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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착기로 벽 두들겨"…여전히 전쟁터 같은 강제퇴거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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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10-06 06:00:00  |  수정 2018-10-15 09:06:49
용산참사 후에도 법원 집행관과 용역업체의 인권침해행위 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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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29일 오전 서울 성북구 장위7구역 재개발지역에서 강제집행이 진행돼 한 철거민이 용역들을 몸으로 막아서고 있다. 2018.03.29. (사진=투데이신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인도집행이라는 게 있다. 재개발사업 시행자(재개발조합과 건설업체)의 요구에 세입자가 응하지 않을 경우 시행자가 법원의 힘을 통해 세입자를 강제퇴거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이 인도집행이 벌어지는 현장에서 인권침해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09년 용산참사를 비롯해 도시개발과 재개발 재건축 과정에서 반복돼온 강제퇴거와 이로 인한 인명피해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성북구 장위7구역 재개발 현장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11건의 인도집행이 이뤄졌다. 올해 2월에는 응암1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인도집행이 시도됐다. 거처를 잃고 쫓겨난 세입자들이 추위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겨울철임에도 법원이 인도집행에 나선 것이다.

 특히 2월1일 응암1구역 현장에서는 오전 7시30분부터 1시간여 동안 대치가 이어졌다. 세입자들을 쫓아내려는 법원 집행관과 사업시행자들이 세입자들과 맞붙었다. 대치를 해소한 것은 서울시 공무원들이었다. 공무원들은 '시장이나 군수는 동절기 등 시기에 법원 인도집행을 포함한 강제철거행위를 제한할 수 있다'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근거로 중재에 나섰고 결국 법원 집행관 등은 물러났다.

 주민 중 90%가 세입자인 개포주공4단지 재건축 현장에서는 지난해 한밤중에 용역업체 직원들이 문을 두드리면서 이사를 종용해 논란이 일었다. 개포주공8단지 재건축 현장 인도집행 때는 용역업체 직원 400여명이 소화기를 난사해 상가 세입자 10명을 끌어내기도 했다. 이처럼 인도집행이 벌어지는 재개발 구역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사업시행자가 세입자를 압박하기 위해 공포감을 조성하는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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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29일 오전 서울 성북구 장위7구역 재개발지역에 철거민의 호소문이 바닥에 널려 있다.한 철거민은 "이날 오전 10시께 강제집행 시도가 있었으나 큰 충돌은 없었으며 오후4시께 재집행이 될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2018.03.29.  20hwan@newsis.com
올 3월 실시된 장위7구역 인도집행 과정에서 시행자가 대형 굴착기(포클레인)로 세입자가 점거하고 있는 건물의 외벽을 두들겨 세입자들이 두려움에 떨었다. 집 안에 세입자가 머물고 있는데도 굴착기가 건물에 다가가 삽 부분으로 벽을 때리며 위력시위를 벌인 것이다. 지진이 난 듯한 충격에 세입자가 공포감을 느낀 것은 당연지사다.  

 검정 양복을 입고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경비용역의 횡포 역시 좌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사업시행자가 고용한 경비업체 직원은 현장에서 질서유지행위만 해야 하지만 직접 인도집행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마포로6도시환경정비구역 인도집행에서 경비용역이 세입자는 물론 그의 딸을 강제로 건물 밖으로 끌고 나오는 일이 발생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경비용역이 직접 전기와 가스를 차단하려 시도(지난해 4월 마포구 염리3구역)하거나, 집행대상 물건의 운반에 참여하는 일(지난해 4월 영등포구 신길동)이 있었다. 지난해 11월 영등포구 신길8구역에서는 여성 경비용역 4명이 세입자의 팔과 다리를 붙잡고 끌어냈다.

 재개발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상적 폭력'도 세입자들을 괴롭힌다.

 재개발 현장에 상주하는 용역업체 직원들은 인도집행이 이뤄지기 전에 미리 세입자들을 내쫓기 위해 동네 이곳저곳을 다니며 협박, 위협, 영업방해, 성희롱, 방화, 오물투척, 낙서, 통행방해, 모욕, 시비 걸기, 문과 상하수도 파손 등 행위를 하고 있다. 일상적 폭력을 견디다 못한 세입자들은 이주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쫓기듯 둥지를 떠나게 된다. 이 같은 갑작스런 이주는 취약계층으로 진입하는 진입로에 다름 아니다.

 이처럼 재개발 현장에서 세입자를 압박하는 용역업체는 철거업무를 하는 건설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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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서울 성북구 장위 뉴타운 재개발 정책에 반대하는 구역 주민들이 20일 오전 서울시청 로비에서 연좌농성을 하고 있다. 2014.08.20. kkssmm99@newsis.com
철거용역의 시초는 1986년 12월 설립된 '입산개발'이다. 재개발이 성행하면서 입산개발의 후신이 여전히 성업 중이다. 현재 다원, 참마루, 삼오진, 유에스, 호람, 대길공영, 비조, 태형E&C, 세경D&C, 우진미래로 등이 재개발 현장에서 영업하고 있다.

 이들 철거용역은 '비계 및 구조물해체공사업' 면허를 가진 업체다. 이들은 사업주(주로 폭력배 출신)와 대표이사 외에 10명 안팎의 영업직원(체대와 법대 출신)을 정직원으로 두고 있다. 현장에 투입되는 비정규직 직원은 지역 폭력조직 관련자들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이처럼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도 세입자들이 재개발 현장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보상액이 적기 때문이다. 재개발 사업 시 토지 감정평가는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일반 택지의 공시지가는 시세의 60~70%선에 그치므로 이에 근거해 책정된 재개발 보상금(현금청산금) 역시 시세보다 현저히 적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시행자와 세입자의 갈등으로 재개발이 지연되면 보상금과 시가와의 차이는 더 커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부족한 보상금만으로는 이전에 자신과 가족이 누리던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힘들고 변두리로 이사해야 한다. 이 때문에 세입자들은 강제집행에 저항해서라도 보상금을 더 받으려고 하거나 재개발 자체를 반대하게 된다.

 장애나 건강상 이유로 병원이 가까운 현 거주지에 머물러야만 하는 경우, 고령이라 새로운 곳으로 이사하기 부담스러운 경우, 추억이 담긴 공간을 떠나는 데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 등도 세입자가 이주를 원치 않는 이유다.

 세입자들을 달래기 위해 조합장이 나서서 추가 보상을 추진하려해도 이 경우 조합원들로부터 배임 등 혐의로 고발당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보상을 둘러싼 협의가 형식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

 6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와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운영하는 '철거현장 인권지킴이단'은 지난 2일 열린 '집행현장의 문제점과 법제도 개선 심포지엄'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철거현장 인권지킴이단 소속 윤예림 변호사는 "인도집행은 단순한 대물 집행이 아닌, 사람과 사람이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한 집행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다른 강제집행에 비해 위험성이 크다"며 "인도집행과 관련한 제도 점검이 필요하다. 또 현장에서 인권침해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를 위한 입법자와 법원, 지방자치단체, 지원단체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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