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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인터뷰]허클베리핀, 제주에서 빚어낸 판타지 '오로라 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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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11-22 17: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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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제주에서 넓고 높은 풍경을 봤어요. 좀 멀리 높게 하늘이 보이는 곳에 가고 싶었죠. 개인적인 고통들, 밴드의 여러 위기들이 그런 광경을 보면서 조금 조금씩 해결되더라고요. 동시에 사운드 역시 하나씩 하나씩 펼쳐졌죠."

밴드 '허클베리 핀'이 정규 6집 '오로라 피플'을 발표했다. 2011년 5집 '까만 타이거' 이후 7년만의 새 정규앨범이다. 자타공인 팀의 또 다른 분기점이 될 작품집으로 통한다. 그간 허클베리핀이 지향해 온 야성미에서 한발짝 물러났다. 전곡을 작사, 작곡한 리더 이기용(46)이 지난 몇 년 간 제주에 머물면서 체험한 '높고 넓은 곳'에 대한 정서를 표현했다. '허클베리핀식 판타지'의 결정체라고 할까.

이기용은 "급물살을 타기도 하고 방향을 바꾸기도 하면서 7년을 견뎌왔어요"라고 말했다. "2013년께 제주에 혼자 내려갔어요. 밴드의 내부적인 문제, 개인적인 고통스런 아픔들이 있었죠. 그것을 아파하고 치료하면서 서서히 벗어나는 과정이었죠. 그렇게 3, 4년 정도 보내니 다시 음악으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제주에서의 치유 과정은 음악으로 치환됐다. 단순히 사운드의 물리적인 공간을 넘어, 환상의 영역으로 확장해 들어갔다. 층층이 쌓은 사운드의 레이어 위에 허클베리핀의 시적인 가사를 더했다. 줄기차게 지향한 비장함은 버리지 않았으나, 여러 방향으로 변주가 됐다.

이 새로운 항해에 이기용이 항해사로 나섰고 보컬 이소영은 변함없이 서정과 관능을 자유롭게 넘나들었으며 5집 이후 정식멤버로 팀에 합류한 기타리스트 성장규는 유연하게 완급을 조절했다.

이기용은 "도시의 밤 작은 방이 아닌 대자연의 드넓은 공간에 어울리는 사운드를 만들어내는데 주안점을 뒀어요"라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다소 터프하던 음악은 몽환적으로 승화했다. 이런 판타지는 고통을 극복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도구가 됐다.

이처럼 사운드가 달라졌으니 보컬의 색깔도 달라졌다. 이소영은 힘을 빼는 것이 힘겨웠다. "힘 있게 샤우팅을 할 수 있도록 힘을 기르는데 10년이 걸렸어요. 힘을 빼는데 5년이 걸렸는데,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죠. 그게 개인적으로 부담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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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오로라 피플'은 제임스 조이스(1882~1941)의 소설 '피네간의 경야'(Finnegan's Wake) 구조를 떠올리게도 한다. '피네간의 경야'는 마지막 단어가 '더'(the)로 끝나고, 책의 첫 문장은 '리버 런(riverrun)'으로 시작한다. 처음과 끝이 순환하는 맥락이다.

'오로라 피플'도 마찬가지다. 한달 전 싱글로 먼저 발매된 연주곡 '항해'로부터 라디오 지향적인 '누구인가'와 '영롱'을 거쳐 드림팝 감성의 '라디오'와 '길'에 이어 연작 연주곡 '오로라'와 '오로라 피플'로 클라이맥스를 찍고, '남해'로 장엄한 에필로그로서 서사를 마무리한다. 유려한 흐름의 앨범은 하나의 유기체처럼 느껴진다.

이기용은 "이번 앨범이 만들어지는 과정에는 하나의 풍경이 들어갔어요"라면서 "실재로 본 풍경의 공간을 보여주는 '항해'를 첫 트랙으로 출발, 순환하게 됩니다"고 설명했다.

홍대앞 터줏대감인 허클베리핀은 올해 21주년을 맞았다. 1997년 결성돼 1998년 데뷔앨범 '18일의 수요일'을 내놓았다. 2001년부터 이소영의 카리스마 넘치는 보컬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2집 '나를 닮은 사내', 3집 '올랭피오의 별', 4집 '환상··· 나의 환멸', 그리고 2011년 '까만 타이거'까지 록의 행로였다.

이번 6집은 3기 체제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매순간 밴드 정체성의 끈을 놓지 않은 이기용은 "밴드라는 건 소리에 대해서 무한책임을 지는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라고 정의했다. "본인들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어떤것이든 하는 사람들"이라는 얘기다.

이소영도 고개를 끄덕였다. "밴드 멤버와 세션의 차이는 요구할 수 있는 정도의 차이죠. 세션들에게는 일정 이상 요구를 할 수 없죠. 요구해서도 안 되고요. 하지만 멤버들에게는 '조금만 더 같이 가보자'라고 제안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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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규는 "밴드는 서로에게 0부터 100까지를 모두 보여준다"며 웃었다. "만들어낸 소리, 아이디어의 결과물만 보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 과정의 모든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어요. 그 과정에서 얼굴을 파묻을 수밖에 없는 경우도 생기죠. 하하. 물론 힘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같이 가볼래'라고 망설임 없이 이야기할 수 있죠."

잠잠히 듣고 있던 이기용은 "멤버들에게 연습이 끝났다고 바로 돌아가지 마라고 주문한다"고 했다. "밴드는 음으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에요. 음악만 다루면 반드시 망합니다. 즐거운 것을 같이 하려는 자세, 태도가 음악을 공유하는 만큼 중요해요."

한편 허클베리핀은 12월22일 오후 7시 광흥창역 CJ아지트에서 브랜드 공연 '옐로우 콘서트'를 연다. '오로라 피플' 위주로 히트곡들을 들려준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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