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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B금융지주 '지배구조 선진화방안'은 지배력 강화 꼼수

등록 2018.10.09 15:32:19수정 2018.10.09 15:5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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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측, 지주회장의 은행장 겸직 및 장기 집권 의도?

【대구=뉴시스】자료사진. 대구은행 전경. 2018.10.09.(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대구=뉴시스】자료사진. 대구은행 전경. 2018.10.09.(사진=뉴시스DB) [email protected]


【대구=뉴시스】정창오 기자 = DGB금융지주와 은행 사외이사 간 ‘지배구조 선진화방안’ 도입을 둘러싸고 대립이 깊어지고있다.

특히 지주 측이 최근(10월2일) 개최한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에 대한 의견' 설명회와 관련, 복수의 은행 측 관계자들은 지주회장의 은행장 겸직 또는 임기 연장을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현재 DGB금융그룹은 작년 하반기부터 터진 그룹내 여직원 성추행과 함께 인사 비리, 비자금 조성, 은행장 구속 등에 따른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우선인 상황이다. 그 중 지역주민들에 대한 신뢰회복은 더욱 시급한 실정이다.

하지만 지주 측은 이 같은 문제 해결은 뒷전에 두고, 지배구조 선진화를 명분으로, 새로운 계파 형성에 따른 특정 세력의 지배구조 강화에 골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각종 의혹으로 적잖은 파고를 겪은 DGB금융지주가 은행 사외이사 제도 개편을 통해 현상황을 돌파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 놓고 있다. 반면 은행 측과 지역 여론은 지주사가 지나치게 은행에 대한 통합적 지배력 강화 움직임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은행 사외이사와 복수의 부장급 간부들은 “지주 측의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 등에 대해 정당성도 없고 조직의 안정보다 개인의 이해를 앞세운다”며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은행 이사 측은 지주사의 과도한 지배로 인한 부작용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갈등의 핵심은 차기 은행장 선임권과 사외이사 인선자문위원회 등 외부전문기관을 통한 사외이사 추천 및 평가제 도입으로 해석된다.

 지주사는 금융지주회사법 제2조 ‘지주사는 은행 등을 지배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의 규정을 들어 지주사가 은행의 최고경영자(은행장)와 사외이사 등 임원후보를 추천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은행 이사 측은 금융지주회사법 제1조의 ‘지주사의 자회사 지배가 과도해 생기는 부작용을 방지해 건전한 경영을 도모한다’는 규정을 들어 임원후보 결정권은 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임원선임권은 소유자인 지주사가 갖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지주사가 은행의 경영진을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은행경영이 최대 주주의 의사대로 될 수밖에 없어 은행의 건전한 경영을 해치는 등 금융사지배구조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또한 지주사는 이사 선임을 통해 경영 지배구조를 결정하고 그 구조 아래서 은행의 자율경영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은행이사 측은 지주사가 은행 경영진을 결정하는 이상 자율경영은 기대할 수 없고 특히 경영 감시기능을 하는 사외이사마저 지주사가 결정하면 자율경영 자체가 실종될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지배구조법 제17조에 의하면 이사 선임을 주주총회가 아닌 금융회사에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지주사의 주장에 대해 은행 이사 측은 금융사(은행)가 이사 선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후보 추천권만 행사하고 선임은 주주총회(소유자)가 하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결국 은행이사 측은 금융회사의 경우 은행 등 자회사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후보추천권은 은행의 독자적 권한으로 실질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지주사는 사외이사 추천 및 평가제 도입을 통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높이고 인재 풀 확대에 나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은행 이사 측은 후보군 다양화를 명목으로 법률이 금지하는 지배력 남용을 우회적으로 달성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은행 이사 측의 가장 큰 우려는 지주사가 은행장 후보자 자격요건을 임원 경력 5년 이상으로 제시한 것에 대해 지주회장이 상당 기간 DGB그룹 내 모든 권한을 독점적으로 행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대구은행 현직 가운데는 지주사의 은행장 후보자 자격요건을 충족시킬 인물이 없고 이 조건을 충족시키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지주사가 현실적으로 충족시키지 못할 은행장 후보자 자격요건을 내세운 것은 당장 지주회장이 은행장을 겸직할 수밖에 없는 물리적 환경을 조성하고 장래의 어느 시점까지 DGB그룹을 장악하려는 것이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역 금융가는 DGB금융그룹의 미래 비젼 확장을 위해 필요할 경우 유능한 외부인물을 영입해야 하는데 최근 지주 측이 제시한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이 인재 영입의 길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스런 분석을 내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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