소문나면서 영화 마니아들과 관광객들이 더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돼 관광 에티켓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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