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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둘러싼 북·미 대립 격화…북중러 및 한국 압박에 미국 고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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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10-11 09:34:26
종전선언 가시화되자 북한이 제재 완화 요구 추가
협상력 높이거나 중단 명분 삼을 수도 있는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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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 1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자신의 집무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10.11.

【서울=뉴시스】강영진기자 = 북핵문제가 대북제재 완화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이는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제재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될 것임을 예고한다.

미국은 여전히 강력한 제재가 유지되길 희망하지만 북한은 중국, 러시아와 보조를 맞춰가며 제재완화를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한국도 유엔 제재와 무관한 제재부터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어 미국이 소외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은 2차 북미정상회담의 일정과 의제, 나아가 개최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 변수로 평가된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를 전후로 미국을 방문해 2차 북미정상회담을 주선하고 분위기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보다는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와 종전선언을 맞바꾸는 것이 초점이었다.

그러나 유엔 총회에서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연설하면서 돌연 제재 완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연설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핵무장을 해제하는 일은 절대 없다"면서 "제재가 우리의 불신을 증폭시키는 게 문제"이며 "(핵,미사일) 시험이 중지된 지 1년이 되는 오늘까지 제재 결의들은 하나도 변한 게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 외무상의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노력으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평양 방문을 확정한 뒤에 나온 것으로, 당시 분위기에 비추어 강경한 톤이어서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당시 미국 정부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고 말함으로써 이 외무상 연설을 무시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이후 강경화 외무장관이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 방문이 확정된 직후인 지난 4일 미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를 갖고 영변 핵시설 폐기와 종전선언을 맞바꾸는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강장관의 회견에 미국 정부는 적극적으로 반박하지 않았다. 이는 강장관이 천명한 영변 핵시설 폐기와 종전선언을 맞바꾸는 방안에 대해 한미간에는 최종적 합의는 없었더라도 상당한 정도로 사전 논의가 있었음을 암시한다.

미국이 종전선언을 받아들일 조짐이 있음을 파악한 북한이 이용호 외무상의 연설을 통해 대북 제재를 완화 내지 해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부각시킨 셈이다. 얻고자 하는 대가가 주어질 듯하면 요구를 한층 강화하는 협상 방식은 북한이 수십년 동안 전형적으로 구사해온 전술이다.  

그뒤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 방문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과정에서 북한의 제재 완화 목소리는 부각되지 않았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비핵화 약속을 다짐하고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으로 미국의 환심을 사기 위해 주력했다. 당일 치기로 평양을 방문한 폼페이오 장관과 두차례 회담하고 오찬까지 함께 하는 등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주력했다.

그러나 당시 폼페이오 장관을 수행한 스티브 비건 특별대표의 파트너로 지목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평양을 비우고 베이징으로 날아갔다. 최부상은 이어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함께 모스크바로 향했다. 이 곳에서 두 사람과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이 3자회담을 갖고 10일 대북제재 완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 목소리를 낸 것이다. 

러시아 외무부가 10일 발표한 공동성명은 "유엔 안보리가 제때에 대북 제재 조치 재검토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3국이 일방적 제재에 반대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북한의 움직임은 어찌보면 앞에서 어르고 뒤에서 뺨을 치는 이중적 행태다. 김정은과 북한 외무성이 각각 굿캅과 배드캅의 역할 분담을 하는 모양새다. 체제의 안위를 걸고 하는 대미 협상이므로 북한으로서도 모든 가능성을 저울질하고 대비책을 마련하려 할 것임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대북제재에 대해 미국은 강경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에서 돌아온 뒤에도 대북제재는 핵폐기가 이뤄지지 않는 한 유지될 것임을 되풀이 강조했다. 특히 10일 강경화 외무장관이 국회에서 한국의 대북 독자제재인 5.24조치의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발언에 대해 "(한국은) 우리의 승인이 없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0일 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을 다음달 6일의 중간선거 이후로 넘긴 직후부터 북미 대화 분위기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중간 선거 이전에라도 열릴 듯한 정상회담이 언제 열릴지 모르는 상태가 되면서 북미간 우호적인 협상 분위기가 냉각되고 있다.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가 약해질 경우 북한은 지금까지의 대미 협상 방식을 수정할 수도 있다. 당장은 어떤 판단도 내리지 않은 채 선거 결과에 따른 대미 접근 방식의 변화 가능성을 다각도로 점검할 것이다. 예컨대 공화당이 상하원에서 모두 다수당의 지위를 잃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논의가 탄력을 갖게되면 북한이 트럼프와의 협상을 중단할 가능성마저 배제하기 어렵다.

북한이 제재 완화를 공식화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미 중간선거 뒤 있을 대미협상에서 협상력을 높이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협상을 중단하는 명분으로 삼을 수 있는 일거양득의 노림수인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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