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리뷰]그때그때 달라요, 서울시향의 유연성···오페레타 '캔디드

등록 2018.10.14 13:33:12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마이클 리

마이클 리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12, 1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진 '번스타인 탄생 100주년 기념 오페레타 캔디드'는 무대 장치 없는 콘서트 버전이다. 덕분에 오케스트라와 성악 등 음악적인 측면에 집중할 수 있었다.

 20세기 미국 음악의 상징적 인물인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의 작품으로, 클래식과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간 그의 엔터테이너 기질이 녹아 있다. 보통 가벼운 오페라인 '오페레타' 장르로 구분한다.

 서곡은 자주 연주됐으나, 이 작품의 전곡이 국내에서 연주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통 클래식부터 성가의 12음렬, 왈츠에서 탱고, 그리고 일부에서는 재즈, 블루스의 요소 등 여러 스타일의 음악이 광범위하게 펼쳐진다.

가넷 브루스 연출로 2015년 볼티모어 심포니가 연주한 버전을 선보인 이번 공연에서 특기해야 하는 부분은 서울시향이 유연한 악단이라는 점이다. 수석객원지휘자 티에리 피셔가 지휘봉을 든 이번 공연에서, 서울시향의 사운드는 백화제방이었다. 

기존 클래식 음악보다 표현과 음색이 자유로운 곡들이 가득했는데, 현악은 찰랑댔고 관악은 평소보다 조금 더 흥분했다. 서울시향의 맑은 소리에 위트가 가득했다. 일부 조연의 불균질한 음색과 합창에 대한 아쉬움을 충분히 만회했다. 지휘를 하는 와중에 성악가들의 연기에 적극 호응한, 피셔도 분위기를 한결 유연하게 만들었다.

'캔디드'는 프랑스 계몽주의 철학자 겸 작가 볼테르(1694~1778)의 풍자소설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1759)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1956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다. 흥행에 실패했고, 두 차례 개정을 거듭해 현재는 인기 레퍼토리가 됐다.

[리뷰]그때그때 달라요, 서울시향의 유연성···오페레타 '캔디드

순진하고 낙천적인 주인공 캔디드가 세계 곳곳을 방랑하며 겪은 내용들을 풍자적으로 담았다. 긴 여정에서 추위와 굶주림, 재난과 전쟁 등 온갖 역경을 거치면서 깨달음을 얻는다는 내용이다. 풍자라고는 해도 내용 자체에는 '혐오의 시대'인 현재 관점과는 덜커덩거리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뮤지컬계에서 가창력으로 소문난 뮤지컬 스타 마이클 리가 노래 없이 내레이션을 맡아, 연극적 재미를 더하며 '블랙코미디'적인 요소를 살려냈다. 겉만 번지르르한 세상에 속고 살았던 캔디드의 모습은 화려함과 단순함을 쫓는 현재에도 의미가 있다.

마이클 리 덕분에 클래식 공연장을 찾은 뮤지컬 팬들도 여럿이다. 서울시향은 이번 공연으로 번스타인을 기억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도로 클래식 공연장의 문턱을 낮추며 스펙트럼을 넓혔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