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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즐기는 사나이 박정권이 포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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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10-27 19:17:11  |  수정 2018-10-27 21:14:58
플레이오프 1차전서 9회말 끝내기 홈런
"가을에 강한 이유? 최대한 즐기려고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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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시스】이영환 기자 = 27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SK 와이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1차전 경기, 9회말 1사 1루에서 SK 박정권이 중견수 뒤 끝내기 투런 홈런을 날리고 그라운드를 돌며 기뻐하고 있다. 2018.10.27. 20hwan@newsis.com
【인천=뉴시스】김희준 기자 = 정규시즌 동안 젊은 선수들에 밀려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6월에 잠시 1군 무대를 밟았다가 금세 2군으로 내려갔다. 시즌이 거의 막바지에 다다른 10월 2일에 다시 1군에 올라와 1군에서 시즌을 마쳤다.

 정규시즌 동안 1군 경기 출전은 단 14경기. 이 경기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지도 못했다. 14경기 타율은 0.172에 불과했다.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엔트리에 들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하지만 사령탑은 그의 경험을 믿고 엔트리에 포함했다. 가을에 강하다던 그는 6년 만에 선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가을 사나이'의 존재감을 한껏 과시했다. 팀에 극적인 승리를 안기는 끝내기 홈런으로 말이다.

 넥센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9회말 끝내기 투런포를 작렬한 SK 와이번스 베테랑 타자 박정권(37) 이야기다.

 2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 넥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SK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박정권은 7회말 선두타자 정의윤 타석 때 대타로 나섰다. 결과는 우익수 뜬공이었다.

 박정권에게 기회는 다시 돌아왔다. 박정권은 8-8로 팽팽히 맞선 9회말 1사 1루 상황에 두 번째 타석을 맞았다. 상대는 넥센 마무리 투수 김상수.

 박정권은 김상수가 던진 볼 2개를 그냥 흘려보냈다. 김상수가 3구째로 시속 144㎞짜리 몸쪽 낮은 직구를 던졌다. 박정권은 이를 그대로 퍼올렸고, 타구는 가운데 담장을 그대로 넘어갔다. SK는 10-8로 짜릿한 승리를 챙겼다.

 그라운드를 돌면서 박정권은 한 손을 들고 포효했다.

 정규시즌에 14경기 출전에 그친 박정권의 플레이오프 엔트리 승선은 화제였다. 경기를 앞두고도 트레이 힐만 감독에 박정권의 엔트리 포함 이유를 묻는 질문이 쏟아졌다.

 힐만 감독은 "박정권이 가을이 남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 선수가 엔트리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경쟁력이 있다. 기회가 주어졌을 때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선수"라고 믿음을 보냈다.

 박정권은 '가을 사나이'의 대명사나 다름없다. 가을만 다가오면 펄펄 날았다. 포스트시즌에서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를 세 번이나 탔다. 2009년 플레이오프, 2010년 한국시리즈, 2011년 플레이오프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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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시스】이영환 기자 = 27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SK 와이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1차전 경기, 9회말 1사 1루에서 SK 박정권이 중견수 뒤 끝내기 투런 홈런을 날리고 덕아웃에 들어와 기뻐하고 있다.SK는 이날 박정권의 끝내기 홈런으로 10대8로 승리했다. 2018.10.27. 20hwan@newsis.com
이날 경기를 제외하고 포스트시즌 통산 49경기에 출전한 그의 성적은 타율 0.319(160타수 51안타) 9홈런 34타점 5도루 25득점이다.

 플레이오프 통산 7번째 홈런을 끝내기 홈런으로 장식한 박정권은 플레이오프 통산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웠다. 이승엽(전 삼성 라이온즈), 홍성흔(전 두산 베어스)가 가지고 있던 기록(6개)를 넘어섰다.

 끝내기 홈런은 포스트시즌 통산 8번째, 플레이오프 통산 3번째다.

 이날 데일리 MVP도 박정권의 차지였다.

 경기 후 담담한 표정으로 인터뷰실에 들어선 박정권은 "포스트시즌이라는 것이 첫 경기가 중요한데 (김)성현의 홈런이 나오고 분위기 좋게 흘러갔다. 그러다 넥센에 홈런을 맞고 분위기가 다운됐다"며 "혹시나 우려했던 일이 벌어질까 싶었는데 그 전에 위기를 잘 막았다. 찬스가 됐는데 공교롭게도 내가 홈런을 쳤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정권은 "홈런, 안타를 친다는 생각보다 1루수-2루수 사이에 공간이 많아 어떻게 해서든 득점권에 갖다놓자는 생각으로 가볍게 치려고 했다. 그런데 예상과 다르게 홈런이 됐다"며 웃어보였다.

 '그런 것 치고 너무 좋아한 것 아니냐'는 말에 박정권은 "좋아할 생각이 없었는데 후배들이 좋아해서 덩달아 그랬다"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박정권에 주어지는 단골 질문은 또 나왔다. '가을에 강한 이유'다.

 박정권은 "가을 되면 늘 받는 질문"이라며 "너무 많이 말하면 안되는데"라며 웃었다. 이어 "재미있다. 가을야구는 즐겨야 한다. 몇 경기 못하고 끝날 수도 있고, 다음이 있는 시합이 아니다. 최대한 즐기려고 한다. 야구장에 있는 것 자체가 재미있고 좋다. 경기를 뛰든 못 뛰든 재미있어하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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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시스】이영환 기자 = 27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SK 와이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1차전 경기, 9회말 1사 1루에서 SK 박정권이 중견수 뒤 끝내기 투런 홈런을 날리고 있다. 2018.10.27. 20hwan@newsis.com
가을에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은 없을까. 이 또한 박정권에 주어지는 단골 질문 중 하나다.

 박정권은 "주위에서만 그런다. 나는 삼진을 먹든, 경기에 나가지 못하든 포스트시즌에 야구장에 있는 것 자체가 좋다. 시즌 때와 분위기도 다르고, 함성과 응원도 달라서 재미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가을 사나이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박정권이 전하는 조언도 비슷한 맥락이다.

 박정권은 "단기전이라 자기도 모르는 쓸데없는 힘이 들어간다. 본인이 느끼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한 템포 쉬어가야 한다"며 "수비, 주루, 타격 때 평소보다 천천히, 느리게, 덜 세게 해야한다. 방망이를 자기 스윙의 반의 반만 돌려도 본인 스윙이 나온다"고 조언했다.

 이날 홈런은 시즌 내내 힘들었던 시간에 대한 보상이기도 했다.

 박정권은 "2군에서 힘든 적도 있었다. 최대한 놓지 않고 나를 붙잡으려 했다. 참다보니 엔트리에 들어왔고, 마지막에 찬스도 걸렸다. 결과도 좋게 나왔다"며 "어디에서 하든지 어차피 야구다.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다는 표현을 써야할까"라고 지난 시간을 되돌아봤다.

 그는 "엔트리에 들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엔트리를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 엔트리에 들면 좋고, 못 들더라도 시즌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주한 자신에게 '쓰담쓰담' 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승엽, 홍성흔을 넘어 플레이오프 통산 최다 홈런 기록을 썼다는 말에 박정권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플레이오프를 많이 해서 그런거 아닐까요. 자연적으로 따라온 것 같은데요"라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jinxij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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