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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절없는 국민株...삼성전자에 꿈 실은 개미들 망연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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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10-28 09:17:08  |  수정 2018-10-28 10:36:27
액면분할 후 개인 3조원 순매수
기관·외인, 각각 2조·1조 순매도
분할 후 주가 21%↓...나흘째 신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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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삼성전자가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올해 3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연결기준 매출 65조원, 영업이익 17조5000억원을 잠정 집계됐다고 5일 공시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4.75%, 20.44% 늘어난 수치이며, 전분기 대비 각각 11.15%, 17.69% 증가했다. 사진은 5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사 모습. 2018.10.05.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이진영 기자 = # 39세 싱글남 A 씨는 작년 이맘때 여윳돈 일부로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증시가 좋았음에도 재미를 보지 못했다. 대형 반도체 주도의 장세에서 코스닥 새내기 게임·인터넷주를 주로 담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올 초 삼성전자가 액면분할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그간의 손해를 만회해볼 겸 '불패 종목'으로 꼽히는 삼성전자에 투자를 결심했다. 

그간 비싸서 담지 못했던 삼성전자를 개인 투자자들이 살 수 있게 됨에 따라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였다. 이에 따라 액면분할 당일인 5월 4일 삼성전자 주식 200주를 5만3200원에 샀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삼성전자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고 현재 손실률은 24%에 이른다. 내달 결혼을 앞두고 이것저것 지출이 많은 상황에서 손절매해야 할지 고민이 깊다.

삼성전자가 액면분할을 통해 '황제주'에서 '국민주'로 변신하는 것을 계기로 기대를 갖고 투자에 나섰던 A 씨와 같은 개미들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삼성전자가 연일 신저가를 쓰며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6일 현재 4만1000원에 마감한 삼성전자는 최근 나흘간 장중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특히 지난 5월 4일 액면분할 첫날 종가인 5만1900원에 비해서는 21.00% 급락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해 1월 31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50대 1의 비율로 주식 액면분할을 이사회에서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기업 가치가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통 주식만 늘어남에 따라 당시 260만원 짜리 삼성전자 1주 가격이 5만원대로 떨어지는 셈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비싸서 사지 못했던 삼성전자 주식을 일반 개인 투자자들이 적극 매수에 나서 수급이 개선될 것이고, 이는 주가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기대가 고조됐다. 액면분할은 회사의 가치를 바꾸는 요소가 아니기 때문에 액면분할로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데 회의적인 전문가의 시각도 있었지만 개미들은 희망을 걸었다.

실제 지난 5월 4일부터 현재까지 약 6개월간 삼성전자를 개인들은 누적으로 3조192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또 같은 기간 개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수량과 금액 기준으로 모두 삼성전자였다.

갈수록 삶이 팍팍해지는 개인들이 삼성전자를 적극 사들인 데는 '나도 한번'이라는 간절함이 담겼다. 삼성전자는 주식투자 성공 사례로 가장 많이 꼽히는 종목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만 샀어도", "삼성전자 같은 종목을 발굴해야 한다"라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다. 삼성전자 직원이 수십 년 동안 매달 월급의 일부로 삼성전자 주식을 사 자식에게 선물해줘 대박 났다는 사례 등은 여의도 증권가에서 자주 술안주로 언급되는 얘기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전자 주가 추이는 드라마 그 자체다. 1990년대 수만 원에 불과했으나 휴대폰 사업이 대성공을 거두며 2011년 100만원선대를 처음으로 올라섰고 처음으로 주가 100만원 시대를 열었다. 이어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힘입어 2017년 1월에는 200만원을 뚫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해 11월엔 287만6000원까지 올라 300만원 돌파를 눈앞에 두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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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유진투자증권)
 
이렇게 승승장구하는 삼성전자의 주가에 액면분할이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예상이 빗나간 이유는 기관과 외국인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하는 데 바빴기 때문이다. 기관과 외국인은 액면분할 후 현재까지 삼성전자를 각각 2조1528억원, 1조599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과 외국인이 반도체 업황 고점 논란에 대한 불안감으로 삼성전자를 내던졌고 이를 개인들이 받았다는 분석이다.

액면분할로 기대했던 거래액 변화는 어떨까. 액면분할 후 현재까지 삼성전자 일평균 거래량은 1180만328주로 작년 하루 평균 거래량의 23만481주보다 51배 뛰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액면분할 결정은 외국인 수급이 불안한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 결과를 앞두고 국민 여론을 다독이려는 일석이조의 목적을 동시에 고려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라며 "결과적으로 삼성전자 기업 입장에서는 그나마 개인들이 삼성전자 주가 하락을 떠받쳐 액면분할 효과를 긍정적으로 누렸지만 투자한 개인들은 실익을 챙기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향후 삼성전자 주가 전망은 불확실성이 높다. 우선 반도체 업계의 최고 실적 잔치는 오는 4분기부터 꺾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반도체 부분에서 제일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D램 가격이 4분기부터 하락세로 돌아서고 반도체 신공장이 잇따라 가동을 시작하면서 기존의 공급 부족 현상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삼성전자 올해 영업이익 전망 추정치는 지난 5월 66조2666억원에서 약 다섯 달이 지난 현재 64조6145억원으로 5.2% 감소했다.

반면 D램, 낸드플래시 등 반도체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굳건히 하며 매달 5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쌓고 있는 저력에 비해 삼성전자 주가가 저평가돼 매수 기회로 삼으라는 조언도 나온다. 반도체 수요가 일시적으로 정체될 수 있지만 4차 산업혁명으로 앞으로 5G 스마트폰, 자율주행차, 데이터센터 등에서 구조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또한 삼성전자가 성장율이 축소되는 것이지 수익 자체가 감소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 소액주주 친화 정책에 따른 배당 매력 등을 고려해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매수를 권유하고 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는 제한적 공급 증가와 안정적 수요로 현재 수준의 수익성이 당분간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메모리 산업에 대한 우려는 과장됐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D램과 낸드플래시는 다소 다른 양상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지만 삼성전자가 내년에 올해 대비 이익이 개선되기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또한 디스플레이 부문은 아몰레드 물량 증가로 영업이익이 개선될 것"이라며 매수하라고 제안했다. 다만 "스마트폰 등 모바일 부문은 내년에도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min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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