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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 준비 실무협상 다음주 열릴수 있을까

등록 2018.10.12 09: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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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최선희 외무성 부상, 비건 미 특별대표 초청에 아직 답 안해

제재 해제 둘러싼 양측 기싸움 치열하지만 곧 열릴 가능성 커

【서울=뉴시스】강영진 기자 = 지난 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당일치기 평양 방문으로 2차 북미정상회담이 가시화됐다. 당초 다음달 6일의 미 중간선거 이전이라도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간선거 유세가 바쁘다면서 선거 뒤로 미루면서 회담 동력이 다소 약화된 분위기다.

 그러나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자신이 북한의 핵문제를 잘 처리하고 있고 폼페이오 장관이 일을 잘 하고 있다고 치켜세우는 등,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회담할 의지를 강력히 표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직 일정이 구체화되진 않고 있으나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담당하는 2차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실무협상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비건 특별대표는 지난 7일 평양을 방문한 자리에서 최선희 부상에게 만날 것을 제안하는 초청 서한을 보냈다고 기자들에게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최선희 부상은 아직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비건 특별대표와 최 부상의 회동 일정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선희 부상은 자신의 카운터 파트너인 비건 대표가 평양을 방문하는 시점에 평양을 비웠다. 최 부상은 그대신 중국과 모스크바를 오가며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3국 공동성명을 이끌어내는데 공을 들였다. 최 부상의 이런 움직임 탓에 실무협상이 언제 열릴 지 모른다는 전망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편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한 사찰 허용을 끌어낸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 방문 성과에 대해 미 언론들은 부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 미 국무부 등은 적극적으로 반박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미국과 북한이)전쟁으로 치달았지만, 지금은 정말로 관계가 좋다"고 평가하고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스타"라고 부르며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반응을 감안할 때 2차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하려는 의지는 여전히 강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보여준 적극적 비핵화 의지를 철회하지 않는 한 2차 정상회담은 열릴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실무 협상 일정 논의 요청에도 북한이 답을 하지 않아 늦춰지고 있다는  평가가 되풀이되는 것은 북한으로서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이에 따라 북한도 실무협상에 조만간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실무협상이 얼마나 원활하게 진행될 것인가다.

 현재 북미 간에는 북한 비핵화의 대가를 두고 치열한 기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북한은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반면 미국은 비핵화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제재 해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한국 정부가 5.24 대북제재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질문을 받고 "미국의 승인이 없이 한국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부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외교적 결례를 범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 '승인'이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되풀이할 정도로 미국은 대북 제재 분위기가 느슨해질까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면 북한 역시 지난달 말 리용호 외무상이 유엔 총회 연설에서 제재 해제를 제기한 이래 제재 해제를 겨냥한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최선희 부상이 주도한 북중러 3국 공동성명 외에도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공식 매체에도 제재 해체를 촉구하는 논평이 자주 실리고 있다.

 따라서 비건-최선희 실무협상이 열리더라도 제재 해제 문제에 대한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 방문 이전까지 북미 협상의 쟁점은 종전선언이었다. 유엔 총회를 계기로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설득한 끝에 미국은 종전선언을 수용할 조짐이었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은 종전선언을 넘어 비핵화 진전에 따른 제재 해제를 요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9일 중간선거 이후 북미 회담 개최 의사를 밝히면서 “나는 대북 제재를 해제하고 싶다. 하지만 우리가 뭔가를 받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으로부터 받기를 원하는 것은 북한의 핵무기, 미사일 현황 리스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밝히는 비핵화 의지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핵리스트 신고를 요구하는 셈이다.

 반면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해체 등 선제적 비핵화 조치를 취했으므로 미국이 제재 완화부터 취해달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이 조건없이 선제적으로 비핵화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해 미국이 신뢰를 보여주는 행동으로 제재 완화 조치를 요구하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판단할 때 북미 양측의 입장 차이가 좁히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고 보기 어렵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마당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양측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은 양측 모두 비핵화 협상의 주도권을 상대에게 빼앗기지 않겠다는 기싸움을 벌이기 때문이다.

 일부의 예상대로 다음주에 비건-최선희 실무협상이 열린다고 하더라도 당분간 이 기싸움은 지속될 전망이다. 적어도 미 중간선거 결과가 나오고 어느 정도 정리되기까지 2차 북미정상회담의 윤곽이 잡히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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