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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K팝, '팝 본고장' 강타···롱런 꿈꾼다

등록 2018.10.28 14:5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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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K팝이 '팝 본고장' 북아메리카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단순히 차트에 이름을 올리는 것을 넘어 사회적인 공감대까지 형성하고 있다. 동시에 현지 뮤지션들과 협업도 활발하다.

과거 가수 보아·비·세븐, 그룹 '원더걸스'가 북아메리카 시장 문을 두드렸으나 현지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았다. 2012년 '강남스타일'로 신드롬을 일으킨 싸이는 행운과 그의 순발력이 맞물린 당대 현상이었다.

하지만 그새 뮤지션들의 내공이 탄탄해지고, K팝 음악 산업 역량과 노하우가 쌓이면서 장기 활약을 내다볼 성과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글로벌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그룹 '방탄소년단'이 선봉장이다. 한국어 노래로 '빌보드 200' 2관왕을 차지한 방탄소년단은 현지에서 K팝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한국 가수 최초 미국 스타디움 공연을 비롯해 북아메리카 투어 15회 공연에서 22만 좌석을 매진시켰다.

특히 방탄소년단은 한류와 함께 한글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이들 때문에 한글을 배우고 있다는 각국 팬의 증언이 SNS에서 쏟아지고 있다.

빌보드 싱글 차트 '핫100'에서 10위를 차지하는 등 세계적인 인기를 누린 신곡 '아이돌' 노랫말에는 '얼쑤 좋다' '지화자 좋다' '덩기덕 쿵더러러 얼쑤' 등 우리말 추임새를 포함하기도 했다. 아이돌 가수의 '문화적 영향력'을 입증해나가고 있다.

◇K팝 가수들, 방탄소년단 기세 이어받는다
 
방탄소년단 외에 북아메리카 시장에서 떠오르고 있는 보이그룹들의 활약상도 기대를 모은다.

NCT 127

NCT 127

가장 기대를 모으는 것은 그룹 'NCT 127'이다. 첫 정규 앨범 'NCT #127 레귤러-이레귤러'로 27일 자 '빌보드 200'에서 86위를 차지했다. '빌보드 200' 첫 주 86위 진입은, K팝 보이그룹 중 두 번째로 높은 순위다. 방탄소년단이 이 차트에서 두 앨범 연속 첫 주 1위를 차지했다. K팝 가수 최초 애플뮤직 '업 넥스트' 선정,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A) 레드카펫 참석 등의 활약도 북아메리카에서 이어가고 있다.

'몬스타엑스'의 활약상도 돋보인다. 최근 두 번째 월드투어를 성료한 몬스타엑스는 미국 라디오 방송국 '아이하트라디오(iHeartRadio)'가 여는 현지 투어 '징글볼(Jingle Ball)'에 한국 아이돌 그룹 처음으로 초청받았다. 션 멘데스, 칼리드, 캘빈 해리스 등 쟁쟁한 팝스타들과 내달 30일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한 미국 6개 도시 무대에 오른다. 

걸그룹 중에서는 '블랙핑크'가 기대를 모은다. 세계 최대 뮤직 비지니스 회사인 유니버설 뮤직 그룹의 대표 레이블인 인터스코프 레코드와 손잡고 미국 진출을 준비한다. 닥터 드레·투팍·에미넘·켄드릭 라마 등 힙합 스타, 머룬5·U2·건스&로지스 등의 록그룹, 마돈나·레이디 가가·셀레나 고메즈·블랙 아이드 피스 등 팝스타, 제드·DJ 스네이크 등 EDM까지 아우르는 회사다.

유니버설 뮤직 그룹 회장 겸 CEO인 루시안 그레인지경은 "유니버설 뮤직 그룹의 글로벌 자원과 전문 지식을 토대로 블랙핑크의 놀라운 성공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K팝 가수들이 현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분투하고 있다.

그룹 '소녀시대' 멤버 티파니는 팀에 적을 둔 채 기존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에서 나와 현지 진출을 직접 모색하고 있다. 한국계 가수로는 처음으로 H&M 패션쇼 '가을 뮤직 캠페인 글로벌 페이스'로 뽑히는 등 성과를 내는 중이다.

힙합 가수 박재범은 미국 힙합계 거물 제이 Z가 이끄는 레이블 락네이션과 계약하고 현지에서 활약 중이다.

◇팝스타와 협업도 활발

세계적인 뮤지션과 협업은 해당 가수의 역량과 명성을 입증하는 일이다. 최근 K팝 가수들이 해외 스타들과 컬래버레이션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대표적인 팀은 역시 방탄소년단이다. 미국 EDM 듀오 '체인스모커스', 일본계 미국 DJ 스티브 아오키, 미국 래퍼 디자이너, 트리니다드토바고 출신 팝스타 니키 미나즈 등과 협업했다. 최근 아오키의 신곡 '웨이스트 잇 온 미'에 피처링을 하면서 이 뮤지션과 세 번째 협업했다.

몬스타엑스 멤버 셔누와 인디 밴드 '새소년' 보컬 황소윤은 모던 팝 신흥주자로 통하는 영국 밴드 '프렙(PREP)'의 새 싱글 '돈트 룩 백(Don’t Look Back)'에 참여했다. 앞서 셔누는 해외 인터뷰에서 프렙의 곡을 추천했다. 이를 인연으로 몬스타엑스와 프렙이 몬스타엑스가 공연한 런던에서 만나면서 이번 작업이 성사했다. 프렙은 황소윤의 중성적인 보컬 색깔을 마음에 들어했다. 

블랙핑크

블랙핑크

블랙핑크 멤버 제니는 라이징 영국 팝스타 두아 리파가 최근 공개한 '키스 & 메이크업'을 협업하기도 했다. 리파의 요청으로 작업이 이뤄졌다.

그룹 '2NE1' 출신 씨엘은 최근 힙합 그룹 '블랙 아이드 피스'와 이들의 신곡 '도피니스(Dopeness)'를 함께 불렀다. 이미 씨엘과 블랙 아이드 피스는 여러 번 작업했다. 씨엘은 지난 2013년 윌아이에의 솔로곡인 '게팅 덤(Gettin' Dumb)'에 참여했다. 또 2011년 블랙아이드피스와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에서 무대를 함께했고,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음악 축제 '서머 소닉'에서도 협업했다.

최근 북아메리카에는 아시안 바람이 거세다. 최근 출연 배우 전원을 아시아인으로 채운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 북아메리카에서 3주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등 아시아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올해 초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은 미국 스릴러 영화 '서치'는 현지 한인 가정을 배경으로 했다. 한국계 배우 존 조가 주인공으로 나섰다.

이처럼 방탄소년단 인기와 아시아인이 주연한 영화 흥행 등 북아메리카 대중문화 시장에서 아시아에 대한 구별 짓기가 흐릿해지거나 의미가 없어지면서 한동안 K팝에도 순풍을 달 것으로 보인다.

가요계 관계자는 "아시아 대중문화의 수준이 높아진 데다 SNS로 인해 동시 파급력도 세졌다"면서 "국경을 넘어 호소력을 갖는 방탄소년단의 메시지 등 K팝이 외적인 형식뿐만 아니라 내용도 북아메리카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례적인 현상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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