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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GM 한국 철수, 노조 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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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11-08 18: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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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민기 기자 = 제너럴모터스(GM)와 한국지엠 노조의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사단은 GM이 추진하고 있는 신설법인 설립 계획에서 촉발됐다. 지난 7월 베리 앵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한국지엠의 생산·판매와 연구·개발을 다른 법인으로 분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한국지엠 노조는 "법인분리는 사업 철수를 위한 꼼수"라며 강경 투쟁에 나섰다.

노조 측은 당초 법인 분리 반대 총파업을 예고했지만 중앙노동위원회의 거부로 파업이 어렵게 되자, 회사·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원내대표에게 "해결책을 찾고 법인분리 저지에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올 상반기 군산공장 폐쇄 이후 고꾸라진 판매 회복과 수익성  제고를 위해 노사가 의기투합해도 모자랄 판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에는 이미 지난 4월 법인분리 문제를 알고 있었음에도 미온적으로 대처한 정부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지엠측의 성급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시점에서 법인 분리가 그리 시급한 당면 문제였는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올 들어 군산공장 폐쇄 과정에서 철수 논란 등이 불거지며 10월까지 누적 판매 실적이 작년 동기보다 12.5%나 감소했다.

매출이 쪼그라들며 회사의 생존이 위협 받는 상황에서 법인 분리 강행은 노조의 오해를 살 만했다. 우수한 개발능력을 지닌 연구개발직과, 상대적으로 고비용구조에 강성 노조가 버티고 있는 공장을 분리하는 것은 필요할 때 구조조정을 하거나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지난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법인분리를 철수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끈질긴 질문에도,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절대 한국에서 철수하는 일은 없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하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믿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노조가 강경대응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현 상황을 직시하며 어떤 방법이 GM의 철수를 막을 수 있는지를 객관적인 눈으로 분석하고 행동해야 한다. '총파업 불사', '강경투쟁 선포'가 정답이 아니라는 건 이미 모든 국민들이 알고 있다.

 GM은 우리 정부기관도 아니고 시민단체도 아니다. 지극히 자사의 수익을 위해 운영되는 미국계 사기업일 뿐이다. 물론 기업 이미지상 사회공헌활동 등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기는 하지만 GM이 한국지엠과 노조를 먹여살리기 위해 존재하지는 않는다. 지난 2월 GM은 군산공장의 20%라는 저조한 가동률과 판매량 하락이 걸림돌이 되자 가차없이 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GM이 호주, 러시아 등 다른 나라에서 철수를 감행한 사례만 봐도 얼마나 수익성을 중요시하는 기업인지 알 수 있다.
 
한국지엠과 노조의 갈등은 결국 GM이 한국시장에서 마음 편히 철수할 수 있는 '먹튀의 빌미'만 마련해줄 뿐이다.

지금 상황에서 노조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 방법은 한국지엠을 GM이 포기할 수 없는 매력적인 기업으로 가꿔나가는 것이다.

한 때 폐쇄 직전까지 갔던 르노 그룹의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은 노조의 노동개혁을 통해 한순간에 생산성 1위 공장으로 거듭났다. 매년 떨어지는 생산률에도 높은 임금을 요구하며 파업을 일삼던 노조는 임금 삭감을 수용하고 본연의 업무에 매진해 한해 약 25만대를 생산하며 자신의 일자리를 지켜냈다.

이는 현재 한국지엠이 처한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부평이나 창원 공장의 생산성이 결코 높지 않다"며 "사측과 머리를 맞대고 이 문제부터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생산성을 높이고 잘 팔리는 차를 만들어 수익을 올린다면 GM은 떠나라고 등 떠밀어도 어떻게든 한국에 남아있을 것이다. 회사 측도 노조의 불신을 해소하면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당장 내놓아야 함은 물론이다.  

mink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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