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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동포 그레이스 켈리, 참 명랑하고 대단한 색소폰 연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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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10-12 13: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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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한국계 미국인 재즈 색소포니스트 그레이스 켈리(Grace Kelly.정혜영)이 10일 오후 서울 통의동 카페담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아시아계 여성이 재즈 색소폰 영역에서 활동하는 것이 흔치 않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음악이 가장 중요하다. 음악 활동을 할 때, 그런 점들로 인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직접 피부로 느낀 적은 없다. 다른 아시아인 여성이 용기를 얻었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을 때 가장 기분이 좋았다."

 색소폰 연주자 그레이스 켈리(26)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어릴 때부터 재즈 신동으로 소문난 그녀는 밝은 햇살처럼 활짝 웃는 웃음과 긍정적인 가치관이 매력이다. 그녀 앞에서는 모나코 왕비가 된 할리우드 배우 그레이스 켈리(1929∼1982)가 내뿜는 아우라도 짐짓 흐려질 정도다.

중후하고 부드러운 음색의 색소폰에 대한 편견은 한국에서 특히 심하다. 재즈를 좋아하는 중장년 남성층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한국에서 그릴 수 있는 대표적인 이미지라면,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1994)의 백마 탄 왕자 '강풍호'(차인표)

켈리는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주 연주를 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그런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라면서 "한국계 미국인 여성으로, 거창한 책임감까지는 아니지만 중요한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악기에 국적, 성별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잖는가"라고 반문하며 웃었다.

색소폰은 1840년께 벨기에 음악가 겸 악기발명가 아돌프 삭스가 개발했다. 당시만 해도 클래식 음악에 주로 사용됐다. 20세기 들어 색소폰이 미국의 상징적인 악기로 떠오르면서 재즈의 주축 악기가 됐다.

 색소폰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유연함이다. 몸체는 금관악기처럼 보이지만 마우스피스에 끼우는 리드는 나무, 따라서 목관악기로 분류된다. 금관악기와 목관악기의 특성을 모두 지니고 있다. 섬세한 금관악기이자 강력한 목관악기.

켈리의 성향, 음악적 색깔과 맥락이 닿는다. "색소폰을 시작한 것도, 가장 좋아하는 악기가 된 것도 마치 노래하는 듯 연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이라며 흡족해했다. "색소폰은 모든 장르에 어울린다. 재즈, 클래식은 물론 블루스, 비밥, 로큰롤 등. 그렇게 다양한 것을 소화해서 참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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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한국계 미국인 재즈 색소포니스트 그레이스 켈리(Grace Kelly.정혜영)이 10일 오후 서울 통의동 카페담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chocrystal@newsis.com
켈리는 12~14일 경기 가평군 자라섬에서 열리는 '제15회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마지막 날 자신의 팀 '그레이스 켈리 브루클린 밴드'와 함께 색소폰을 들고 무대에 오른다. 켈리가 방한하는 것은 10년 만이다. 2008년 청소년 자살 예방 자선 콘서트에서도 연주했다. 모국에서 제대로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공연이 켈리의 공식 한국 데뷔이자 아시아 데뷔인 셈이다.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에 참여한 미국 재즈 뮤지션 친구들로부터 큰 행사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큰 기대를 하고 있다"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켈리는 이번에 자신의 4인 밴드와 함께 한다. 6년 전부터 함께 작업해온 드러머, 4년동안 알아온 베이시스트, 이번 주말 결혼을 하는 키보디스트를 대신한 건반주자와 함께 팀을 꾸렸다.

켈리는 여섯 살에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정형화한 악보를 그대로 따라치는 것을 싫어한 켈리는 스스로 곡을 변형해 연주하고는 했다. 부모가 재즈를 들려준 이유다. 재즈 거장 스탄 게츠(1927~1991)를 좋아한 부모의 영향으로 켈리도 그의 음악을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열 살이 되던 해에 색소폰을 접했고, 이후 색소폰 연주자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이후 단숨에 재즈계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열 네 살 때 미국에서 유명한 '보스턴 팝스 오케스트라'와 함께 자신이 작곡한 곡을 재즈 가수 다이엔 리브스 공연에서 연주했다. 16세 때는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식 공연에 참여했다.

10년 전 재즈 신동으로 국내에 알려진 후 미국 위주로 공연하고 해외 투어를 병행하면서 한국 활동은 뜸해졌다. 케네디 센터, 카네기 홀, 링컨센터 등 미국 주요 공연장을 포함해 30여개국에서 800회 공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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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한국계 미국인 재즈 색소포니스트 그레이스 켈리(Grace Kelly.정혜영)이 10일 오후 서울 통의동 카페담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chocrystal@newsis.com
'일렉트로 재즈 팝'으로 분류되는 켈리의 음악은 밝고 경쾌하며 에너지가 넘친다. 퍼포먼스에는 흥이 가득하다. "재즈를 클래시컬하게 공부했다. 스크릴렉스를 비롯한 EDM 뮤지션들도 좋아하고, 팝도 많이 듣는다. 일렉트로 재즈 팝은 이 세 장르를 섞어 나만의 느낌으로 들려주는 것이다."

최근에는 글로벌 대세로 떠오른 아이돌 그룹의 K팝도 자주 듣는다. "방탄소년단(BTS)은 물론이다. f(x)의 음악도 좋더라. K팝은 프로듀싱도 잘 되고 가수들이 춤도 잘 추고, 뮤직비디오도 훌륭하게 잘 만든다. 최근에는 (SBS TV 'K팝스타' 출신) 이진아씨의 음악을 인상적으로 들었다."

8일 한국에 온 켈리는 그동안 서울이 많이 변했다며 놀라워했다. "첨단의 높은 건물들이 많이 세워졌고, 카페들도 예쁘다"며 즐거워했다.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공연 당일 새 음반을 발표한다.

 "앞으로 자주 오고 싶다. 나는 한국계 미국인이고, 미국에 오래 살았지만 한국이 가진 소리에 끌린다. 한국에서 내 음악적인 지평을 확장하는데 집중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미국대사관에서 대금 등 국악 연주자들과 함께 무대도 꾸민다. "국악에도 관심이 많다. 아직은 잘 모르지만 어릴 때 판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 소리에는 재즈의 즉흥적인 부분과 어우러질 수 있는 부분들이 많더라."

"미국 라디오에서 싸이, 방탄소년단의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음악은 국경을 뛰어넘는다는 사실이 새삼 느껴지더라. 음악은 만국의 언어인 셈이다. 미국 문화가 다문화가 바탕인 것처럼, 재즈 역시 미국 음악이지만 다양한 문화가 섞여서 만들어졌다. 한국계로서 재즈에 새로운 음악을 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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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한국계 미국인 재즈 색소포니스트 그레이스 켈리(Grace Kelly.정혜영)이 10일 오후 서울 통의동 카페담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chocrystal@newsis.com
켈리와 만난지 하루 만에 음악 친구가 된 '조선 록' 개척 밴드 ‘전범선과 양반들'의 전범선(27)은 "자유분방하고 에너지 넘치는 켈리는 흥미로운 뮤지션"이라고 했다.
 
켈리는 아직 재즈를 낯설어하는 이들을 위해 팁 하나를 귀띔했다. "중요한 건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거다. 편하게 들으면 된다." 녹색빛으로 물들인 검은 머리가 찰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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