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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서울 집값' 잡았다고 안심하기 이르다

등록 2018.10.24 11:5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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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서울 집값' 잡았다고 안심하기 이르다

【서울=뉴시스】김가윤 기자 = "급등도 급락도 아닌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는게 목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집값 잡는다'는 개념을 어떻게 보느냐"는 이용호 무소속 의원의 질의에 이렇게 답변했다.

 이 의원은 곧장 "수도권 집값이 급등했는데 그걸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김 장관은 "(집값 유지와 하락은) 양쪽 똑같이 장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집값 총사령관인 국토부장관의 발언치고는 참으로 무책임하다.

 부동산업계에선 '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을 생각이 없는 것 같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그런데도 정부는 "부동산시장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자화자찬이다.
 
 자화자찬은 섣부르다. 정책 발표후 집값이 오르는 일은 거의 공식처럼 반복됐다. 서울 부동산시장은 줄곧 정부정책과는 반대로 움직였다. 지난해 8.2대책 이후 신고점을 찍은 아파트들이 속출했고 양도세 중과조치를 내놓은 4월 잠시 숨을 고르나싶더니 7월부터 다시 급등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2주만에 실거래가가 2억원 가량 뛰었다.

 각종 규제에도 치솟는 서울 집값을 두고 업계에서도 '미스터리'라고 말한다. 잠실동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봤는데 갑자기 매수문의가 늘고 호가가 올랐다"며 놀라워했다.

 전문가 답변 역시 신통치 않다. 시장이 꿈틀거리는 배경을 놓고선 속시원한 답변을 못 내놓는다.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두루뭉술한 대답 일색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서울 집값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서울 부동산 불패 신화에 너무 매몰돼 있다. 다산 정약용도 죽기 전 자녀들에게 "벼슬에서 물러나더라도 한양에서 버티고 살아야 한다"고 했다지 않은가.

 논리적으로 반박해야하지만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정치·경제·문화 모든 게 서울에 집중돼 있다. 출퇴근때마다 지옥철에 시달려도, 세계 최고 수준의 물가에도, 이름 꽤나 날린 분들이 자녀를 강남 8학군 학교에 진학시키기 위해 위장전입을 일삼아도, 서울에 남아야 할 이유는 많다.

 그런데도 정부는 수요만 옥죈다. 정부가 발표한 공급대책에는 교통·생활 인프라를 개선하겠다는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파주운정·양주옥정·인천검단 등 신도시를 건설한지 오래지만 여전히 편의시설은 허술하다. 심지어 수도권광역철도(GTX) 착공마저 지연되고 있다. 9.13대책 이후 진정세를 보이는 양상이지만 대기수요는 여전히 서울만 바라본다.

 호가 5000만~1억원을 낮춘 급매물이 나오고 있는 것을 두고 정부는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호들갑이지만 "5억이 올랐는데 몇천만원 빠진 것 갖고 떨어졌다고 할 수 있느냐"는 시민들의 냉소적인 반응은 되새겨 봐야 한다. 정부가 말하는 '안정세'가 국민에게는 언제 또 깨질지 모를 그릇처럼 아슬아슬하다.

 차라리 이낙연 국무총리처럼 솔직해지는게 낫다. 이 총리는 17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많이 오른데는 좀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22일 국정감사에서 "서울 집값이 너무 많이 올라 조금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서울의 벽은 높고 단단하다. '서울 불패 신화'가 깨지지 않는 한 천정부지로 뛴 집값에 국민 상당수는 허탈감에 일할 의욕마저 잃는다. 그게 집없는 국민들, 아니 내집 마련의 꿈을 포기한 국민들의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서울 집값을 잡았다고 정부가 안심한다는건 어불성설이다. 떨어뜨리겠다는 의지가 있어도 잡기 힘든게 집값이다. 서울 수요를 분산시킬 묘책, 서울에 안살아도 지방도 서울 같은 인프라를 누릴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집 걱정, 집 값이 올랐다고 일희일비하는 일도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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