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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내 현안 질문 외면한 '반쪽짜리' 대통령 기자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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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12-03 10:51:17  |  수정 2018-12-03 11: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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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뉴질랜드)=뉴시스】김태규 기자 = "국내 문제는 질문 받지 않겠습니다."

뉴질랜드로 향하던 전용기 안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 남긴 말이다. 1년 만에 기자들 앞에선 문 대통령의 발언치고는 자못 군색하다. 많은 질문을 준비했던 기자들은 허탈감을 지울 수 없었다.

국내·외의 다양한 현안에 대한 문 대통령의 생각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이내 사그러들었다. 

실제 문 대통령은 본격적인 질의 응답에 앞서 질문의 범주를 외교분야로 한정한 뒤 "외교 문제에 대해서만 말씀드리겠다"며 "국내 문제는 짧게라도 질문받지 않겠다"고 민감한 국내 현안의 질문을 차단했다. 기자간담회의 의미와 취지를 스스로 '반쪽'으로 만든 셈이다.

외교적 성과를 부각시키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것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한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에 대한 미국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낸 것은 최고의 성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외교적 성과를 포함해 국민이 듣고 싶어하는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에서 나타난 문 대통령의 방어적 태도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경제분야 질문 중에 "더 말씀 안 하셔도 될 것 같다"며 잘라내는 대목에서는 긴장감 마저 감돌았다. 문 대통령의 날선 반응에 간담회는 여러 차례 삐걱였다.

이런 가운데 이뤄진 9개의 질문과 답변 속에는 특별감찰반 전원 교체 등 청와대 기강 문제에 대한 입장, 경제분야 성과를 내기 위한 구상, 민주노총을 포함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 복원 방안 등 주요 국내 현안은 아예 언급되지도 않았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에 대한 정치적 의미,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장밋빛 전망, 한미 불협화음 인식 해소 등 준비한 답변의 범주를 벗어나는 질문은 그대로 외면한 채 준비된 답변만 했을 뿐이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모습은 공감과 소통을 기본 자세로 삼아왔던 평소 모습과도 거리가 멀다. 최근 읽은 정혜신 박사의 저서 '당신이 옳다'에 대한 감상평으로 "내가 생각했던 공감이 얼마나 관념적이었는지 새삼 느꼈다"던 문 대통령이다.

정 박사의 책에서는 '공감의 외주화'를 지적하고 있다. 아이의 고통은 온데간데 없이 교사는 부모에게, 부모는 의사에게 각각 공감의 책임을 떠넘기는 그릇된 우리 사회 자화상을 짚어낸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 고통을 호소하는 국민들, 도덕성을 잃어가는 청와대를 향한 냉소들을 구조적 문제라는 이유로, 또는 관행이라는 미명 아래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문 대통령에게 귀감이 된다.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라도 정 박사의 책을 다시 꺼내 그동안 강점으로 여겨온 자신의 공감 능력을 잠시 남에게 위탁한 것은 아닐까 돌아볼 일이다.

원하는 때에 와서 원하는 말만 쏟아내고 돌아서는 모습은 국민으로부터 공감받기 어렵다. 이는 당 대표 시절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불통령'이라고 꼬집으며 소통을 강조하던 모습과는 분명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kyusta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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