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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 문화소통]“내 새로 28자를 만드노니···” 세종대왕의 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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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11-20 06:02:00  |  수정 2018-11-20 09:2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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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은 국보70호 훈민정음 해례편 3장 뒷면, 왼쪽은 국보71호 동국정운 서문 5장 앞면. ​어제훈민정음 편에 기록된 초성의 수는 총 23개임을 증명.
【서울=뉴시스】 박대종의 ‘문화소통’

훈민정음에 관한 매우 기본적인 사항으로 국민 누구나 알고 있어야 하지만 그동안 간과해온 사실 하나가 있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 해례본 ‘어제훈민정음’ 편에서 명칭을 붙여 설명한 기본 글자들의 수 총 34자와, 그 앞 서문 중  “내··· 새로 28자를 맹가노니(予···新制二十八字)”의 28자가 숫자 면에서 서로 불일치한다는 점이다.

세종 임금이 지은 글인 ‘어제훈민정음’ 편 등에서 명증하듯, 그 어떤 이의 도움도 없이 오직 세종 자신의 힘만으로 창제하고 직접 명칭을 붙인 총 34자에 달하는 우리나라 말소리 초성과 중성은 다음과 같다.

초성 23자: ㄱㄲㅋㆁ, ㄷㄸㅌㄴ, ㅂㅃㅍㅁ, ㅈㅉㅊㅅㅆ, ㆆㅎㆅㅇ, ㄹ, ㅿ
중성 11자: • ㅡㅣ, ㅗ ㅏ ㅓ ㅜ, ㅛ ㅑ ㅕ ㅠ

보다시피, 어제훈민정음 편에 적시된 훈민정음 글자들의 수는 분명히 총 34자이다. 그런데 왜 세종께서는 “내가 새로 스믈여듧자를 맹가노니”라고 하신 것일까? 그리고 정인지를 비롯한 집현전 학자(이 중 돈녕부 주부 ‘강희안’은 단종 때 집현전 직제학이 됨)들은 사진에서처럼 ①국보 70호 훈민정음 해례편 3장 뒷면에서는 초성 23자를 제시하였고, ②국보 71호 동국정운 서문 5장 앞면에선 ‘어제훈민정음’ 편의 초성 23자모를 명기하여 자음=초성 23자와 모음=중성 11자를 합치면 정음은 총 34자가 됨에도, 왜 해례본 후서에서는 “계해년 겨울에 우리 전하께서 정음 28자를 창제하시고”라고 썼을까? 

물론, 해례본 여덟 학자들은 신하된 입장에서 세종대왕의 말씀을 존중하고 좇아서 “정음 28자”라고 하였을 것이다. 그러니 궁금증은 임금에게로 집중된다. 세종대왕의 말씀 안에 계산법이 보인다. “내가 새로 28자를 맹가노니=만드노니”를 잘 살펴보면 ‘새로 만든 것(新制)’이란 대목이 셈법의 기준임을 알 수 있다. 즉, ㄱ은 세종이 새로 창제한 글자라고 할 수 있지만, ㄲ의 경우엔 ㄱ을 연이어 쓴 것일 뿐 새로 만든 것이라 말하기 곤란하다.

다시 말해, 소리를 기준으로 하면 ㄲ은 ㄱ과는 별개의 것임이 분명하지만, 새로 창제한 자형(字形)을 기준으로 할 때는 ㄲ을 새로 만든 글자 수에 집어넣기가 마음에 걸리셨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훈민정음 글자 셈에서 느껴지는 세종의 양심(良心)이다. 세종대왕은 이처럼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철저하고 정직한 분이셨다.

따라서 우리는 세종이 훈민정음을 만든 것이 아니라 다른 이(집현전 학자들, 신미대사, 박연)와 함께 창제했다든지, 또는 그들이 먼저 만든 공을 가로챘다든지 하는 말들에 현혹되어선 안될 것이다. 세종은 억울한 백성이 없도록 원활한 소통을 위해 자비심을 가지고 훈민정음을 손수 제작하였는데, 공사구분 엄격하고 양심적이었던 그 분을 우리가 불신하여 비양심적인 인물로 몰아 현재의 초중고 역사교과서 등을 통해 억울하게 해서야 되겠는가?  

한편, 세종께서 ‘어제훈민정음’ 편에 기재하지 않았지만 ‘훈민정음해례’ 편에 나타나는 우리말 된소리 초성 ㅼ, ㅶ, ㅴ, ㅵ를 합칠 경우 훈민정음은 34자를 넘어서게 된다. 나아가 훈민정음 언해본에 나타나는 또 다른 직병렬 연결글자(ㅳ, ㅄ, ㅥ, ㅸ)들을 합산할 경우엔 훈민정음의 글자 수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세종의 시각에선 그 글자들 또한 ‘새로 만든 자형’이라하기엔 사리에 맞지 않다고 보신 것이다. 단순히 응용한 것일 뿐이니까.

결론하면, 세종께서는 자형 상 새로 만든 ‘창제’를 기준으로 따졌을 때, 단순 병서(竝書)일 뿐인 전탁소리 6자(ㄲㄸㅃㅉㅆㆅ)는 양심 상 빼고 “훈민정음 28자”라 하였지만, 사실상 어제훈민정음 편에서 명칭을 붙여 기록한 소리글자의 수는 총 34자이다. 참고로, 훈민정음 해례본은 ‘글자가 써진 장’의 수를 헤아려 보면, 앞표지를 합쳐 총 3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heobul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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