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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진 "한국적인 것, 뭐지요?···세계정상급 댄서의 초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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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10-28 06:01:00  |  수정 2018-11-05 10: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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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프로모터가 묻더라고요. '한국 사람이니까 한국적인 것을 해야하지 않겠느냐'고요. 그래서 제가 역설적으로 물었죠. '한국적인 것이 뭐죠?'"

현대무용수 겸 안무가 김설진(37)은 빤한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신체로부터 분리된 듯한 움직임으로 무용의 다른 질감을 만들어낸 주역.

"요즘 한국적인 것은 '테크놀로지'에요. 전통적인 것은 한국의 옛것이지 지금의 한국적인 것은 아니죠. 진짜 바쁘게 사는 사람이 있고, IT 강국이며, 저출산의 나라. 지금 현시점에서 한국적인 것은 다르게 봐요."

 고정관념을 깨는 무용을 선보여온 김설진이 국립무용단과 협업, 신작 '더 룸(The Room)'을 만든다고 했을 때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한국무용이라는 언어'를 어떻게 사용할지 궁금증이 커졌다.

"국립무용단과 작업하니 당연히 한국적인 것이 나오겠죠. 무엇보다 한국무용의 호흡이 발바닥에서 나오는 호흡이라는 것이 신기했어요. 숨 쉬는 것 자체가 달라요. 그런데 특별하게 바라보지는 않았어요. '한국적인 것을 해야지'라고 생각한 것도 아니에요. 그저 국립무용단 단원들의 평소 습관이 어떤지, 국립무용단 안에서 생태계가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 관찰했죠."

11월 8~10일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하는 이번 작품의 소재는 '방'. 시공간이 분리된 듯 낯선 환경이 무용수 8명에게 따로 또는 공유된다. 국립무용단의 훈련장인 김미애를 비롯해 국립무용단 베테랑 단원 김현숙, 최연소 단원 최호종 등이 포함됐다. 저마다의 사연이나 가상의 설정이 녹아든 에피소드들이 몽타주처럼 방 안을 채운다. 무용평론가 장인주는 "마법에 걸린 듯 기억 속 흔적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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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 '더 룸' 콘셉트 사진
김설진은 "인간이 머물다가 떠나간 방에 흔적이 잡히지 않고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인생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방이 결국 삶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거죠"라고 설명했다. "누군가 방을 떠난 이후 남겨진 것들, 기억하는 것들, 떠나간 마지막 순간에 후회되는 것들이 무엇일까 고민했어요."

 김설진은 자신이 이끄는 크리에이티브 그룹 무버의 '방', 국립현대무용단 '스리 볼레로' 중 '볼레로 만들기' 등을 안무했다. 그의 작품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블랙코미디에 가깝다. 우스꽝스럽고 그로테스크해 보일 정도로 기괴하고 독창적인 동작들은, 망가지고 구겨진 현대인의 삶을 형상화한 듯하다. 결국 우리 사회의 구조를 환기시킨다.

"사는 것 자체가 블랙코미디에요. 무버의 '방' 작업에 제가 참여를 못했는데 직전에 입원을 했거든요. 소변보려다 화장실에서 쓰러졌죠. 몸 상태가 안 좋은 상황인데, 바지를 반쯤 내린 상태로 제가 쓰러져 있는 것이 너무 웃긴 것이에요. 삶이 그런 것 같아요. 항상 슬프거나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죠."

이런 상황들은 그의 작품에서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소설 속에 들어갔거나,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이 세상 밖으로 튀어나온 것처럼 초현실주의적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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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있지만 일어나지 않을 법한 장면들을 그려요. 달리나 마그리트 그림처럼요. '동화적 미장센'이라고 표현을 해주시기도 하는데, 동작들의 나열이 아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먼저 각 장면을 확보하고 그 다음에 연결고리를 찾죠. 지금은 '더 룸' 디테일을 찾고 있어요. 디테일 하나 때문에 작품이 너무 달라지거든요. 이렇게 펜을 집게 손가락으로 집는 것과 손바닥으로 잡는 것 자체가 너무 다르죠. 그래서 단원들은 연기한다고 느껴질 수 있어요. 제가 볼 때는 춤인데 말이에요."

김설진은 현대무용을 대중문화로 끌어올린 주인공으로 통한다. 김설진의 말마따나 그의 작품에는 연기와 이야기가 포함돼 있다. 현대무용에 입문하기 전 스트리트 댄서였던 그는 미국의 전설적인 음악쇼 '솔 트레인'을 보며 댄서의 꿈을 키웠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2008년부터 벨기에의 세계적인 현대무용단 '피핑 톰'에서 활약하고 있다.

2013년과 2015년 이 무용단의 '반덴브란덴가 32번지'와 '아 루에(À louer)' 내한공연으로 초현실주의 무대를 선보이며 정상급 무용수로서 기량을 과시했다. 2014년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의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댄싱9' 시즌2에서 우승하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 가수 이효리의 정규 6집에 실린 '서울'에 안무가로도 참여했다. 

가수 이문세가 이끄는 소속사 케이문에프엔디에 속한 그는 배우로도 활약 중이다. KBS 2TV 수목드라마 '흑기사'에 출연하는 등 연기자로서도 기량을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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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진의 인생을 바꾼 영화는 '백야'(1985). 주연 '니콜라이' 역을 맡은 미하일 바리시니코프(70)가 무용수라는 사실을 알게 해줬기 때문이다. 세계 정상급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에서 주역으로 활약한 바리시니코프는 '백야'와 드라마 '섹스 & 더 시티'를 통해 연기력도 인정받은 배우이기도 했다. 김설진이 연기를 자연스럽게 병행하는 이유다.

"일부에서는 편가르기처럼 '무용해야지?' '연기 안 할 거야?'라고 물어보세요.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니까 이해는 됩니다. 근데 결국 제게는 똑같아요. 어쨌든 사람 사는 이야기잖아요. 연기는 제게 사람 공부하기에 참 좋아요. 혹자는 제게 춤, 연기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고 하는데 그것도 아니에요. 근본적으로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김설진은 최근 무용수로서 욕심이 많이 없어졌다. "예전에는 춤을 저보다 잘 추는 사람을 보면 '내가 저 사람보다 잘하고 싶어' '더 잘할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와 잘한다'에요. 피핑톰에서 활동하면서 정말 많은 경험을 했고, 무대 위에서 행복했죠. 그래서 무용수로서 욕심이 없어진 것 같아요." 다만 "춤이 됐든, 연기가 됐든 아직 얘기 못한 것과 아직 경험하지 못해본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라며 웃었다.

한편 이번 '더 룸'에는 무대 디자이너 정승호, 김설진과 오래 호흡을 맞춰온 국악뮤지컬집단 타루의 대표 정종임, 최원 무대의상 디자이너 등이 힘을 싣는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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