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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온 세상 수집했다"...'문명-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

등록 2018.10.17 16:37:10수정 2018.10.17 17: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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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관장 기획...국립현대미술관, 첫 대규모 국제 사진전

美사진전시재단 공동 주최...32개국 135명 300여점 전시

1955년 뉴욕현대미술관 '인간가족'전 이후 최대 규모

과천관 전시 이후 중국 호주 프랑스등 순회전 예정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최대규모 국제 사진전이 18일 개막했다. 사진전시재단(Foundation for the Exhibition of Photography, 대표 토드 브랜다우)과 공동 주최로 연 '문명-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전은 32개국 135명 작가의 300여점이 전시됐다. 사진 작품은 대니얼 베레훌락이 2016년 10월19일 찍은 'RUPTURE'.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최대규모 국제 사진전이 18일 개막했다. 사진전시재단(Foundation for the Exhibition of Photography, 대표 토드 브랜다우)과 공동 주최로 연 '문명-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전은  32개국 135명 작가의 300여점이 전시됐다. 사진 작품은 대니얼 베레훌락이 2016년 10월19일 찍은 'RUPTURE'.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시체일까. 가까이 다가서봐도 가늠하기 쉽지 않다. 웃옷을 벗고 상체를 드러낸 남자들이 옆으로 눕거나 엎어져 꼼짝 않고 있어 죽은 것인지, 자는 것인지 구분이 힘들다. 난민들일까, 생각도 잠시 옆에 붙은 사진설명은 그야말로 허를 찌른다. 필리핀 케손시 소재의 교도소의 재소자들이 어디든 잠 잘 곳을 찾아다니다 농구장에서 자고 있는 모습을 공중에서 찍은 장면이다. 이 교도소는 60년전에 지어졌으나 현재 3500명 이상을 수용하고 있는 이 나라에서 가장 혼잡한 감옥이라는 설명이다.

 동시대 다양한 모습을 사진으로 조망한 대규모 국제 사진전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18일 개막한다.

 '문명-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을 타이틀로 32개국 작가의 300여점을 선보인다.미국 사진전시재단(FEP·Foundation for the Exhibition of Photography, 대표 토드 브랜다우)과 공동 주최로 아시아 처음 서울에서 여는 첫 순회전이다.

 칸디다 회퍼, 토마스 스트루트, 올리보 바르비에리, 에드워드 버틴스키, 왕칭송 등 이미 국내에도 익히 알려진 해외 작가들의 작품뿐만 아니라, 국내작가 KDK(김도균), 김태동, 노상익, 노순택, 정연두, 조춘만, 최원준, 한성필의 작품도 소개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번 사진전은 1955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개최된 에드워드 스타이컨의 '인간가족(The Family of Man)'전 이후로는 거의 최초로 동시대 문명의 모습을 포괄적으로 조망하는 세계적 규모의 사진전"이라고 밝혔다.

  이 전시에 참여한 사진가 애드거 마틴스가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세상을 수집하는 일이다"고 한 말 처럼 과천관에 펼친 사진전은 온 세상속 인간 군상과 산업구조물과 자연등 삼라만상이 한자리에 수집됐다.

 개별 사진가의 작품에 주목하는 관점에서 한발짝 물러나 집단으로서 사진가들이 해 온 작업을 조망한 전시는 전시 타이틀 그대로, '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을 보여준다.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은 "한데 모아 놓고 보니 사진가들이 더할 나위없이 풍요롭고 다채로운 우리 시대의 초상을 제공해 왔음을 알수 있었다"며 "이번 전시는 사진이 디지털 세상에서 기술 발명에 압도되어 빠르게 사라져가는 시대에 사진이 처한 상황을 알려주는 역할도 한다"고 소개했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17일 FEP 윌리엄 유잉 큐레이터가 국립현대미술관에 선보인 '문명-우리가 사는 방법' 전시를 설명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17일 FEP 윌리엄 유잉 큐레이터가 국립현대미술관에 선보인 '문명-우리가 사는 방법' 전시를 설명하고 있다.


 마리 관장이 FEP와 기획한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대규모 국제 사진전이다. 마리 관장의 기획 참여로 한국에서 먼저 소개됐다. 과천관 전시이후 중국 베이징 울렌스 현대미술센터(2019년 3월), 호주 멜버른 빅토리아 국립미술관(2020년 9월), 프랑스 마르세이유 국립문명박물관(2021년 1월) 등 10여개 미술관에서 순회전시를 할 예정이다.

  작품 선정은 윌리어 유잉 큐레이터와 중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홀리 루셀 큐레이터가 세계 최고 사진가들의 독보적인 사진, 수십만장을 보고 골랐다. 

 미국 사진전시재단 토드 브랜다우 FEP 디렉터는 "각 사진가의 주요 작품은 해당 사진가와 함께 선별한 경우도 있지만, 그 중에는 이전에 전시되거나 출판 된적이 없는 작품도 많다"면서 "사진분야에 일가견이 있는 국립현대미술관과 협력하고 호주 멜버른 빅토리아 국립미술관의 자문을 받으면서 큐레이터들은 넓은 시야를 확보할수 있었다"고 밝혔다.

 전시는 1990년대 초부터 25년간 형성되어 온 지구의 문명을 보여준다.  개인성을 강조하는 우리 시대에 가려진 ‘집단적인’행동과 성취에 초점을 맞췄다.

 은행, 정부기관, 교도소, 학교를 포함한 온갖 형태의 일터를 다채롭게 담아낸 작품들은 작업 중인 사진가들의 열정과 끈기도 보여준다.

토마스 스트루트의 '페르가몬 박물관' 사진을 시작으로  입장하는 전시장은 원형으로 연추리된 '사진 아카이브'장처럼 꾸며졌다.

【서울=뉴시스】 미하엘 나야르, <빠.르.게>, ‘우주 공간’ 연작, 2017. 중국에 있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천문 전파망원경을 담은 사진으로 커다란 유선형 접시 모양인 전파 망원경은 컴퓨터로 조작해서 우주의 여러 지점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고 한다.

【서울=뉴시스】 미하엘 나야르, <빠.르.게>, ‘우주 공간’ 연작, 2017. 중국에 있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천문 전파망원경을 담은 사진으로 커다란 유선형 접시 모양인 전파 망원경은 컴퓨터로 조작해서 우주의 여러 지점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고 한다.


 문명의 다양한 측면을 담은 8개의 섹션으로 나눠 선보인다. ‘벌집(Hive)’, ‘따로 또 같이(Alone Together)’, ‘흐름(Flow)’, ‘설득(Persuasion)’, ‘통제(Control)’, ‘파열(Rupture)’, ‘탈출(Escape)’, ‘다음(Next)’으로 구성했다.

 특히 미래세계를 담아낸 마지막 섹션 ‘다음'은 호기심과 두려움을 동시에 선사한다. 사진가이자 훈련중인 우주비행사인 미하엘 나야르의 '빠.르.게'(2017) 사진은 놀라움을 전한다.  산속에 우주선이 떠 있는 것 같은 사진은 지구상에서 가장 큰 500m 구경 천문 전파 망원경으로 중국에 있다고 한다. 매우 외지고 접근하기가 어려운 남부 산악지역에 만든 이 전파망원경은 블랙홀, 중력파처럼 멀리서 오는 전파를 잡는 것과 우주의 통신 신호를 감지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현장을 담아낸 사진은 머지않은 미래 세상의 징후를 감지하게도 한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국립현대미술관 문명-우리가 사는 방법전에 출품한 중국 사진작가 왕칭송의 미치게 일하는 중국 사람들과 미치도록 발전하는 중국 사회를 꼬집는 '일, 일 일해라’ 작품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이번 전시 도록 표지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국립현대미술관 문명-우리가 사는 방법전에 출품한 중국 사진작가 왕칭송의 미치게 일하는 중국 사람들과 미치도록 발전하는 중국 사회를 꼬집는 '일, 일 일해라’ 작품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이번 전시 도록 표지다.


  현대인의 집단적인 삶을 보여주는 중국 사진작가 왕칭송의 일', 일, 일해라'는 이번 전시 도록 표지를 장식했다. 링거가 꽂힌 책상과 수많은 사람들이 환자복 같은 옷을 똑같이 입고 건축모형이 어지럽게 놓여진 회색톤 공간인데 음울해 보인다. 미치게 일만하는 중국사람들과, 미치게 급성장하는 중국 사회현실을 비꼰다.  중국에 위치한 올레 스히렌이 이끄는 건축사무소와 협력해 2012년 만든 사진으로, 당시 베이징은 온갖 종류의 건물이 마구잡이로 건축되고 있는데서 착안됐다.올레스 히렌은 독일의 건축가로 장만옥의 남자친구로 유명하다.

 왕칭송은 "여러해전 정부가 내세운 구호인 '공부, 공부, 더 공부해라'처럼 나는 '일, 일 일해라'는 명령문을 만들었다"며 "전체적인 분위기를 혼란스런 정신병동처럼 음울하게 연출했고 설계중인 랜드마크도 가망없어 보이는 색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선보인 '문명-우리가 지금 사는 방법'전은 원형으로 작품이 설치되어 사진 도서관에 온 것처럼 섹션별로 감상할수 있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선보인 '문명-우리가 지금 사는 방법'전은 원형으로 작품이 설치되어 사진 도서관에 온 것처럼 섹션별로 감상할수 있다.


 "바글대는 유기체인 문명안에서 문화가 겹치고 뒤섞이고 끊임없이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는 것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쌍방향 만화경같다. 서로 보고(사진가), 보고(사진속 인물) 또 보며(감상자) 교감하게 한다. 그래서 동시대 인간은 다른 점보다 닮은 점이 더 많은 것을 느끼며, '동시대속 바글대는 유기체로 문명을 함께 만들어가는 존재들'이라는 것을.

 우리가 어디에서 어떻게 사는지, 어떻게 일하고 노는지, 우리의 몸과 물건과 생각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어떻게 협력하고 경쟁하는지, 어떻게 사랑하고 전쟁을 일으키는지를 생생하게 전하는 이번 사진전은 '회화의 위세'에 정면 도전으로도 보인다. 현대미술의 거대한 흐름속 회화의 시녀에서 탈출한 현대 사진의 위상과 존재감을 마주하게 한다.

 전시 타이틀에 '문명'이라고 쓴 이유다. 윌리엄 유잉 사진 큐레이터는 "인류 문명을 다룬 이번 전시는 한 걸음 물러서 '큰 그림'을 보기위해, 적어도 최대한 포괄적인 시각에서 인간 사회의 향방을 그린다"며 "우리가 사는 세계, 지금 현재 집단적인 삶을 보여주는 사진가들은 우리가 누구이며 어디로 향하는지 생각하도록 도와준다"면서 이번 전시에 참여한 사진가들을 '문명 기록자', '문명 탐험가'로 등극시켰다.  2019년 2월 1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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